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거대 컴퓨터회사에 도전하는 몇몇 회사들은 지난해부터 『소프트웨어와 각종 데이터를 저장한 중앙컴퓨터에 단말기만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컴퓨터(NC)가 곧퍼스널컴퓨터(PC)를 압도할 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올해이 회사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실현시키려 할 것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주장의 근거는 네트워크컴퓨터는 PC보다 저렴할 뿐 아니라 유지비용도 싸다는 것이다. PC에 대한 유지보수, 교육훈련비용 등이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기업들에 이것은 상당히 솔깃한 주장일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주장이 그렇게 근거가 확실한 것은 아니다.네트워크컴퓨터의 이 점을 강력하게 홍보하는 사람들은 오러클의래리 앨리슨과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스콧 맥닐리, IBM의 로 거스너등이다. 이들은 PC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을제외하면 가장 큰 컴퓨터회사들의 사장이다. 이들은 예전에 PC가거대컴퓨터가 장악하던 시장을 완전히 뒤바꿨듯이 네트워크컴퓨터도 PC의 시장장악을 일거에 깨뜨릴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오러클과 선, IBM은 또 이 과정에서 네트워크 시스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서버, 중앙컴퓨터를 각각 신형으로 출시해 이익을 챙기겠다고 벼르고 있다. 물론 이런 주장에 가장 강력하게 맞서고 있는회사는 예측했던 대로 마이크로소프트다. 이 회사는 PC가 퇴조한다면 가장 큰 손해를 입을 회사다.네트워크의 장점을 내세우는 세 회사는 우선 컴퓨터 가격이 5백달러가 채 안된다며 저렴함을 부각시키고 있다. 5백달러라면 일반PC가격의 1/4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네트워크컴퓨터는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데 이 중 일부를 선과 IBM이 만들고 있다. 하지만 사무용으로 쓰려면 아주 싼 것이라도 1천달러는 줘야 하므로 가장 싼PC의 가격과 차이가 없다. 컴퓨터 가격이 본질적인 쟁점은 아니라는 말이다.그 대신 논쟁의 초점은 컴퓨터의 유지운영비용에 대한 것으로 옮아가고 있다. 오러클과 선, IBM은 카트너그룹같이 비교적 인정받고있는 컨설팅회사의 수치를 인용하고 있다. 조사결과를 보면 일반적인 회사들이 PC를 사용하면서 유지비용과 훈련, 기회비용 등을 포함, 연간 1만3천달러 이상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대로라면 PC 자체의 가격은 5년동안 할부납입한다고 할 때 겨우 전체의5%에 불과하다.◆ NC, 유지비용 저렴하나 고가의 서버 등 사용해야반면 네트워크컴퓨터의 유지비용은 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오러클은 PC를 네트워크로 바꾸면 원가를 80% 줄일 수 있고 아울러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지난 15년동안 수십억달러를 PC에 집중투자했지만 생산성 증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을 갖기 시작한 기업가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그렇다면네트워크컴퓨터가 PC보다 사업에 실제로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을까?운영비용에 대한 세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많은 돈을 절약할 수있다는 주장과는 달리 네트워크컴퓨터는 잘 갖춰진 PC를 사용하는것과 별다른 비용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PC를 네트워크로 바꾸는 비용을 포함하면 단기적으로는 네트워크컴퓨터에 더많은 돈이 든다. 네트워크컴퓨터가 장점을 갖고 있긴 하지만 PC를네트워크로 바꾼다는 사실 자체는 그렇게 비용절감의 효과를 보지못한다는 말이다.그 이유를 살펴보자. 사무실용 네트워크컴퓨터에 들어가는 연간1만3천2백달러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세가지 중요한 요소가 포함된다.이 금액중 21%는 본체와 단말기를 연결하는 주변장치들을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이다. 36%는 관리비용이다. 여기에는 컴퓨터 시스템의비용에서부터 컴퓨터의 기종과 운영범위를 결정하는 관리자에게 들어가는 비용도 포함돼 있다. 나머지 43%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인데 카트너가 말한 대로 「사용자가 컴퓨터를 조작하는 행위」에서 소모되는 비용이다. 대부분의 경우 생산성의 상실은 사용자가 컴퓨터를 조작하거나 스크린상의 아이콘을 재배치할 때, 또 게임 등 컴퓨터로 업무와 관계없는 일을 할 경우에 일어난다.이 세가지 요소를 정리하면 네트워크컴퓨터가 일반적인 PC보다 더싼 이유는 소프트웨어와 정보를 저장하는 기능을 중앙컴퓨터나 서버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PC네트워크의 서버가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고 PC를 프린터에 연결하는 수준인데 비해 네트워크컴퓨터의 서버는 처리속도가 더 빠르고 용량도 크다. 그러자면 당연히 서버와 단말기를 연결시켜 주는 네트워크 장비는 더 강력해야한다. 이렇게 되면 값이 더 비쌀 수밖에 없다. 네트워크컴퓨터를설치해 절약한 비용을 이처럼 네트워크시스템과 서버의 비용으로도로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네트워크컴퓨터가 관리비용을 줄인다는 두 번째 주장은 더욱 그럴듯하다. 소프트웨어가 중앙컴퓨터에만 저장되기 때문에 관리자들이시스템을 손쉽게 감시할 수 있다. 컨설팅회사 인풋은 단일 시스템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PC라면 25개밖에 관리할 수 없지만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사람은 1백개의 네트워크컴퓨터를 감시할 수 있다고추정한다. 이렇게 되면 기계당 1년에 3천4백달러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계산이다.그러나 인풋은 네트워크컴퓨터를 도입하는데 들어갈 다른 관리비용을 계산에 넣지 못했다. 시스템관리자의 업무중에서 적어도 1/4은단말기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와 중앙 서버를 관리하는일이다. 여기에다 PC를 네트워크컴퓨터로 교체하는 데는 이 비용의배가 든다. 단말기 하나당 1천달러 이상이 드는데 이는 전체 비용절감액중 적어도 1/3을 까먹는 요소다.사실 기업들이 이런 비용을 줄이는 보다 손쉬운 방법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운영체제인 윈도즈95를 도입함으로써 기존 PC의 소프트웨어를 최신형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럴 경우 컴퓨터를 유지하고관리하는데 사용자 1인당 연간 5백달러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카트너는 계산하고 있다. 그리고 곧 나올 마이크로소프트의 NetPC처럼비용을 최대한 절감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관리기법을 채택하면1년에 관리비용 1천∼1천2백달러 정도를 추가로 절감할 수 있다.카트너는 순수한 네트워크컴퓨터와 NetPC간의 비용차이가 겨우12%정도로 1년에 1천6백달러 정도일 것이라고 추정한다.이 정도의 차이는 기존 PC의 소프트웨어 대부분을 쓸모없게 만들면서까지 회사의 전체 컴퓨터 시스템을 네트워크로 완전개조하는데드는 비용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지 못한다. 잘 관리된 PC 시스템과 네트워크컴퓨터간의 비용차이는 아주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또 네트워크컴퓨터로 바꾼다고 해서 반드시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네트워크컴퓨터는 보다 간단하다. 1세대로 불리는것은 E-메일 프로그램이나 웹브라우저, 특정 인터넷 소프트웨어 정도만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따라서 이것을 사용하면서 만족을 느끼거나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네트워크컴퓨터가 배우기도 더 쉽고 CD-롬드라이브나 플로피드라이브가 없기 때문에 사용자가 일할 시간에 몰래 게임을 하는 등 엉뚱하게 시간을 때울 위험이 적기는 하다.◆ PC 사용자, 단말기 제어로 창조적·효율적 업무 가능그러나 생산성은 산출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카트너는 노동자들이적절한 일을 하지 못하고 PC에 홀려 잃어버리는 생산성을 돈으로환산하면 연간 약5천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고 묘사한다. 그러나 이런 식이라면 작업장에 비치된 정수기의 비용도 기만달러 정도가 될것이다. 이따금씩 자신의 PC에서 지뢰찾기 게임을 하는 노동자 앞에다 네트워크컴퓨터를 놓아 둔다고 해서 그가 하루종일 열심히 일한다는 보장은 없다. 네트워크컴퓨터가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면 생산성이 감소될 기회는 훨씬 더 많다. PC가 중앙컴퓨터보다 나은 점은 스크린앞에 앉은 사람이 컴퓨터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것이다. 사용자는 단말기 스크린을 컨트롤할 수 있으므로 좀 더 창조적이고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 컴퓨터를 자신의 의도대로제어할 수 있었던 사용자들은 메인 컴퓨터에서 일방적으로 단말기를 켜고 끄고 하는 네트워크 방식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컴퓨터를 잘 알지 못하는 관리자가 컴퓨터에 대한 통제를 하던 방식이 현장에서 직접 사용하는 사람들이 컴퓨터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게 된 것은 PC혁명때문이었다. 만약 네트워크컴퓨터가 도입되면 이 관계는 다시 역전될 것이다. 네트워크컴퓨터와 PC간의비용차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사무용 컴퓨터의 미래를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관리자와 사용자 양자간의 이러한 파워게임의 결과에 좌우될 것이다.「Weighing the case for the network computer」 Jan. 18, 1997The Economist,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