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강한 맥동은 「미국의 지붕」으로 일컬어지는 콜로라도주에서도 꿈틀대고 있다. 덴버 국제공항에서 로키산맥의 고원을 따라시원하게 뚫린 25번 고속도로를 북쪽으로 70마일 정도 달리면 포트콜린즈라는 아담한 도시가 나타난다. 메인도로(댄필드 코트)에 들어서면 돌고래 두 마리가 함께 요동치고 있는 로고가 새겨진 심비오스로직사를 발견할 수 있다. 이곳이 바로 현대전자의 비메모리반도체 메카이다. 공장이라기보다 연구소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현대가 미국에 비메모리성지를 마련한 것은 지난 94년 11월. 미국AT&T사로부터 비메모리부문을 3억4천만달러에 1백% 인수하는M&A(인수합병)형식으로 이뤄졌다. 메모리에 편중된 반도체사업구조를 혁신적으로 개선해 초우량 반도체메이커(세계적으로 5위안에 드는)로 발돋움하려는 경영전략에 따른 것이었다.짧은 시간에 하이테크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이점만큼이나 투자위험이 큰 해외에서의 M&A방식이었지만 현대는 이미 알찬 투자결실을거두고 있다. 경영성적표를 들여다 보면 결실의 내용을 알수 있다.지난 94년 4억 4천만달러를 기록했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6억달러로불어났다.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세를 타고 있는 셈이다. 97년에는 7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이 기간중 국내 반도체산업은급속히 내리막을 타는 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미국에서 핵심적인 기업건전성지표로 활용되는 성장마진율은 지난해 38%로 인수당시보다 6%포인트이상 높아졌다. 그만큼 기업의 체력이 탄탄해지고 성장가능성이 커졌다고 볼수 있다.세전 경상이익률도 매출액의 6% 수준에서 12%로 개선시켰다.2천5백여 전 임직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각 부문에서 비용을절감한 덕분이라고 정창시 부사장은 소개했다. 정부사장은 이 회사를 3억4천만달러를 주고 인수할 당시에 사내에 유보된 현금자산은전무했다고 말했다. 사업부 형태의 조직을 인수했으니 재무관리 회계 등의 시스템이 있을리 없었다. 오직 실물자산과 보유특허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비메모리부문을 인수했던 것이다.그러나 이제는 유보된 잉여금과 회사실적을 바탕으로 파이낸싱을할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그 첫 작품이 지난해 콜로라도 스프링스공장에 8인치 웨이퍼 신규설비(Fab)를 도입한 것이다.1억5천만달러가 투입된 프로젝트였지만 현대의 보증없이 자력으로투자금을 차입할 수 있었다고 회사측은 소개했다.◆ 사람이 자산, 인간중심 경영단일 사업부가 현대에 인수된 이후 단시일내 어엿한 회사로 성장해재정적으로 홀로서기가 가능한 단계에 와있다. 사실 미국에서는 총자산의 20% 정도를 현금으로 갖고 있어야 우량한 기업으로 행세할수 있다. 물론 부채비율도 20∼30%를 넘지 않아야 한다. 아직은 이단계에 이르지 못했지만 심비오스도 조만간 이런 우량기업리스트에오를 수 있다고 전 임직원들은 확신하고 있다.심비오스로직의 경쟁력은 컴퓨터 등 다양한 통신제품에 필요한 로직(LOGIC)칩 등을 생산할 수 있는 하이테크 시스템관련 지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가 국내에서 비메모리반도체쪽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펼쳤으나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미국 등 선진기업에 비해 시스템 아키텍처에 대한 핵심기술이 부족했던데 따른 것이다. 일본 반도체 업체도 개인컴퓨터(PC)및 텔레컴장비쪽의 비메모리분야가 약한 것도 같은 배경으로 풀이할 수 있다.심비오스로직은 현대가 부족하다고 느낀 부문에서 앞서가는 세계적인 통신회사의 마이크로 일렉트로닉 부서(Divison)였다. 현대가 군침을 다시기에 충분했다. 국내에서 비메모리쪽 기술을 확보하는데상당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현대는 AT&T의 매각의사를확인하고 과감하게 베팅했다. 이 과정에서도 현대 특유의 추진력이발휘됐다. 다시말해 인수경쟁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경쟁사를 모두 제치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분명하게 얻어낸 것이다.심비오스가 생산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NCR, 시게이트, 선마이크로사, 퀄컴사 등에 주로 납품된다. 그만큼 비메모리쪽에서 명성을얻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풍부한 경험과 서비스 정신을 바탕으로 고객 밀착형 영업을 강화해 입지를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회사의 주요 생산품은 대용량정보처리 시스템의 입출력장치(SCSI) 주문형반도체(SSIC)부문으로 전체 매출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데이터 저장장치 등도 생산하고 있다.쉽게 말해 심비오스로직은 주인(오너)이 바뀐 후 물만난 고기처럼펄펄 날고 있다. 늦어도 내년까지는 기업을 상장시킬 정도로 양적질적으로 탄탄한 성장세를 타고 있다. 현대입장에서 보면 운이 따랐다고 볼수 있다. 기업의 인수합병 사례중 85%가 결과적으로 실패한다는 통계에 비춰볼 때 현대의 심비오스로직 인수는 대표적인성공 케이스로 꼽힌다.그러나 운만으로 해외 비즈니스를 성공시킬 수는 없다. 다른 비결이 있게 마련이다. 현대도 심비오스로직을 인수한 이후 무리없이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다. 첫째로 심비오스의 독자적인 사업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에 힘썼다. 현대 전체 계열사의 97.8%에 「현대」이름이 들어가 있지만 현지인의 노하우와 기술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회사명을 독자적으로 만들어 줬다. 전략적 제휴는 하지만 비즈니스는어디까지나 별도라는 원칙을 계속 지켜갔다. 내용적으로 1백% 현대회사이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비춰지도록 하는전략을 썼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실리콘 안에 핵심 노하우가들어가 있는데 혹시 기술이 유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희석시킬수 있는 다양한 이점이 있었다. 인수후 현대전자에서 파견나가 있는 주재원이 정창시 현대전자이사와 박종칠차장 단 두사람이라는점에서 현지화의 정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신속한 의사결정 강점다음으로 하이테크 비즈니스의 성패는 사람자산에 달렸다는 인식아래 인간중심의 경영을 펼쳤다. 극동의 작은 나라 코리아로 회사가넘어갔다고 불안해 하는 직원들이 안정을 되찾도록 참신한 회사의비전을 제시하는 등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동기유발을 위해 전종업원을 대상으로 기업공개를 전제로 스톡옵션제를 도입했다. 기업의 성공은 전종업원의 보람이며 이것이 곧 현대의 성공이라는 논리를 자연스럽게 심어줬다.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로열티가 높아졌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9년이 될 정도로 근무만족도가 큰편이다.그러나 현지화가 독자경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큰 틀(경영전략)은 현대전자의 경영진들이 참여하는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1년에 4번 열리는 이사회의 의장은 정몽헌 전자회장이 맡고 있고 김영환사장 등 현대측에서 4명이 참여하고 있다. 또 현지에서 2명의 경륜있는 전문가를 외부이사로 영입했다. 미국의 기업통제운영방식을활용해 태평양 건너에 있는 회사를 무리없이 리모트 컨트롤 하고있는 셈이다. 이사회 하부조직으로 운용위원회 복지위원회오디트(Audit)위원회 등이 있어 사안마다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할수 있다.중요한 사안에 대해 외부이사들의 고견을 들어 신속한 결정을 내릴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 강점인 빠른 의사결정이 심비오스로직에도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다. 회사관계자는하이테크 비즈니스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속하게 의사를결정하는 것인데 현대가 인수한 이후 이분야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몽헌회장등 현대측 최고경영자들의 비메모리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도 심비오스로직이 뻗어나가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물론 필요한 분야에서 모기업인 현대전자와 협력할 수 있어 심비오스로직도 그만큼 탄탄한 백그라운드를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메모리 대량공정에서 앞서있는 현대전자와 주문형 반도체설계기술의 강점이 합쳐지면서 실리콘밸리 메사추세츠에 이어 새로운하이테크 단지로 떠오르고 있는 콜로라도에서 현대의 위력이 다시한번 확인되고 있다.★ 미니 인터뷰 / 정창시 부사장(현대전자 이사)▶ 회사가치 인수때보다 3배이상 뛰어심비오스로직인수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비결은.현지 종업원들의 정서는 전부모인 NCR의 버림을 받고 현대라는 낯선 외국부모에 입양되는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현대는 「25살의입양된 아들」에게 자립해야 한다는 기본철학과 자립을 도와주겠다는 믿음을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동양의 지혜와 서양의 테크닉이절묘하게 결합돼 결실을 맺고 있다고 보면 된다. 회사의 가치도 인수당시보다 3배이상 뛰었다.▶ 인수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인수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현대는 인수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늦게 참여했다. 그러나 현대 특유의 빠른 의사결정으로 매각하는NCR는 물론 투자은행 변호사들이 현대의 추진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건설현장에서 수주하는 마음으로 경영자들이 인수에 나섰다. 결국 M&A의 결정적인 성공요인인 시간싸움에서 이겼고 오늘의심비오스로직을 키울 수 있었다.▶ 장기 발전전략은.금년말이나 내년초 상장이 가능해 제2의 도약을 할수 있을 것으로기대하고 있다. 로직 세미콘덕터와 스토리지분야에서 세계최고가될수 있을 것으로 본다. 회사의 재무능력 향상을 위해 사장을 포함한 전종업원이 국내외 항공여행을 할 때 이코노미를 활용할 정도로종업원들이 회사방침에 잘 따르고 있다. 현대최고 경영자들이 독자적인 사업기틀을 마련해줘 지속적인 성공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한다.★ 인터뷰 / 심비오스 로직사 다니엘 엘스워즈 부사장'경쟁적 마인드'로 시너지 효과 클듯심비오스로직은 현대가 인수한 이후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활력과자신감을 되찾았다. 인수 초기에 종업원들 사이에 불안감이 없지않았지만 이제는 폭발적인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는 단계에 있다. 최근 짐 패터슨 사장이 사임하면서 공석인 사장을 대신해 다니엘 엘스워즈 부사장으로부터 현대인수 이후 회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들어봤다.▶ 현대가 인수한 이후 무엇이 가장 많이 바뀌었나.회사에 경쟁적인 마인드가 도입된 점이다. 대기업의 한 부서로 있으면서는 투자를 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른다. 능력있는 사람이 실력을 발휘하기가 그만큼 어렵다. 신속하게 시장에 접근하기가 어려웠고 아이템도 제한받는 아쉬움이 있었다. 경영진의 판단을 기다리는데 상당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적극적인 투자도 어려웠다. 이래선 경쟁하기 어렵다. 현대가 인수하면서 회사형태(Stand-aloneCoperation)로 바뀌면서 모든게 긍정적으로 변했다. 이제는 경쟁사가 뚜렷하게보인다. 의사결정도 두세배 빨라졌다. 따라서 시장에서 싸우기 훨씬 유리해졌다.▶ 인수 초기에는 어떤 어려움이 없었나.물론 초기에 갈등이 없지 않았다. 무엇보다 비메모리분야의 R&D와기획 설계측면에서 한국의 메커니즘과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는게사실이다. 현대는 대량생산기술은 탁월하지만 고객의 요구에 접근하고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리서치분야의 마인드는 우리와 약간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0.35마이크로 제조기술을 공동개발하는 프로젝트 등 다양한 협력관계를 통해 갈등을 극복했다.서로의 강점을 존중해주며 대화로 문제를 풀수 있다.▶ 직원들의 업무만족도는.미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현대가 인수한 이후 회사가 많이 변했다. 스톡옵션제를 도입해 종업원 모두가 주인이 됐다. 누구와 경쟁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현대전자와 협력관계도 원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심비오스 로직이 확보하고 있는 마켓 인포메이션 및 설계기술 강점과 현대전자의 생산기술의강점이 융화되면 세계 최고의 반도체 메이커가 될 수 있을 것으로예상된다.▶ 비메모리분야의 기술력은.정보처리시스템의 입출력장치(SCSI)와 저장(Storage)소프트웨어분야에서 경쟁우위에 있다. 포트콜린스 콜로라도 스프링스 위치타등연구개발기지에서 전문화된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