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시장 형성…방문교사제·공부방 운영 등 쟁탈전 치열

서울 목동에 사는 전업주부 임사임씨(32). 정보통신업체에 다니는남편과 다섯살난 딸(강보현), 두살바기 아들을 두고 있다. 유치원에 다니는 보현이는 세살때부터 학습지를 받아왔다. 모녀가 함께공부하는 학습지는 「곰돌이 웅진 IQ」. 경제적으로 큰 부담없는23만4천원의 연회비로 언어와 수리 등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3년째 구독하고 있다. 또한 딸애도 엄마와 같이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서 부담없이 받아본다.물론 『어려서부터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야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좋은 성적을 낼수 있다』는 욕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자녀수가 많은 것도 아니어서 딸애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능력껏 가르칠 생각이다.임씨의 이같은 생각은 자녀를 둔 부모의 공통된 심정을 대변한다.최근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10명중 4명은 자녀에게 과외를 더 시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죄책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세이상 취학전 아동의 77%가 유아원 유치원에 다니고있다. 국내 학부모들의 교육열기만은 세계 정상급임을 다시 한번확인해 준 셈이다.◆ 초등학생용 시장 대교가 선두이같은 교육열에 편승해서 국내 학습지 시장은 급속히 성장해 왔다. 음악이나 미술교육과는 달리 경제적 부담이 적기 때문에 저소득계층까지 가세하고 있어 시장규모가 거대하다. 시장규모가 2조원대에 육박한다는게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대교나 웅진 아이템풀 등 학습지를 통해 중견업체로 성장한 기업도 다수 있다. 80년까지만 해도 미미했던 국내 학습지 시장은 두번의 계기를 통해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첫번째가 전두환 정권의 과외금지조치였다.과외가 금지되자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학습지가 인기를 끌었다. 당시 웅진은 「헤임중학학습」과 「헤임고교학습」의 인기에힘입어 급성장할 수 있었다. 두번째 계기는 90년에 들어서면서 불어닥친 조기교육 열풍이다. 핵가족화와 조기교육열풍으로 취학전유아들과 초등학생용 학습지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유아와 초등학생용 학습지 시장이 전체 시장의 80% 가까이 차지한다. 특히 「적게 낳아 잘 길러 보자」는 젊은세대의 인식변화로 유아학습지 시장이 급성장하는 추세다.현재 업계에서 추산하는 학습지 시장은 2조4천억원 규모. 국어 영어 수학 등 과목별 학습지 시장이 1조5천억원으로 최대 규모다. 그다음이 언어와 수리력 사고력 등을 함께 다루는 종합학습지로 3천억원, 중고교생용 참고서가 4천억원, 입시학원이나 보습학원용 교재가 2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들 과목별 학습지와 종합학습지의주구독층은 유아와 초등학생. 1조8천억원 규모 시장의 거대한 구매세력이다.초등학생용 학습지 시장에서는 「눈높이 수학」「눈높이 국어」「눈높이 영어」등으로 유명한 대교가 선두주자다. 대교는 지난해4천1백억원의 매출에 2백9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는5천4백억원을 예상한다. 이밖에도 재능 공문 영교 웅진 등이1조8천억원대의 시장을 놓고 경합중이다.대교의 성공은 「눈높이 철학」이라는 독특한 기업이념과 「눈높이교사」라는 방문교사제를 업계 최초로 도입함으로써 가능했다. 대교 이기형 차장은 『학생위주로 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주부들이 공감했고 또한 과외교사를 둘수 없는 상황에서 교사들이 방문,단 10분이라도 학습진행상황을 확인해 준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성장원인을 분석했다.실제로 대교는 「눈높이 교사」의 자질향상과 관리에 적극적이다.4월말 현재 1만5천여명의 「눈높이 선생」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들중 40%가 평균연령 25세에서 27세의 대졸여성들이다. 월평균 급여는 1백20만원. 회사측은 매출원가의 65%를 방문교사들의 인건비로지출할 정도로 급여와 근무조건 등의 개선에 노력한다고 밝혔다.대교의 성공에 자극받아 대부분의 학습지 업체들도 방문교사제를도입했다. 이들 업체는 우수교사 확보와 이직방지가 사업의 성패를결정한다는 판단아래 방문교사 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 특히 계약직사원이 대부분인 방문교사들의 이직률을 낮추는데 적극적이다.웅진은 학생들이 찾아가서 배우는 「공부방」을 도입했다. 방문교사 1천여명과 함께 전국에 2천5백여개의 공부방을 운영중이다. 이창 웅진씽크빅 영어팀장은 『학부모들은 방문교사들의 잦은 교체를싫어하지만 평균 연령 25세의 방문교사들이 결혼이나 타직장으로옮기기 때문에 이직률이 높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이 찾아가서 배우는 공부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EQ 응용 상품도 등장대교가 방문교사제를 도입해서 초등학생용 학습지 시장에서 선두업체로 부상했지만 7세까지의 어린이를 겨냥한 유아학습지 시장은 아직 확실한 선두주자가 없는 상태다. 무주공산의 유아용 학습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간 경쟁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조기교육 열풍으로 유아용 학습지 시장은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유아용 학습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는 한솔교육. 91년설립된 이 회사는 3세미만의 유아를 겨냥한 「한글나라」가 빅히트하면서 회사설립 5년만에 지난해 6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매출액의 70%를 「한글나라」에서 얻었다. 올해도 1천5백억원의 예상매출액중 60% 정도를 이 제품에서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현재 회원은 10만여명.웅진도 「곰돌이 웅진IQ」로 생후 30개월에서 7세까지의 유아용 학습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3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지난해 1천6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채순 「곰돌이 웅진IQ」개발팀장은 『유아학습지에서 들어오는 현금은 기업 자금회전에 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유아들이 성장하면 백과사전이나 CD-ROM 등을구매하는 고객이 되므로 실제 매출 이상의 중요성을 띤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웅진은 앞으로 3세미만의 유아를 대상으로 한 종합학습지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최근 유아를 겨냥한 학습지 시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감성지수(EQ)를 응용한 상품의 출현. 전인교육에 대한 주부들의 요구에힘입어 등장했다. 대표적인 업체가 아이템풀인데 지난해 9월부터「열린2Q학습」을 시판하고 있다. 7만여명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대교도 유아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서지능(EQ) 진단검사지」를 개발, 시판하고 있다.유아용 학습지 시장의 급부상과 초등학생용 학습지 시장의 성숙단계 진입으로 특징지어지는 학습지 시장의 전망에 대해서는 상반된평가가 나온다. 교육투자는 경기를 덜 타고 학부모들도 가급적 교육비 지출을 늘리면 늘렸지 줄이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인 시장이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하지만 성장속도와 전망에 대해서는 상이하다. 대교의 이차장은 『향후 5년정도는 시장 전망이 좋아 그룹의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학습지시장은 이미 성숙단계에 진입했고 또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CD-ROM이나 원격화상학습시스템 등 경쟁매체가 등장하게 되면 성장속도 둔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웅진의 이팀장은『유아나 초등학생들에게 종이매체는 PC나 CD-ROM보다 훨씬 친숙하기 때문에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