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수상은 지난 1월 LA와 도쿄를 방문했다. 10일간의 출장기간 동안 그는 정보기술 산업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실리콘 밸리, 영화산업의 천국인 할리우드, 1969년 인터넷이 탄생한캘리포니아 대학을 방문했고 도쿄에서는 오쿠라 호텔에 머물며 각각 LA 컨퍼런스, 도쿄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마하티르 수상이 이곳에서 컨퍼런스를 연 목적은 한가지, 말레이시아에 세우는 「멀티미디어 슈퍼 코리도어(MSC, Multi-media Super Corridor)」를 전파하기 위한 것이었다.미 스탠퍼드대학에서는 28명의 세계적인 유명인사를 모아놓고MSC의 설계 및 건설을 위한 고견을 청취했다. 소위국제고문단(IAP, Int’l Advisory Panel)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기구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를 비롯, 소니, 모토롤라, 넷스케이프, 애플, 휴렛 패커드, IBM, NT&T,지멘스, 벡텔,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 정보통신기업들의 총수와 LG 그룹의 구본무 회장 등이 포함되어있다.개발도상국의 수상이 할리우드 스타들보다 만나기 힘든 28명의 세계적인 지도자를, 특히 사업 성격상 경쟁이 되어 서로 피하기도 하는 회사의 대표들을 전부 한 테이블에 모아 고문단을 만든 것은 실로 대단한 역량이라하지 않을 수 없다. 마하티르 수상은 진정 세계적인 슈퍼 세일즈맨으로서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그는이 회의에서 『말레이시아는 이 세계가 산업화시대에서 정보시대로넘어가는 다리로서의 MSC를 건설해 이 세계에 선물로 제공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멀티미디어자격 갖춰야 입주말레이시아가 구현하고자 하는 MSC란 무엇인가. 지금은 전자우편을통해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수신인에게 자기의사를 전달할 수 있고인터넷에 들어가면 알고 싶은 정보를 얼마든지 찾아내고 전달할 수있다. 손가락 하나로 전자쇼핑하는 것도 일부 시행되고 있고 본격확산도 시간 문제다. 청각 시각 및 촉각을 PC에서 느낄 수 있는 시대도 멀지 않았다. 바야흐로 통신 기술, 방송기술, 컴퓨터 기술이통합된 멀티미디어시대가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시점이다.그러나 빌 게이츠는 그의 저서 <미래로 가는 길 designtimesp=4687>에서 이는 앞으로올 정보고속도로 시대의 초보단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진정한 멀티미디어시대를 만들기까지는 법적, 제도적인 문제, 전자결재의 안전 및 보안문제, 소프트웨어의 개발 등 검토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특히 정보고속도로를 건설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데, 어느 몇개 기업이 투자하기에는 역부족이고 세계 여러나라가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빌 게이츠가 마하티르 수상에게 자문을 해주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세계 최초로 멀티미디어를 시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건설하겠다는것이 MSC이다. 첫째는 물리적인 인프라로서 말레이시아 수도권 지역에 사방 15㎞, 50㎞의 회랑(코리도어)을 만들어 녹림의 인텔리전트 도시를 건설하고 행정수도를 이전해 문서없는 전자정부의 효시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이 회랑의 북쪽에는 비즈니스 센터로서세계에서 제일 높은 쌍둥이 인텔리전트 빌딩이 세워지고 있고 남쪽끝에는 80대의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동남아 최대의 공항이98년초에 개통된다. 지역내에는 고속도로 경전철 고속전철 등을 종횡으로 건설, 물류 네트워크도 완벽하게 갖춘다.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이곳에 멀티미디어 자격을 갖춘 업체를 입주시켜 명실상부한 「사이버 타운(Cyber Town)」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정보기술은 고도의 창의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어쩌면 콘크리트숲의 대도시보다는 준처녀림속에서 정글욕을 즐기면서일하는게 더 효과적인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둘째는 제도적인 인프라건설로서, 정보시대에 맞는 사이버 법제·규칙, 디지틀 서명법, 사이버 범죄를 단속할 수 있는 규제조치 등멀티미디어 종합법을 제정한다. 멀티미디어 대학을 설립하고 모든학교에 인터넷을 연결해 기술 인력을 양성한다.셋째는 정보 인프라다. 이미 발사된 2대의 통신위성외에 전국적으로 광섬유케이블을 연결한다. 통신공사는 2005년까지 50억링기트(약 1조7천억원)를 투자해 구리선보다 통신속도가 1조배나빠른 10기가비트의 광섬유를 깔겠다고 발표했다.마지막으로 96년에 설립한 멀티미디어 개발공사의 지점을 실리콘밸리 도쿄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10곳에 설치해 멀티미디어 업체에「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그러나 이 지역에 아무나 입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멀티미디어자격을 획득해야하며 대신 그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부여해준다. 신청 자격은 첫째 스마트 카드 제작업체로서 주민등록증여권 운전면허증 신용카드 등을 하나의 카드 속에 넣은 전자지갑같은 카드를 제작하는 기업을 말한다. 말레이시아는 98년에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둘째로는 문서 없는 전자정부를 실현할 수 있는 정보기술을 가진업체로서 각 부처간의 행정처리는 물론 Kiosk, WWW, 홈페이지, 스마트 카드 등을 통해 민원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를말한다.셋째는 원격진료(Telemedicine) 기술업체로서 시골병원 도시병원등을 연계하고 세계의 저명한 의사들의 진단과 치료를 멀티미디어통신망을 통해 받을 수 있는 H/W, S/W 개발 업체를 말한다. 넷째원격시장과 원격 A/S 체계를 갖춰 미국 일본 유럽의 기업들이 아시아 시장에 출장오는 횟수를 줄이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업체을 말한다.◆ “국적 관계없이 마음대로 사업해라”다섯째로는 생산비용이 높은 선진국에서 제조설비를 비용이 저렴한동남아로 이전하고 원격 디자인, 원격 엔지니어링하기를 바라는 업체를 유치하겠다고 한다. 여섯째로는 정보기술 R&D 센터의 유치 등이다.이들 업체에 돌아가는 혜택으로는 우선 10년간에 걸친 법인 소득세면제를 들 수 있다. 1백% 외국인 주식 지분을 허용하고 외국인 명의로 부동산 구입을 허용하며 사이버법상 지적재산권도 보호해준다. 검열없이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외국인력도 제한없이 고용비자를 발급한다. 즉 국적에 관계없이 마음대로 사업을하라는 얘기다. 현재 NT&T, 마이크로소프트, BDM INT’L, 실리콘그래픽스, 미디어 슈퍼코리도어, Tod AO 등 4백여개사가 멀티미디어 자격을 신청했고 마이크로 소프트사는 아예 동남아 지역 본부를콸라룸푸르로 옮겼다.제1회 국제고문단회의에서 고문들이 마하티르 수상에게 멀티미디어산업의 요소를 뚜렷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듯이 위의 카테고리가 제대로 설정된 것인지 아직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한일 초고속 위성통신 공동 추진계획」에 따라 한일간에 설치할1백55메가비트보다 용량이 훨씬 더 큰 10기가비트의 인프라를 깔아놓으면 선진국 투자가들이 몰릴 것은 자명하다.말레이시아는 더 이상 천연자원 수출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지않다. 공산품 수출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산업국이다. 지금 인건비 상승, 후발 개도국 추격 등으로 비교우위가 떨어진 시점에서MSC라는 인프라를 개발해, 뛰어들면 확실하게 돈을 벌수 있다는 정보산업을 유치하고 있다. 10년전에는 제조기술을 갖고 있는 일본기업을 주로 유치했지만 이제는 정보기술의 원조인 미국기업과 이를잘 상용화시키는 일본 기업을 동시에 잡아당기고 있다.치열한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국가경제의 틀을 설계하는 마하티르 수상이 있는 나라, 지난 9년동안 8% 이상의 경제성장을 거듭하며 3% 수준의 물가 안정을 이룬 나라. 좋은기업환경 속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말레이시아 기업들이, 부모 잘만난 덕에 윤택하게 사는 자녀들 같아 부럽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