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68호 (1997년 03월 25일)

보험중개인 수험생 '속탄다'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9

경기도 광명시에서 학원강사를 하고 있는 서영만씨(35). 그는 보험중개인이 고소득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인기직종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언론보도를 접한후 시험준비에 들어간 자신의 결정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14일까지 보험연수원에서 주관하는 연수에 참여하면서 이 제도가 실상보다 과대포장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보험업계 경력이 전무한 서씨는 오는 5월말실시예정인 손해보험중개인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 2주간의 연수과정을 먼저 이수해야 했다. 서씨와 똑같은 생각을 가진 8백20여명이 3차례에 걸쳐 연수에 참가했다. 대부분 『자격증을 취득하면 자기사업을 하면서 고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들어왔다.대학생(7%)과 무경험자(57%) 등 직업도 다양하다. 국내에서 영업중인 외국계 보험중개회사인 알렉산더 앤드 알렉산더사(A&A·미국)와밀러사(Miller·영국) 시이 헬쓰(C.E Health·영국) 등의 한국지사직원들도 참가했다.

◆ 손해보험중개인, 첫시험 5월말 실시 예정

정작 문제는 연수과정에서 발생했다. 언론보도에 나타나지 않았던문제점들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면서 보험당국자의 준비부족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시험을 불과 두달여 앞두고도 선발인원이 몇명인지, 시험문제의 난이도는 어떠한지 그리고 보험중개인의 영업범위에 대해 정부당국의 입장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밖에도 일반연수과정을 면제받는 보험업계 5년이상 종사자들은 과연 몇 명이나응시할지도 궁금했다. 강사들에게 질문해도 4월초 시험공고가 나면자연히 알게 될 것이라는 답변만 나왔다.서영만씨가 혼란속에 준비중인 보험중개인제도는 영국이나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보험판매조직이다. 특정 회사에 소속돼서 그 회사상품만 판매해야 하는 보험설계사나 대리점과는 달리 모든 보험회사의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최소 3개 이상회사와 거래해야 한다. 또한 보험가입자의 위험도와 가입금액에 따라 보험요율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기존에는 회사가 일률적으로 정해 준 보험요율에 따라 판매해야만 했으나 보험중개인은자신의 판단으로 재량껏 조정할 수 있다.

이번 첫시험은 정부가 지난 95년 11월 OECD 보험위원회에서 「보험시장자율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보험중개인제도를 도입키로 한 약속에 따른 것이다. 재정경제원 보험제도담당관실 한 사무관은 『정부가 인가한 상품을 일률적인 요율에 따라 판매하던 상황에서는 보험중개인제도가 불가능했다』면서 『최근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보험상품개발과 상품가격결정의 자유화 추세에 따라 보험회사로부터 독립된 위치에서 소비자에게 다양한 상품정보를 제공하고 가격협상을 중개해 줄 필요성 때문』이라고 도입경위를 설명했다.올해는 손해보험중개인 시험만 실시하고 98년부터는 인보험중개인시험도 함께 치른다. 시험과목은 보험업법, 회계원리, 자동차보험,상해보험, 특종보험, 화재보험 등 모두 16개다. 총 4백점 만점에과락(40점 이하)없이 평균 60점을 얻으면 합격선에 들어간다.서영만씨와 연수과정을 함께 이수한 홍유식씨(삼성화재 대리점운영·45)는 『연수원생들 사이에서는 일반연수 면제자까지 포함할 경우 응시자가 2천에서 3천여명, 합격자수는 지난해 1백여명을 첫선발했고 올해도 40여명을 뽑은 일본의 예를 감안하면 최대 1백여명선이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들려줬다.이같이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도 보험중개인 자격증이 당장 「떼돈」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보험업계 경험이 부족한 일반인이 합격한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심지어 업계 일각에서는 기존 보험영업망에 새로운 판매조직이 하나 더 추가되는 정도로평가절하한다.

◆ 개인 1억원, 법인 3억원 예탁해야

우선 보험중개인이 기존 보험영업조직과 경쟁할 수 있는 화력이 미약하다. 보험요율 협상권과 모든 회사의 상품을 취급하는 장점을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아직 확립돼 있지 않다. 또한 개인 1억원, 법인 3억원 이상의 영업보증금 예탁금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보증보험증권으로 예탁 가능하다고 하나 이 경우에도 재경원은50%만 인정해 주고 있다. 즉 개인이 보험중개인 영업을 하려면 2억원 짜리 보증보험증권을 매입해야 한다. 매년 거래금액이 증가할때마다 영업보증금을 늘리는 것도 불만의 대상이다.또한 2주간의 일반연수만으로는 보험중개인 영업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얻기가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4일 연수를 마친 정승규(26·홍익대 금융정보학과 4년)씨는 『보험중개인이 모든 회사의상품을 비교해서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것을 추천해 주려면 무엇보다 보험에 관한 전문지식이 요구된다』면서 『그러나 2주간의 일반연수만으로는 체계적인 보험지식을 쌓기 힘들다』고 지적했다.그래서 정씨는 4개월 정도로 교육기간을 늘리고 보험중개인에 대한법적권한을 명시해 줬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을 피력한다. 서영만씨도 『기존 보험업체 조직과 경쟁을 해야하는 만큼 이들보다 훨씬보험지식이 풍부해야 하고 경험도 다양해야 한다』면서 『합격하더라도 당장 개인사무소를 내기보다는 외국브로커회사에 취직해서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보험중개인제도가 시행될 경우 상당한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보험시장이 공급자시장에서소비자시장으로 전환된다는데 있다. 즉 보험가입자는 자신의 위험에 적합한 상품에 가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요율 협상폭도넓어졌다. 역으로 보험중개인을 잘못 선택할 경우 이에 대한 대가도 톡톡히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모집이나 대리점으로 인해 입은 피해는 보험회사에서 보상해 줬으나 앞으로는 이를기대하기 힘들다. 보험중개인이 판매에 따른 책임을 지게됨에 따라배상능력이 부족한 중개인을 만날 경우 손해를 감내해야만 한다.보험중개인 제도의 도입은 특히 손보업계의 기존 영업망에 변화를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보험중개인이 주로 선박이나 화재 항공 운송보험 등 대형 기업성 보험을 취급하는 외국의 예처럼 국내 보험중개인도 이같은 상품에 눈독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또한 보험상품판매 패턴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혈연 지연 학연 등에 의존하던 판매방식에서 점차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요소에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보험회사들은 신제품개발과 보험요율 결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가격경쟁에 뛰어들 수 없는 하위 손해보험업체들의 M&A설이 흘러나오는실정이다.여하튼 보험중개인시험에 쏠리는 세인의 관심만큼 도입취지에 걸맞는 역할을 수행하려면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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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