최규하 전대통령의 법정 증언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시종일관『재임중의 국정행위에 대한 소명은 나쁜 선례』만을 되뇌어 온 최전대통령은 지난 14일 증인으로 강제 구인돼 나온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공판에서도 사실상 함구함으로써 「이번 만큼은….」했던 국민들을 또 실망시켰다. 최씨가 이날 서울 서교동 자택에서 나와 법정에 도착한 것은 오전10시 10분께. 권성 재판장은 최씨가 입정한 뒤 본인 확인, 주소,생년월일 등을 묻는 인정신문을 했고 최씨는 응답을 했다. 그러나그 다음 최씨는 재판장의 증인선서 지시를 거부하고는 스스로 준비해온 「증언 거부에 대한 입장」을 읽어 내려갔다.『본인의 의사와 달리 법정에 서게돼 유감…. 일시적 비난의 화살을 감수하고라도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최소한 덕목은 지켜야…. 국정행위에 일일이 소명이나 증언을 해야한다면 국가경영상 문제를야기하므로 있을 수 없고 또 전례없는 일…. 본인이 사례 만들 수없어…. 국익에도 손상을 줄 일은 하지 말아야…. 전 대통령의 증언은 또 삼권분립과 관계가 있어 악영향을 줄 가능성…. 이러한 소신과 의사에 변함없어…. 이자리에서도 일체의 신문 거부할 수밖에없는 점 깊이 유념해주길…. 』 최씨는 재판장의 선서 요구에 응하는 것은 증언을 전제로하는 행위이므로 선서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10시50분 재판장의 『돌아가라』는 말에 따라 퇴정했다.이번 공판에서 최씨의 입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던 대목은 12·12와5·18이 군사반란과 내란인지(검찰측), 아닌지(변호인측)의 여부였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질문은 했으나 최씨의 입은 한사코 열리기를 거부했다.최씨의 구인은 핵심 증인을 법정에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는것도 아니다. 그러나 반면에 더 이상은 법정에 끌려나오지 않아도되는, 최씨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주는 자리가 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최씨는 그 알량한 소신 하나만으로 언제까지 국민과 역사를우롱할 것인가. 하기야 답답하기로 따진다면 국민보다 최씨 자신이더할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