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뵙고싶었던 분들을 이 자리에서 뵙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오늘의 사태를 총체적 위기라는 말로 설명하는데 저는 이것은 결국민주화 개방화에 따른 진통이라는 말로 집약하고 싶습니다. 민주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느냐. 이것은 정치에 관계되는 얘긴데 저 나름대로 솔직한 심경을 토로해 보겠습니다. 먼저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정치지도자들은 지난날 반정부의 수단으로서 민주주의를 외쳤습니다. 이분들이 정말로 민주주의를 깊이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느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문민정부라고 하지만 문민정부의 힘의 통치는 옛날의 그것과 별로다를 것이 없다는 평을 받고 있는 것같습니다. 국회에서는 「몸싸움이니 날치기」가 여전하고 또 당내에는 소위 당내민주주의가 없다고 야단들입니다. 또 여러분 다 아시다시피 사정 세무사찰 실명제 이것들이 본래 목적이외에 정치통제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으며쓰일 수밖에 없는 상태입니다.이것이 힘의 정치의 일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당과 야당은,외국을 보면 사회의 어떤 가치관을 가진 하나의 그룹을 대표하는것이 보통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각정당마다 개혁이다 진보다 보수다하는 여러 가지 부류의 세력들이 혼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책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늘 세력싸움을 하게 되는 겁니다. 정작국사를 돌볼 겨를이 없다는 것이 오늘의 실상입니다.◆ 정경유착 고리 끊고 새롭게 태어나야국가의 기본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안보입니다. 안보에서군의 생명은 사기인데 지금 군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습니다. 지도자들은 군에 당신들이 목숨을 바쳐서 싸워야 할 것이 무엇이고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이냐를 똑똑히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옛날처럼 반공국가이니 이북의 침략에 대해 철저히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도 없어지고 내목숨을 바쳐도 결국 지켜야 할 가치가 자유와 민주라는 신념도 없습니다. 군을 그렇게 가르치지 못했습니다. 또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지도자가 있느냐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사관학교의 졸업식에서까지 과거 군의 행태를 비난하는 것은 좋은데 같은 말이면 「여러분들은 불란서의 드골이나 미국의 아이젠하워같은 사람이 되라」고 얘기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과거 군의 명예를, 자부심을 건드리는 말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느껴본 적도 있습니다.공무원은 부정비리가 일부 공무원입니다만 습관화돼 있습니다. 또공무원이란 것은 자기의 지도자가 믿음직해야 그를 따라서 어떤 성취와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하니 일할 맛이 나지 않는게 당연한 이치겠죠.국민들은 어떻습니까.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국민들의 자율 자제로 지탱되는 것인데 우리는 처음 경험하다보니까, 집단이기주의 떼쓰는 것등이 일반화돼 있습니다. 매스컴들은 옛날보다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과거 같으면 정부가 하라고 강요해서 하던 일을 이제는자발적으로 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반면에 홍수같이 쏟아져나오는 보도매체가 소위 흥미본위의 보도경쟁을 하는 것, 이것이또한 세상을 대단히 어지럽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대충 이상과 같은 것이 우리가 민주화라는 역사적 과제에 대응하고있는 실상인데 그 결과 우리사회는 중심이 없어졌습니다. 보수중산층이 사회의 안전판이라는 얘기를 합니다만 정말로 보수중산층을대변하고 대표하는 정당이 어디냐, 모든 정당이 보수중산층을 대표한다고 하지만 진실로 대변하는 곳이 없습니다. 또 선배가 후배들을 지도할 만한 권위도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사회가 서로 흩어져서 남을 비방하고 헐뜯는 상태가 돼 버렸습니다.다음으로 개방화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왔느냐입니다. 80년중반부터 개방화의 물결을 탔을 때 우리가 먼저 걱정한 것은 국제수지였습니다. 앞으로 개방되면 수입이 늘어 국제수지가 악화할 것이다,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텐데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많은 식자들이 구조조정을 역설해왔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습니다.10년이 지났는데 우리의 구조적인 약점, 저는 4고3저라고 하는데4고는 고임금 고금리 고지가 고물류비용이며 3저는 저효율 저기술저부가가치로 여전합니다.이런 것들이 10년동안 이런 상태의 개선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경제가 구조적 침체속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경제라고하는 것은 대체로 바탕이 있어야 합니다. 경제의 바탕을 형성하는것이 앞서 4고3저의 요인이 되는 구조적 조건인데 이것은 주로 정부가 만들어야 되는 부분입니다. 물론 정부는 그동안 많은 일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고임금이나 금리의 문제,혹은 말썽을 빚은 노동법의 개정, 엊그저께 시작한 금융개혁, 또시급한 사회간접시설의 확충등 물론 정부는 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이것을 질끔질끔 조금씩 하니까 진도가 상당히 늦습니다.반면 불급한 재정지출에 사회간접시설의 확충이 눌리고 있는 것도사실입니다. 구 중앙청을 헐고 남산의 외인아파트를 허는데 수천억원의 돈을 씁니다. 그것보다는 서울시의 도로하나라도 더 뚫는 것이 시급하지 않았느냐 생각하는 것입니다.경제바탕이 좋건 나쁘건 주어지면 그위에서 기업들의 창조적 활동이 전개됩니다. 혁신에는 무엇이 필요하냐, 의욕 열의가 있어야 합니다. 내가 뭔가 새로운 것을 해봐야겠다는 의욕이 필요합니다. 창발력이 있어야 하고 선투자가 있어야 하며 그리고 기술이 있어야하는데, 통틀어서 오늘날의 경제적인 환경이 이같은 혁신활동에 친화적인 것이 못되고 있습니다.바라건대 빨리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버리고 이제 기업의 과거지사에 매듭을 지어줘야 합니다. 지금 과거에 저지른 부정부패가 어떤 일부기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정계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일정시점에서 과거를 청산하고, 청산이라는 것이모두 잡아다가 가두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제도적으로 이를청산하고 대오각성해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줘야사람들이 안심하고 앞을 보고 매진할 수 있는 열의가 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또 우리가 개방화 민주화에 대응하는데 있어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하면 우리의 경제실력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급여수준과 소비행태에 빠져버렸습니다. 정부부터가 너무 먼저 사태를 낙관하고 마치 선진국에 다 들어선 것처럼 허풍을 떤 것도 사실입니다. 한나라의 명목소득수준이 그 나라의 생산능력을 웃돌면 그 웃돈 부분은두가지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물가상승, 다른 하나는국제수지악화입니다. 물론 국제수지악화의 또하나의 주요 원인이있고 그것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입니다. 우리는 부품이나 소재의대부분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고 그래서 수출이 늘면 수입도 함께늘어가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가장 중요한 일은 재래산업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중소기업을 재빨리 부품생산으로 재편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체계적으로 일관적으로 하지 못했습니다. 중소기업은 설땅을 잃었습니다. 뭐를해야 할지를 모릅니다. 자꾸 쓰러질밖에 없습니다.대만의 경우는 어떤고 하니 제가 공단에도 가보고 했는데 그곳에는기술정보센터같은 데가 있어서 중소기업이 기술적으로 답답한 문제가 있으면 그곳에 뛰어갑니다. 그러면 센터의 기술능력에 한계가있으면 타연구소에 돌아다니면서 해결을 해줍니다.그래서 우리가 지금 경제를 재건축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그것은 총력을 기울여서 중소기업을 재편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냐, 그렇지 않습니다. 옛날에 중소기업이 어떻게 해서섬유다 신발이다하는 것을 일으켰습니까. 그들의 기량은 그대로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충분히 개발하지 못하는데 문제가 있습니다.첨단산업의 특징이 무엇이냐하면 바로 부품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고작해야 자동차 TV등 겨우 3만개의 부품을 어셈블리(조립)합니다. 일본은 10만내지 20만, 미국은 아폴로계획에서는수십만개의 부품이 동원됩니다. 어느나라도 자기나라 혼자서 생산할 수 없습니다. 이런 세계의 국제분업편성과정에 우리 중소기업이끼여들어가야 하는데 80년대에 한눈을 팔았습니다.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 장단기의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단기적으로 국제수지의 기본대책은 성장률을 줄이는 것밖에 없습니다. 92년 93년 성장률이 너무 높았던 것도 국제수지악화의 한 요인입니다. 소위 잠재성장율을 초과해버렸습니다. 4%면 어떻고 5%면어떻고 이 기회에 모두가 반성하고 자세를 가다듬어야 합니다. 과거에 지나친 급여수준을 바라고 소비수준을 보였던 것에 대해 반성을 하고 차분히 가라앉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그런 가운데 앞서 말씀드린 기업 혁신의 기능이 이뤄지도록 기업의욕을 북돋워주고 창발력을 개발하고 선투자·기술개발·시장개척을지원해야 합니다. WTO의 규제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요새 한보사태가나고 금융개혁위원회라는 것이 생겼는데 앞으로 한보사태와 관련해서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약점이 전부 드러나 부실채권이 많이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부실채권을 정리할 매커니즘을 지금부터준비해둬야 합니다. 이미 해외에서 한국에 대한 신임도가 떨어지고있는데 또 한 번 한보사태같은 것이 터지면 이제 돈 안꿔줍니다.그래서 우리가 너무 떠들지 말고 차분히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이번에 한보사태를 보면서 옛날에 제가 당했던 박영복사건이라는게 있는데 그때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때 국회나 언론에서 74억원을 금융기관에서 떼 먹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실상 조사를 해보니까 74억원은 대출의 누계액이고 담보고 예금이고 빼고 나니까 순손실액이 6억원이었습니다. 제아무리 6억원이라고 얘기를 해도 믿어주지를 않았지요.이번에도 조목조목 따져서 5조라고 하는 돈이 아무 용도에 쓰여지지 않고 날아간 것인지, 금융기관전체가 얼마를 손해보는지, 은행감독원이 그런 것을 조사해서 발표를 해야지 검찰은 모릅니다.결국은 이런 것 저런 것을 생각하다보니 우리나라의 경제운용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그것이 오늘 제가 말씀드리려는 본론인데, 여러분, 앞으로 정부가 할 일이 무엇입니까. 정부의 역할은 여러 가지로 제약을 받게 됩니다. 첫째로 정보화 민주화 세계화가 겹친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의 관리능력이 큰 도전을 받게 됩니다. 최근의 노동법파동을 보면서 누구나 느끼는 사실입니다. 이를 보면서 결국 정부가 뭐를 잘못했느냐, 그것은 노동법의문제점을 소상히 토론을 거쳐 국민에게 알려놓고 대체적인 컨센서스(동의)를 유도했어야 합니다. 그후 정부가 소정의 의정절차를 거쳐서 통과시켜야 하는데 국회에서는 토의조차 하지않고 날치기통과를 한 것입니다. 옛날하던 방식인데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제아무리 고달퍼도 설득을 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그래서 제대로 무르익었을 때 꼭지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정부의 제약은 안으로부터만이 아니라 밖으로부터도 옵니다. 이제는 정책입안자들이 정책하나 세우려고 해도 WTO의 눈치를 봐야 하고 국제협약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설사 정책을 쓴다하더라도 그것이 외국으로 누수되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가령 경기부양책을 써서 재정지출을 늘린다해도 옛날같으면 주로 생산을 자극해서 경기부양을 하는데 이제는 수입으로 다 빠져나갑니다. 또 정부규제를자꾸 완화해가야 하는데 이에대해 정부와 재계사이에 여러 가지 반론이 많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문제는 규제의 원칙과 기준이 뭐냐는 것이 명백하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는몇가지 기준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첫째 이 규제가 시장의 매커니즘에 의한 자원배분을 왜곡하고 경쟁을 저해하고 있느냐를 따져야 하고 둘째 이른바 시장실패로 인해공익과 사익이 심하게 충돌하고 있고 이것을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느냐를 따져야 하고 셋째는 부정부패를 유발할우려가 없느냐를, 넷째는 소수의 잘못을 다스리기 위해서 선량한다수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냐를 따져야 합니다. 다섯째로 실제로규제의 효과가 있는 것이냐, 우리나라에 규제의 실효성이 없는 것이 많습니다.그럼 정부가 제약을 받고 정책의 효능이 무시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하면 과연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뭐냐는 것입니다.많습니다. 예전보다 더 어렵습니다. 첫째 거시정책의 건전한 테두리를 유지하고 둘째 정부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고 나아가 여러 가지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정치 사회적 장애를 돌파하는 것, 이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노동법의 문제, 환경의 문제 등 정치사회적 반대에 부딪쳐서 못하고 있는 것들을, 뭐 여론 때문에 못한다고하면 정부가 지도력이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제 일례로 정부의장관이라는 것은, 옛날에 저같은 사람이 할 때는 하나의 행정관으로 족했지만, 지금부터의 장관은 늘 사회의 이익집단과 매스컴 국회와 접촉을 해야 하고 이들과 상대해서 자신의 정책의지를 관철해야 합니다.우리나라 거시정책은 과거 특수한 통치구조에서 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종합성과 일관성이 없는 대증요법중심의 운용방식이었습니다. 가령 물가가 오른다하면 매스컴에 부각이 되고 대통령이 요즘 같으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합니다. 물가를 안정시키라고 지시하는 광경이 TV에 비쳐집니다. 물론 대통령은 사석에서비서관을 불러 물어보고 지시하기도 하지만 이것을 공식적으로 회의를 소집해서 지시하는 것은 문민정부 들어서 처음 나타나는 광경인데 저는 보기 좋지 않다고 봅니다. 수석비서관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내각의 기능을 죽이는 꼴이 됩니다.대통령은 경제전문가가 아니니까 다만 대통령이 경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을 보이기 위해 그런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경제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기의 지시가 뭐를 의미하는지 알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관료의 세계에서는 다 아시다시피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면 뭔가를 해야죠, 안할 도리는 없습니다. 여러 가지를 궁리한 끝에 무엇을 강화하고 척결하고 불허하고 동결한다는 식의 강성어법을 사용하는 대증요법이 나오게 됩니다. 물가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인상을동결한다, 경기진작을 위해 특별자금을 방출한다, 국제수지를 위해여행 환전액수를 제한한다는 식입니다. 제가 다 하던 일입니다. 그래서 원흉은 사실 우리세대에 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따지고 보면 그런 문제들이 왜 일어나느냐, 그것은 거시정책의 틀이 안정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거시정책의 틀이 제대로 돼 있으면 물가상승같은 것이 잘 일어나지 않고 최소한 덜 일어납니다.선진국의 거시정책을 가져야 합니다. 누가 뭐라해도 건전한 틀을움켜쥘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입니다. 뭐냐 대부분이 통화정책에 관한 것입니다. 통치구조에서 오는 교란요인을 제거하는길은 통화신용정책의 알려진 준칙을 고수하는 국가기관, 즉 독립적인 중앙은행을 들 수밖에 없습니다.◆ 무능한 정치가 ‘도덕론’ 강조한다통치구조에서 오는 교란요인이라고 했는데 재무부와 기획원이 통합해서 재경원이 됐습니다. 요즘 부총리는 재무장관 노릇만 할 겁니다. 경제전체를 통괄하는 조정자의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우선 할래야 시간이 없을 겁니다. 대통령선거 때마다 선거공약 나오고 국회압력받고 각부처의 압력받고 요새는 지방자치가 되니까자치단체의 압력까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총리가 압력을 어떻게 소화해낼 수 있겠느냐, 그러기 위해서도 우리는 독립적인 중앙은행을 만들어야 합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강화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중앙은행이 정부의 압력을 거부할 수 있는 독립성이 있는 나라일수록 인플레율이 낮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이 어떻습니까. 긴말 제쳐놓고 우리나라에 한국은행이 창설된 이후 임기를 마치고 나간 총재가 네사람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있겠습니까.다음으로 정부사업에 대한 얘깁니다만 시간이 없으니 치우고 지도자의 리더십을 봅시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민주화시대에는 정책추진이 원활할 수가 없습니다. 이해집단의 압력이 있고 정당의 정략적인 반대가 있고 신문은 잘해야 양비론적 비판밖에 하지 않습니다.그러나 이런 민주체제하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지도자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마이어수상, 미국의 루스벨트, 일본의 요시다 시케루, 영국의 대처수상, 특히 전후 일본의 지도자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고 봅니다. 공산당이 합법화돼 있고 그야말로 파란만장의 파노라마였습니다. 공산세력의 혁명운동 있죠, 노조는 임금만 아니라 정치운동을 하죠, 지식인들은 좌경화돼 있죠, 학생운동 심하죠. 그런 가운데도 요시다수상은 내각이 네 번 쓰러지고도일본경제대국의 터전을 만들었습니다.훌륭한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동서고금의 지식인들이 지도자에게 다음과 같은 자질을 요구하고 있는 것같습니다. 첫째로 앞서도 지적했지만 지도자는 나라를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를 확실히 알고 그에 대한 정열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둘째로 지도자는 식견이 있어야 한다. 전문적 지식은 아니더라도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그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에 대한일반적 개념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또 국내문제를 전체적으로파악할 수 있는 능력과 이를 해결하는데 있어 우선순위의 감각이있어야 합니다. 셋째로 지도자는 사람을 쓸 줄 알아야 합니다. 널리 야(野)에서 사람을 구하고 그를 통해서 자신의 경륜을 펴나가는겁니다. 넷째로 지도자는 통솔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조직을 통솔하지 못하고 조직을 부릴 수 없다면 거꾸로 조직이 그를 부리게 됩니다. 다섯째로 국민을 설득하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여섯째로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해득실을 빨리 알아차리고 결단을 내려야 지도자는 승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때로는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안한다는 결단이 더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끝으로 지도자는 청렴하고 덕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형편에서는 가장중요한지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은 높은 도덕성을 지니지만 남을설교하려 들지는 않습니다. 대체로 정치에 도덕론을 끌어들이는 정치가는 그것으로 자신의 무능을 가리려하거나 혹은 자가당착에 빠지기가 쉽습니다.아마도 이런 자질을 고루 갖춘 지도자는 보기가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난국에 처한 국민들은 위와같은 조건들을 생각하면서다음의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이상으로 제 말씀을 그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