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준 대리(34)는 선경그룹 계열사인 「SK C&C」 기획팀에 근무한다. 그는 아침 9시까지 서울 을지로 2가에 위치한 그룹본사 10층사무실에 도착, PC를 켜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우선 부서업무와 관련이 있는 공문이나 결재서류가 들어왔는지 살핀다. 그런 다음 사내 동아리 소식이나 동료들의 경조사 등을 읽어간다. 예비군 훈련일자와 장소 등도 전자게시판을 통해 통보받는다. 그렇다고 단순히 정보를 읽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전임직원을대상으로 한 경영혁신제안이나 외부업체정보를 게시판에 올리기도한다. 지난해말 그룹정기인사 때는 차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한(주)선경 뉴욕지사의 오재준부장에게 전자우편으로 축하메시지를보내기도 했다.◆ 사무환경 변화로 기업 생산성 높인다최근 몇년새 김대리처럼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모습은 국내 주요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웬만한 대그룹치고 전자게시판이나전자우편 전자결재를 도입하지 않은 업체가 없을 정도다. 연말정산요령이나 승진자명단, 등반대회 등을 일일이 사내게시판에 공고하던 것이 불과 몇 년전 일이고 보면 상전벽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이같은 변화는 그룹웨어(Groupware)의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 그룹웨어는 워크그룹(Work Group, 함께 일하는 작업집단)이 기업의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 기업체가 전자게시판, 전자결재, 전자우편, 고객DB, 판매DB, 구매DB 등을 전사적으로 활용하는데 필요한 소프트웨어다. 개인이 아니라 회사전체가 사용하므로일반 PC에 LAN카드를 깔아 상호 연결, 네트워크로 만들어야 한다.그룹웨어가 본격적으로 국내기업에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초반부터다. 경영혁신의 하나로 BPR(업무공정혁신) 등이 강조되면서 급속히 확산됐다. 94년 66억원에 달했던 시장규모가 95년4백10억, 96년 8백50억 등 매년 초고속 성장했다. 올해는 2천1백여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현재 그룹웨어 시장은 핸디소프트 나눔기술 한글과컴퓨터 한국기업전산원 로터스코리아 아이소프트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이 주도권을장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중에서 선두주자는 핸디소프트사.「핸디*오피스」로 그룹웨어시장을 개척한 이 회사는 성능을 꾸준히 향상시키고 서비스를 차별화해서 올 4백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있다. 외국업체로는 한국로터스사의 「노츠」가 유명하다. 이 제품은 외국산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기능과 편리한 사용자 환경, 폭넓은 기능선택으로 수요층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예를 들면 대우는 지난해 3월 「노츠」를 이용한 사내정보망 「바로넷」을 개통했다. 본사와 전국 1백60여개의 사업장을 연결하여각종 협조전이나 회사공식행사, 동아리 행사, 회사관련 언론보도자료 등을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게 했다. 지방에서 본사에 기안을제출할 때도 「바로넷」을 통해 종이없이 할 수 있다. 특히 그룹웨어로서 「바로넷」의 장점은 건축기술교본이나 기술공법에 대한 자료를 언제 어디서나 검색할 수 있는데서 잘 나타난다. 서울 본사에축적된 건설관련 자료를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물론 그룹웨어만이 기업 사무환경을 변모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다.최근 인터넷의 상업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정보시스템도인터넷솔루션을 요구하는 추세다. 정보의 무한한 보고인 인터넷과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같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인트라넷이다.인트라넷은 인터넷의 멀티미디어 기능을 이용할 뿐만 아니라 공지사항, 대화방, 일정관리, 전자우편 등 그룹웨어 기능까지 포괄한다. 아울러 인사관리, 판매실적관리, 영업관리 등 기업이 구축한정보를 웹(WWW)상에서 구현할 수 있다. 「바로넷」도 인터넷에 구축한 대우의 홈페이지에 연결돼 해외에서 곧바로 전자결재나 건설관련 자료를 본사로 보낼 수 있다.◆ 회계 인사 급여 등 패키지 제품 통합 추세인트라넷이 각광받자 10여개 업체가 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아이소프트, 장미디어인터랙티브, 퓨처시스템, 사이버랜드 등이 대표주자다. 아이소프트사는 인트라넷 환경에서 전자우편 및 게시판을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심있는 웹사이트를 등록할 수 있는통합S/W인 「@오피스」를 개발, 시판에 나섰다. 장미디어인터랙티브는 전자결재 및 자체 웹DB 생성기능이 있는 「인트라X」를 공급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버추얼아이오시스템도 「인트라웍스」를 공동개발했다. 보안기능을 강화하고 검색엔진을 사용해서문서검색 기능이 빨라졌다.그룹웨어와 인트라넷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보급되는 반면 영세업체는 회계 인사 재무 등 단일패키지 상품을 선호한다. 대규모 용량을필요로 하지 않고 네트워크 구축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또한 영세업체의 인력난 해소와 인건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한국기업전산원 두산정보통신 대우정보통신 미래소프트웨어 등 크고 작은 업체들이 회계 판매 자재 급여 재고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한국기업전산원은 「탑시리즈」로 일찍부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소업체인 삼덕경영컨설팅도 회계전용 프로그램인 「척척회계」를 판매하고 있다.윈도 환경에서 돌아 가는 이 제품은 경리지식이 거의 없어도 사용할 수 있게끔 제작됐다. 두산정보통신은 전표관리·결산관리 등 일반회계관리 기능과 중역경영정보시스템 기능을 통합한 종합회계정보시스템을 시판중이다. 미래소프트웨어도 중소기업 업무관리용패키지 「인센티브 재무회계」 「인센티브판매재고」 「인센티브인사급여」 등을 내놓고 있다.이들 패키지 제품도 점차 통합돼 가는 추세다. 회계 인사 급여 등일부분의 업무혁신만으로는 생산성을 향상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 한국기업전산원에서 내놓은 「경영정보탑」은 이같은 변화를수용한 대표적 제품이다.그룹웨어와 인트라넷 그리고 MIS(경영정보시스템) 패키지의 출현으로 기업의 사무처리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업무구조혁신과맞물리면서 이같은 추세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페이퍼리스 오피스」구현은 물론 복사기 팩스 프린터 등이 사무실에서 추방될 날이 멀지 않았다. 앞으로 재택근무나 영상회의 등은 더욱 보편화될전망이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트라넷과 그룹웨어다. 디지털이 회사를 바꾸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