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제 68호 (1997년 03월 25일)

문화전쟁 첩보 보고서

문화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데 아직도 정치와 사회문제에 매달려 있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고 답답하다.문화전쟁의 첩보전이 시작된다면 한국내에서 암약하는 적국의 첩자는 다음과 같은 정보 보고서를 본국에 타전할 것이다.한국은 앞으로 전개될 문화전쟁에 관한 한 거의 무방비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내 많은 인사들이 이러한 위험성을 자주 경고하여 왔지만 실질적인 전략이나 준비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잘 산다 또는 선진국이다라는 기준이 아직은 물질에 의한 것만으로만 판단하는 국민 다수의 의식도 문제이나 국가정책의 수립과정에서도 말뿐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정책 우선 순위에서도 문화는 항상최하위에 있어 공격 준비중인 우리에게 전혀 위협 요인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문화부문의 인적자원과 인적투자에 관한 한 한국은 문화정책의 강대국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전체적인 교육수준은 세계적으로 우위에 있으며 문화유산 역시 5천년 역사와 단일 민족국가의 특성상 월등하게 우월한 위치에 있다.

◆ 문화가 국가 경쟁력 좌우하는 시대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인물을 다수 배출하고 있으며 매년 대학교육까지 받은 우수한 인력들이 각 분야(음악 문학전통문화 미술 무용 신문 방송 디자인 건축설계 등)에서 수만명씩배출되고 있어 인적자원은 충분하다.그러나 활동무대의 제약으로 인하여 이러한 문화자원들이 활용되지못하고 사장되고 있어 한국의 문화부문의 교육투자는 대단히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문화유산의 자원관리는 아직 초보단계에 있다. 많은 문화유산이 현대적 문명과 조화되지 못하고 사장되거나 훼손되고 있다.예를 들어 한국 고유의 의복인 「한복」은 평상시에는 사용되지 않고 입기 불편한 하나의 예복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일부에서 생활한복 입기를 권장하고 있으나 그 실천 방안이 구체적으로 확산되지못하여 일시적인 캠페인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대단히 우수한문자인 한글은 잘 지켜지고 있으나 밀려오는 외래어를 모두 소화하지 못하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특히 장래의 한국을 책임지게 될 젊은 세대들은 한국어 상호나 상품은 어딘지 촌스럽다고 생각하고 외래어로 되어야만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글자는 남아도 말은 없어지는특이한 경우의 국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들의 압력으로 관련법규들만 개정된다면 거리의 간판은 모두 영어나 기타 외국어로 바꿀 수도 있다.

문화공간의 유지관리 역시 소홀하여 취약점이 노출되고 있다. 정부혹은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문화예술을 위한 공간의 운영은 관객의편의보다는 관리의 용이성이 더욱 강조되는 경우가 많아 부속 편의시설도 공연 이외에는 이용하기가 불편하여 만남의 공간으로는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이러한 많은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아래의 징후들이 포착될 경우에는 한국의 문화시장 공격결정은 신중해야 한다.첫째 대통령이 자주 한복을 입고 등장하거나 젊은이들이 한글로 된상호나 상품을 외제품보다 더 선호하게 될 때둘째 문화담당 정부부서의 예산이 체육부문의 그것을 초과하고 대학의 입시과목에 전통문화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어 진학에 영향을미치게 될 때셋째 문화예술 행사의 입장권이 매진되는 횟수가 많아지고 기업들이 문화행사에 협찬경쟁을 할 때넷째 우수한 한글을 잘 지키고 국어순화운동으로 외래어 등을 무난히 소화해 낼 때마지막으로 TV에서 문화예술을 주업으로 하는 제작사 기획사 화랑중 하나가 5백대 기업에 진입하거나 상장될 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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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