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은 보통사람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끼치는 사회과학의 꽃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경제학자들은 동일한 현상에 대해서도 일치된 견해를 보이지 않는다.때로는 부적절하거나 그릇된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패러독스는 무엇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물론 경제학자들이 항상 서로 다른 의견만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경제에서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는 가격의 역할이나 자유무역이 가져오는 이득에 대해서는 공통된 의견을 보인다. 또한 최저임금을 너무 높게 책정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경제학자들은 일치된 견해를 나타낸다.패러독스의 원인을 서로 다른 견해를 과장하려 하는 경제학자들의일반적인 성향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학자들이 창출해낸 여러 가지 경제논리를 실제로 사용(또는오용)하는 주체는 경제학자가 아니라는 점이다.특히, 경제학자의 아이디어를 빌려쓰는 몇몇 정치가들은 경제논리를 의도적으로 왜곡시키기도 한다. 정치가들의 이러한 의도를 간파하기란 쉽지 않지만, 오용된 경제논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형태를 띤다.경제학의 일반적인 교훈은 모든 경제정책은 최소한 두 가지의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경제정책을 평가할 때 동전의양면을 두루 살핀다. 경제는 고무풍선과 같아 어느 한 쪽을 누르면다른 곳이 부풀어 오를 수밖에 없다.이에 반해, 정치가들은 동전의 다른 면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곤 한다. 이는 발표된 경제정책이 좋은 뉴스인지 또는 그렇지 않은지를혼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정책의 유리한 측면만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오용된 경제논리의 구체적인 모습은 다음과 같다. 통상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이자율 상승은 나쁜 뉴스로 인식된다. 동전의 한면만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자율의 상승은 차입자에게는 부담을 주는 뉴스지만, 저축자에게는 희소식일 것이다.마찬가지 이유로 주택가격의 하락도 종종 나쁜 뉴스로 인식된다.기존의 주택소유자나 건설업자에게는 불리하다. 하지만 주택을 처음으로 구입하는 이에게는 물론 반가운 소식이다.수입관세의 효과를 평가함에 있어서도 경제논리가 오용되곤 한다.관세의 부과는 관련 산업의 생산자와 근로자에게는 유리하지만, 다른 분야의 근로자와 일반 소비자에게는 불리하다.또한 무역수지의 흑자는 좋은 것이고 적자는 나쁘다는 인식도 잘못이다. 무역수지 흑자국의 소비자들은 필연적으로 소비생활의 최적화를 이루지 못한다. 반면 무역수지 적자가 소비지출보다는 장기적인 투자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이를 우려할 이유는 크지 않다.재정정책의 유효성을 논박하는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도마찬가지다. 정부부문의 지출증가는 민간부문의 투자재원을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국민총생산 증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는게통화론자의 주장이다.오용된 경제논리의 또 다른 유형은 원인과 결과의 혼동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착각의 전형적인 예는 통화가치의 불안정이 그들의 잘못된 금융정책에 기인함을 인식하지 못한채 소로스(GeorgeSoros)와 같은 자금시장의 투기자만을 탓하는 정책담당자의 단견에서 쉽게 드러난다. 자금시장의 투자가 또는 투기자들이 정책담당자에게 현행 금융정책을 변경하여야 한다는 암시를 종종 전해준다는점을 감안할 때, 원인과 결과의 혼동에 기인하는 경제논리의 오용은 평화의 사자를 죽이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과 같다고 할만하다.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경상수지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조기유학에 따른 외화의 송금을 금지하겠다는 발표가있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인과의 오류를 자주 범하면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