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품 '베끼기' 심리 유발…협찬 방송도 메시지 전달 효과 커

「로이는 TV에 중독된 사람이다. 쉬는 날이면 하루종일 텔레비전만쳐다보는게 그의 유일한 낙이다. 어느날 로이는 괴상한 남자의 방문을 받고 그에게 이끌려 TV속으로 빨려들어간다. TV화면 속에서죽도록 고생을 하던 로이는 가족들의 사랑으로 구원을 받고 마침내텔레비전을 부숴버린다」.영화 <스테이튠 designtimesp=4467>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바보상자」(TV)에 지배당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독설적으로 풍자하고 있지만 텔레비전의위력이 갈수록 커지는게 현실이다.<애인 designtimesp=4470>의 황신혜귀고리 인기명동이나 이화여대앞 액세서리점에선 한동안 드라마 <애인 designtimesp=4471>에서 황신혜가 하고 나왔다는 「황신혜귀고리」가 잘 팔렸다. 그이전에는「김남주목걸이」나 「김남주팔찌」가 인기를 끌었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인기연예인의 의상이나 액세서리 심지어는 헤어스타일까지 그대로 흉내내기 때문이다.가수 김국환의 노래 <타타타 designtimesp=4474>는 처음 나왔을 때는 외면을 받다가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designtimesp=4475>의 삽입곡으로 전파를 타면서 공전의 히트작으로 탈바꿈했다. 드라마에 한 번 이용되면 곧바로 성공의 보증수표가 되는 것이 영상시대의 풍속도다.이처럼 방송의 위력이 크니 이를 이용한 마케팅기법에 기업의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영상속 광고」나 「협찬방송」이다. 영화나 TV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소품 또는 경비를 지원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상품이나 기업을 선전하자는 것이다.운좋게 영화나 드라마가 히트를 치면 그게 유행으로 이어지는 덤까지 기대할 수 있다. 광고란 것도 엄밀히 따지고 보면 돈을 주고 방송시간이나 신문의 지면을 사는 거나 마찬가지다.●영상속 광고(PPL,Product Place-ment):「영화 <포레스트 검프 designtimesp=4480>에서 주인공 검프(톰 행크스)가 돈을 투자한 회사=사과농장(애플컴퓨터)」 「<007골드아이>에서 제임스 본드가 항상 차고 다녔던시계=오메가」 「영화 <결혼이야기 designtimesp=4481>에서 신혼부부로 나온 최민수와심혜진이 사용한 가전제품=모두 삼성전자제품」.영화관련 상식퀴즈가 아니다. 최근 기업에 각광받고 있는 PPL 사례들이다. PPL이란 영화나 드라마에 사용되는 소품을 제공함으로써자연스럽게 광고효과를 내는 기법으로 「영상속 광고」라고 할 수있다.PPL은 관람객의 시선이 집중되는 극적인 순간에 상표를 내비침으로써 광고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은 물론 재핑(Zapping, 시청자들이 광고만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리는 현상)도 피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있다.영화 <포레스트 검프 designtimesp=4484>의 제작사인 파라마운트가 PPL비용으로 받은금액은 건당 50만달러이다. 그러나 전세계 극장관람객은 물론 비디오 TV에서의 재방영 등을 본 시청자를 생각한다면 기업들은 몇배의훌륭한 광고효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몇몇 기업들은 「검프티셔츠」「검프운동화」처럼 영화주인공의 캐릭터를 이용한 상품을 만들어내거나 판촉행사를 벌이는 타이업프로모션(Tie-upPromotion)으로 부수효과를 거두기도 했다.1982년 콜롬비아영화사를 인수한 코카콜라가 전임직원에게 앞으로만드는 모든 영화와 이벤트에는 경쟁제품인 펩시콜라를 사용하지못하도록 금지시킨 것도 PPL의 위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 초반부터 PPL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 효시는 영화 <결혼이야기 designtimesp=4487>이다. 신혼부부의 사랑을 코믹하게 다뤘던이 영화에서 삼성전자는 주인공인 최민수와 심혜진이 사용하는 가전제품 일체를 제공했다. 이후 <노을속으로 네온지다 designtimesp=4488>(제일제당)<꼬리치는 남자 designtimesp=4489>(아모레화장품) <총잡이 designtimesp=4490>(타이레놀) 등에서도 슬쩍슬쩍 등장하는 상품들을 볼 수 있었다.TV방송에서는 PPL이 상대적으로 힘들다. 방송심의규정 63조에서 특정상품이나 업체 영업장소 등을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광고효과를주는 행위 즉 간접광고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묘한방법으로 PPL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작년 하반기 노트북PC의 가격을 인하했는데도 판매량이 늘어나지않자 올해 PPL을 이용해 노트북PC바람을 일으켰다.이 회사는 우선 올여름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 designtimesp=4495>과 접촉했다. 극속에서 할아버지 역할을 맡았던 이순재가 컴퓨터 사용법을 배우는 장면을 삽입해 「노트북PC 정도는 다룰 줄알아야 멋쟁이 할아버지가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물론구체적인 상표명을 보여주지 않아 법적인 하자는 없었다.최근 심야토론 등 시사프로그램의 사회자에서부터 인기가요 순위를발표하는 오락프로그램의 MC까지 한결같이 노트북을 사용하는 것도PPL과 무관하지 않다.삼성전자 관계자는 『PPL을 시도할 때 반드시 우리제품을 사용해야한다고 고집하지는 않았다』며 『시장을 이끌어가는 1위 업체인만큼 노트북바람이 불어 전체 시장의 크기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우리제품도 많이 팔리게 될 것이라는 계산을 했다』고 말했다.제일기획 서상원대리는 『영화나 TV에 무조건 상품을 내비친다고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며 『PPL은 꼭 필요한 장면에 정확하게 사용돼야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지적했다. PPL은 제대로만 하면 영화의 리얼리티도 높이고 기업의 광고효과도 극대화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기업성공 보증수표●협찬방송:「OO사 제공 전자계산기」 「OO사 제공 항공기티켓」등 퀴즈프로그램의 말미에 사회자가 상품안내를 하거나 「이 프로그램의 제작엔 OO사가 협찬했습니다」라고 소개하는 것은 협찬광고에 의해 이뤄진 것들이다.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 협찬방송이다. 기업이 제작비를 지원하고 아예 프로그램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하는 협찬방송은 광고와는 달리 시청자들의 거부감이 적을뿐더러 장기적인 기업이미지형성에 좋다는게 장점이다.PPL이나 협찬광고가 단기간의 판매효과에 치중한다면 풀스폰서십에의해 이뤄지는 협찬방송은 장기캠페인의 성격을 띠고 있다. 소비자들의 쇼핑행태나 사회분위기까지 바꿀 수 있는 붐을 일으키자는 것이 목적으로 케이블TV가 본격화되면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여성전문채널인 GTV의 <우리는 애견가족 designtimesp=4504>.10분간 강아지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제공해주는 이 프로그램은 강아지먹이 생산업체인 퓨리나코리아의 지원으로 만들어졌다. 이 프로그램은 주부들에게 강아지기르기 바람을 일으키며 애견용품시장규모가 연간 1천억원대로 커지는데 크게 공헌했다는게 전문가들의평이다.퓨리나코리아의 김부종 부장은 『애견용품시장이 성장기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붐을 일으킬 필요가 있어 프로그램제작에 참여했다』며 『월 1천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광고효과에는만족한다』고 말했다.GTV는 <우리는 애견가족 designtimesp=4507>이 뜻밖의 성공을 거두자 올해는 보쉬코리아의 협찬으로 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보쉬코리아는 자동드릴 등 전동공구를 만드는 회사로 집안에서 필요한 가구를 직접 만든다는 DIY의 개념과 맞아 떨어진다.이 회사의 이태영 방송사업국장은 『케이블TV의 유효시청가구수가1백만에 접근해가면서 외국처럼 틈새시장을 겨냥한 협찬광고가 늘어나고 있다』며 『일반 방송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케이블TV 고유의 광고마케팅전략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라고 말했다.음악전문채널로 신세대에게 인기높은 M-net은 서광모드의 캐주얼의류인 행텐의 도움을 받아 <고 엠넷 고 designtimesp=4509>라는 버라이어티쇼를 방영하고 있다. 또 게스청바지와는 <리듬천국 designtimesp=4510>을, 필립스코리아와는 <아웃 오브 더 박스 designtimesp=4511>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영하고 있다.M-net 관계자는 『서광모드가 제작비를 댔지만 특별히 PPL 등으로광고해 주는 것은 없다』며 『다만 프로그램의 인기가 자연스럽게캐주얼의류인 행텐의 이미지로 옮겨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말했다.협찬방송은 아직까지 법의 엄격한 통제를 받지만 조만간 활성화될전망이다. 정부가 방송법개정안 26조에 「방송사업자는 대통령령이정하는 범위내에서 협찬방송을 할 수 있으며 세부기준과 방법은 방송위원회의 규칙으로 정한다」는 조항을 삽입해 협찬방송을 대폭허용할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