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시내에서 승용차를 타고 동쪽으로 30여분 달리다 보면 차쿵지역에 다다른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대우자동차가 현지회사와합작으로 설립한 스타스오토 디나미카사가 위치해 있다. 총 자본금3백만달러중 대우자동차가 51%를 투자해 설립된 이 공장은 지난해9월부터 에스페로를 생산,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다. 연 3천대규모의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는 이 공장은 올 1월부터 판매량이 급감, 울상이다. 라인은 풀가동되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가동율은더욱 떨어지고 있다. 이미 생산된 에스페로의 하자점검을 하는 것이 현지직원의 하루일과가 돼 있다시피 한다.스타스오토 디나미카사가 이처럼 라인을 정상가동하지 못하고 있는것은 다름아닌 인도네시아 자동차시장에 몰아친 「티모르」강풍 때문이다. 사실 디나미카사는 인도네시아정부가 올해 2월 기아자동차의 세피아를 기본모델로 한 국민차계획을 확정발표하기 이전에는그런대로 선전해왔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말까지 월 1백50~2백여대는 팔았다.그러나 해를 넘겨 국민차계획이 확정되면서 판매량이 급감,월 20여대 팔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회사 최태준부사장은 『한마디로 죽을맛』이라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다른 길이 있느냐』며 한국차의 이미지개선을 위해 기아의 선전을 바랄 뿐이라고 애증을 동시에 표명했다. 이같은 사정은 비만타라그룹과 승용차조립공장설립계약을 체결,지난해 8월부터생산을 개시한 현대자동차의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엘란트라의 경우 거의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최근에는 액센트모델을 투입했다.◆ 일 소형자동차 3년 무이자할부판매등 공략일본자동차업체는 기아가 인도네시아국민차 사업자로 확정되면서자신들의 아성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대반격을 시도하고 있다.현재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일본자동차메이커는 도요타 다이하츠 이스즈 닛산 닛산디젤 미쓰비시 혼다 마쓰다 히노 등 10개업체. 이들일본 자동차메이커들은 20년동안 인도네시아자동차시장을 독식해왔다. 상용차시장은 시장점유율이 95%정도이고 승용차시장 점유율은70%정도이다. 상용차부문은 몰라도 승용차부분 시장점유율은 대우와 현대가 진출하면서 다소 줄어들기 시작했고 기아가 국민차사업자로 선정된 뒤 이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그래서 지금 일본업체들은 「한국차 죽이기 작전」을 대대적으로펴고 있다. 기아의 진출과 때를 맞춰 단행한 소형승용차 3년 무이자할부판매가 그 좋은 사례이다. 인도네시아의 금리는 연 24%정도로 3년무이자할부판매를 할 경우 최소 1천만루피정도의 차값인하효과가 발생한다. 여기에 덧붙여 새모델의 경우에는 5백만루피를 싸게 팔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1천5백만루피정도 차값이 인하되는셈인데 이 방법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거의 모든 일본 업체들이동원하고 있다. 디나미카사 최부사장은 『일본업체들은 이 나라에진출한 이후 차값을 계속 올려왔지 그동안 내리지는 않았다』며3년무이자할부판매는 한국차에 대한 일본업체들의 위기감이 어느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일본업체들이 이런 극약처방을 할 수밖에 없는데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티모르(기아 세피아의 현지모델명)가 관세 및 특별소비세등 세금면제혜택을 받아 현지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약 3천5백만루피정도 된다. 이에반해 티모르와 경쟁모델인 스즈키의발레노(1600cc)는 4천7백만루피, 혼다의 시티(1300cc)는 5천6백만루피, 도요타의 코롤라(1500cc)는 6천9백만루피에 판매되고 있다.티모르가 일본업체의 소형승용차보다 40%정도 싸다. 일본업체들은이런 가격경쟁력으로는 자칫 기아를 위시한 한국자동차업체와 경쟁을 할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티모르가대대적으로 판매되는 내년에는 일본업체들이 또다시 가격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현지의 분위기이다.일본업체의 승용차시장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은 어느 면에서는 다소 엄살이 섞여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약 35만대였다. 이 가운데서 상용차(버스,트럭제외)가 30만대정도 팔렸고 승용차판매대수는 5만여대에 불과했다. 승용차시장은 극히 미미하고 상용차시장이 어찌보면 노다지시장이다. 황금시장이라 할 수 있는 이 상용차시장은 도요타 다이하츠 스즈키 등3개업체가 독식을 하고 있다. 설사 한국 및 미국자동차메이커에 승용차시장을 내준다 하더라도 큰 손해는 보지 않는다.그러나 이 시장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기아가 스포티지를 내세워 일본 따라잡기에 나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인도네시아영자지인 자카르타포스트지는 기아의 상용차진출계획을 AFP통신을인용,1면기사로 비중있게 다뤄 큰 관심을 표명했다. 한국차와 일본차의 힘겨루기는 이제 승용차에 이어 상용차로까지 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한국차와 일본차업체의 힘겨루기 틈새에서 미국 및 유럽자동차업체움직임도 활발하다. 미국업체로는 포드와 GM이 진출해있는데 이중GM이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GM은 현지합작회사인GMBI를 통해 94년부터 옴티마와 백트라를 시판한데 이어 올해에는오펠의 상용차를 투입,활발한 판촉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함께BMW 벤츠 볼보 르노 푸조 등 유럽업체들도 진출, 2000cc이상 대형승용차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태국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에서는 세계 유수 자동차메이커들이총집결, 살아남기 위한 혈투가 한창 진행중이다. 혈전은 일본의 아성에 한국차업체와 미국,유럽쪽 회사가 맹추격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