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도 유행하는 패션이 있듯 기업도 개성과 색깔이 있어야 한다.그래야 경쟁력이 있다. 기술 기업문화 사사 등에서 독특한게 있어야한다. 실제로 그런 기업들은 유명세를 타고 있다. 우수한 기술인력을 외부에서 스카웃하지않고 발굴하기로 유명한 미래산업, 직원들에 대한 처벌규정이 아예 없는 디아이는 휴먼경영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두 회사는 반도체장비나 관련품을 생산한다는 공통점이있다. 또 지난해 상장해서 탄탄한 주가상승을 기록, 귀족주로 알려져 있다.지난 83년 설립된 미래산업은 반도체소자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분류하는 후공정테스트장비인 테스트 핸들러를 독자적으로 개발, 국산화한 업체이다. 이 장비는 대당 가격이 10~20억원에 이르는 첨단장비로 일본기업이 세계시장을 석권해왔다. 더욱 놀라운 점은 세계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면서도 대기업연구인력을 스카웃한적도없고 명문대출신을 골라 뽑은 것도 아니다.오히려 반대이다. 핵심기술을 개발하는데 주역이었던 부사장의 학력은 고졸이고 나머지 기술인력도 이른바 비명문대 출신이다. 이같은 약점을 정문술사장은 비범한 기술인력육성전략으로 만회했다.◆ 인재개발 투자 아끼지 말아야창업초 지하 전세공장으로 출발한 미래산업은 회사여건상 명문대를나온 사람을 구할 수 없었다. 정사장은 낙담하지않고 여러 대학을찾아 다닌 끝에 한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우선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능력은 학벌과 관계없이 선천적인 자질에 좌우된다는 점을 깨닫고 중위권대학 지방공업고등학교를 뒤지면서 재능있는 「꾼」들을 발굴했다. 또 각종 컴퓨터 경진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을 찾아다녔다.어렵게 모신 인력들에게 연구개발비를 마음껏 쓰도록했다. 연구결과에 연연하지 않았다. 공부를 하겠다는 직원이 있으면 석박사과정을 밟는데 학비를 대줬다. 바로 이것이 「테스트 장비의 독자개발」이라는 금자탑을 쌓는 디딤돌이 됐다. 정사장은 여기에 만족하지않는다. 최근 전사원들에게 더 이상 자기계발이 없는 직원에 대해회사가 온정을 베풀지 않겠다는 「폭탄선언」까지 할 정도로 사업의욕이 강하다. 대신 투자는 걱정하지 말라는 약속도 뒤따랐다. 원하면 해외유학까지 가라고 권유했다.현재 이 회사 직원중 수십명이 국내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고 케임브리지대와 스탠퍼드대에 한명씩 유학을 보냈다. 이제는 공고 대학과 결연을 맺고 장학금과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우수인력을 공급받고 있다. 『기술개발에 투자하다 회사가 망해도 좋다. 그래도 어쨌든 기술인력은 우리나라에 남는 것 아니냐』고 정사장은 반문할정도이다.반도체 테스트장비인 번인시스템으로 잘 알려진 디아이는 지난55년 정밀과학기기 무역업체인 동일교역으로 출발해 9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는 그동안 무역업에서 출발,첨단 반도체장비, 산업용 다이아몬드공구 등으로 사업을 고도화했다. 최근에는 첨단 환경산업과 정보통신 영상미디어사업으로 활발하게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40년동안 한 번도 위기없이 건실하게 성공한 점이다. 이런 성장배경에는 창업주인 박기억회장의 「양심에 맡기는」 독특한 경영스타일이 크게 작용했다. 박회장은 창업초부터 지금까지 사원들을 처벌하는 규정을 전혀 만들지않고 모든 것을 각자의 양심에 따라 자율적으로 하도록하고 있다.사업계획에서 판매 결산까지 심지어 해외출장도 담당자의 재량에맡기고 있다. 이 회사를 방문한 사람들이라면 직원들이 가족처럼화목하고 회사일을 내일처럼 생각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기업문화가 40여년 흐르면서도 보수적으로 안주하지 않고 항상 성장을 위한 사업을 찾고 다각화를 이루는 원천이 됐다고 회사측은설명한다. 이같이 독특한 경영스타일로 동업계에서 존경을 받고있는 박회장은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별로 없고 디아이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직원들에 대한 복지수준이 높은 이 회사는 박회장내외가 28평 아파트에서 살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하기로도 이름나 있다.지난 80년 설립된 성미전자도 전자통신분야에서 대기업과 어깨를나란히 할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이다. 물론 지금은 동원산업으로 소유권이 넘어갔지만 그이전만해도 알토란같은 중소기업으로 소문나 있었다. 광통신다중화장치 디지털다중변환장치 광가입자전송장치를 공급하고 있으며 개인휴대통신(PCS)시스템사업에도진출하고 있다. 이 회사의 강점은 유태로사장의 치밀한 경영에서비롯된다. 전문경영인인 유사장은 국내외 통신산업의 발전단계를훤히 꿰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신기술을 제때 개발할수 있었다. 삼성전자 LG정보통신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지난 93년이후 연매출신장률이 60%를 웃돌고 순이익증가율이 줄곧 100%를 넘었던 것도 통신산업이 요구하는 핵심기술을 그만큼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성미전자의 경우 전체직원의 10%이상이 연구인력이다. 직원들이 받는 임금도 대기업못지않다. 어느분야에서건 최고를 지향하는 유사장의 적극적인 경영전략은 전체 중소기업사장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작은 기업일수록 전략이 있어야높은 순이익과 함께 94년 상장이후 증자를 실시,풍부한 내부유보로재무적 안정성 및 현금흐름이 좋다. 회사측은 초고속통신망등 첨단통신장비수요에 대비, 연간 매출액의 5%내외를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초음파진단기로 명성을 떨치고있는 메디슨은 글로벌경영으로 제2의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세계적인 초음파진단기업체인 오스트리아의 「크리츠테크닉사」를 인수해 유럽 및 세계시장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또 국외 합작사로 미국(메디슨 아메리카) 일본(메디슨재팬) 러시아(울트라메드) 싱가포르(메디슨싱가포르) 중국(상하이메디슨) 등을 설립했다. 메디슨이 단일 품목으로세계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할 수있었던 것은한국과학기술원(KIST)출신인 이민화사장이 기술개발에 꾸준하게 투자했기 때문이다. 메디슨은 한가지 제품으로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켜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능을 한단계씩 높여가는 방식으로 고객만족경영을 하고 있다. 이민화사장은 최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벤처사업에 참여하는등 사업확대를 꾀하고 있다. 메디슨이 의료기기분야에서 쌓은 아성은 누구도 넘볼수 없는 철옹성이 됐다.이밖에 비디오카등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두인전자도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법인을 설립, 컴퓨터본고장인 미국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그동안 쌓은 기술로 선진시장에서 떳떳하게 겨룰수 있다는 자신감이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배경이다.이밖에도 불황을 맞고있는 중소기업들은 새로운 경영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셰프라인의 김명석사장은 내수위축을 수출로극복하고 있고 극동기계는 자동화투자로 매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또 로보트보일러 기륭전자도 수출로 활로를 찾고 있다.중소기업사장들은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전략이 있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먹구구식 경영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소기업조차도 기업문화활동을 벌이고 의식개혁운동을 벌이고 있다. 우량중소기업에 대한 벤치마킹도 그래서 활발하다. 중소기업사장들의 의식개혁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는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