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에서 정보량 경쟁…양방향·우편·복합기능 단말기로 진화중

삐삐시장을 둘러싸고 제조업체들의 천하통일을 향한 대회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제3무선호출 사업자인 해피텔레콤이 고속삐삐서비스를 시작함에 따라 삐삐시장은 고속삐삐라는 새로운 무기로 승부를 낼 전망이다.지난 92년 10개 제2무선호출사업자들의 탄생이 팬택 텔슨전자 스탠다드텔레콤 등 이른바 「삐삐3총사」를 배출하는 계기를 마련했고지난해 7월부터 도입된 광역삐삐로 엠아이텔이 급부상했듯이 고속삐삐서비스로 제3의 스타기업이 나올지 혹은 기존업체들의 입지가강화되는 결과를 초래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삐삐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시장선점을 위해 상품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속삐삐를 둘러싼 경쟁은 크게 3개부류로 나눌수 있다. 먼저 주목받는 주자는 모토로라. 고속삐삐의 프로토콜인 플렉스방식을 개발한 업체이면서 칩셋을 독점적으로 공급할수 있는 위치에 서있기 때문이다. 팬택 엠아이텔등 중견업체들의 준비도 만만치 않다. 델타콤 등과 같은 신규업체들도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엠아이텔이광역삐삐를 계기로 급부상한 것처럼 이들 업체들도 고속삐삐를 계기로 급성장할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고속삐삐는 광역삐삐때와는 사정이 많이 다를 것이란 평가가 일반적이다.엠아이텔이 광역삐삐에서 히트할 수 있었던 요인은 「시장을 보는눈」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다른기업들은 문자삐삐에 주력하고 있을 때 홀로 광역서비스에 특화된 삐삐를 내놓은 것이 소비자들의호응을 받은 것이다. 반면 고속삐삐는 모든 업체들이 사활을 걸고도전하고 있다. 이미 엠아이텔은 상용제품개발을 마치고 해피텔레콤에 상품을 납품하고 있고, 팬택은 전국로밍서비스가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 놓았다. 스탠다드텔레콤 텔슨전자 등 대부분의 업체들도이미 지역고속삐삐는 개발을 마친 상태.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들의 준비도 이전같지 않다. 단지 삐삐가중소기업형 상품이란 특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판촉을 강화하고있진 않지만 기존의 시장점유율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기업중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이 전혀 다른 방법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어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무기는 광역삐삐인「애니삐」. 기술개발, 제품기획, 생산, 판매, 홍보 등 삐삐의 생산 판매 등에 관련된 모든 과정을 삼성전자가 직접 담당한다. 반면LG정보통신은 삐삐분야의 주력상품인 광역문자삐삐 「프리존X」를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다만 제품기획과 판매 및 광고등 마케팅만을 담당할 뿐이다. 상품생산은 팬택을 통해외부조달(Outsourcing)하고 있다. LG정보통신은 삐삐뿐 아니라2005년까지 모든 생산설비를 중소기업에 이양하고 연구개발과 마케팅만 담당하는 전문회사로 성장할 장기비전도 세워놓은 상태다.이런 사정으로 고속삐삐분야에서는 광역삐삐처럼 새로운 스타기업이 탄생하기 보다 기존기업들중에 기술력과 마케팅력이 있는 기업이 살아남고 특색이 없거나 기술력이 없는 기업은 점차 정리될 것이란 평가도 있다.삐삐제조업체들이 고속삐삐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고속삐삐 시장의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고속삐삐는 기존삐삐가 제공하는 서비스의품질을 대폭 향상시켜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문자 양방향 음성 등기존 삐삐에서 제공할 수 없었던 신규 서비스를 제공할수 있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속삐삐란 정보전송속도가 6천4백bps인 플렉스(Flex)방식의 삐삐를 말한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삐삐는 폭삭(Pocsac)방식으로전송속도가 1천2백bps에 불과하다. 플렉스방식을 사용하는 고속삐삐는 전송속도가 폭삭방식에 비해 5배나 되기 때문에 속도가 빠른만큼 한정된 전파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즉 하나의 신호채널로 서비스하는 삐삐의 숫자를 5배까지 늘릴수 있는 것이다.이미 가입자가 1천3백만명을 넘어서 포화상태에 접어든 삐삐시장에숨통을 터준 셈이다.◆ 삐삐시장 ‘완전 맑음’은 아냐고속삐삐는 삐삐서비스업체의 입장에선 전파활용도를 높일 수 있어더 많은 가입자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이미 광역서비스의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가 얼마 남지 않아 광역서비스를 제공할수 없는 상황이 눈앞에 닥친 상태다.단말기 제조업체들에 고속삐삐는 커다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고속삐삐로의 대체수요가 발생한다면 단말기 제조업체 입장에선 신규수요가 발생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고속삐삐가격이 8만원선에서 정해진다고 하면 연간 50만대만 공급되어도 4백억원시장이새로 생기는 것이다.고속삐삐는 불특정다수를 겨냥한 기존의 무선호출서비스와는 다른점이 많다. 일반문자삐삐의 경우 한글 40자밖에 전송하지 못하지만고속삐삐를 사용할 경우 1백20자까지 전송할 수 있다. 시스템에 따라서는 전송량을 2백자까지 늘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뉴스단신이나증권정보 등을 삐삐로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이밖에도 전자우편 등을 삐삐를 통해 직접 받아 볼수도 있다. 삐삐가 단순한 단말기가 아니라 소형 정보단말기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고속삐삐의 다음단계는 발신기능을 부착한 양방향 삐삐다. 초보적인 단계는 삐삐가 울리면 데이터를 수신했다는 사실을 회신할 수있는 기능이 있다. 이보다 한단계 나아간 삐삐는 자판이 부착돼 있어 각종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삐삐는 단순한 수신기가 아니라 개인휴대통신기기이다. 양방향삐삐의 경우 이미 한국통신기술협회를 중심으로 프로토콜을 정하기 위한 협의에들어간 상태다. 이 기간중 양방향 삐삐의 기술개발과 함께 서비스의 경제적 타당성도 면밀하게 검토될 예정이다.그러나 음성삐삐나 양방향삐삐가 실제로 서비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이동전화가 지난해말기준으로 3백18만대나 보급돼 있고연내 PCS서비스가 준비중에 있는데다 CT2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상황에서 삐삐시장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이는고속삐삐가 광역삐삐를 서비스할 때만큼의 신화를 창출하지는 못할것이란 분석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삐삐업체들는 고속삐삐단말기제조에만 관심을 갖기 보다는 CT2나 PCS단말기복합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가장 대표적인게 CT2플러스. 삐삐를 CT2단말기에 결합해 놓은 제품으로 CT2가 갖고 있는 단점을 삐삐가 보완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삐삐 복합제품은 포화기에 접어든 삐삐시장에서 대체수요를 유발할것으로 보여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삐삐를 낳게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