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 실습을 끝내고 마침내 최고사령탑에 오르셨는데 최근의 금융환경을 어떻게 진단하십니까.최근 1년간의 금융변화는 지난 20년 동안의 변화보다 크다고 볼수있습니다. 금융기관의 진입장벽이 허물어지고 있고 자본시장이 급속히 개방되고 있어요. 예전에 금융기관이 누렸던 프리미엄을 더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새로 만들면 되기 때문입니다.솔직히 말해서 누구와 싸워야 할지 혼란스러울 정도입니다. 증권사의 경우 수수료가 자율화되고 브로커회사(firm)가 생기면 영업환경이 지금과 확연히 달라질 것입니다. 이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대처하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문패를 바꿔 다는 것은물론 여의도 증권가가 없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금융개혁위원회가 발족된 이후 금융빅뱅등 금융산업개편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증권사들의 대응방안을 들려주시지요.금융산업개편이야 올 것이 왔다고 볼수 있어요. 다만 금융기관에몸담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 속도가 문제입니다. 75년 미국의 메이데이(수수료 자율화)나 85년 영국의 빅뱅을 보지 않았습니까. 메이데이이후 미국의 10대 증권사중 살아남은 회사는 메릴린치 등 단2개사 뿐입니다. 다른 회사는 무너지든지 합병되는 등 상황이 처절했습니다. 우리는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변화의 방향을 예상할 수있습니다. 일종의 학습효과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문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입니다. 결국 각자가 경쟁력을 갖추고 살길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력있는 상품을 선보여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 이상 좋은 방법이 있겠습니까.▶ 무한경쟁시대에 증권사들이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텐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동원증권을 이끌어나갈 계획입니까.기본에 충실한 정도경영을 할 계획입니다. 살아남기 위한 첫째 조건은 고객중심의 경영을 하는 것입니다. 회사의 모든 패러다임을고객위주로 바꿔야 합니다. 무엇이 고객을 위한 것인지를 꼼꼼히따져야 해요. 다음으로 주주위주의 경영을 해야 합니다. 증자 등을통해 높은 가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는 책임을 지지 못하면 주주들은 회사를 외면할게 뻔합니다. 내실경영으로 최고의 주가가 형성되도록 노력하고 배당도 충실히 할 방침입니다. 마지막으로 성과에따라 종업원들이 보상받도록 하겠습니다. 번만큼 가져가는 것이지요. 지난 4월부터 영업직원을 대상으로 성과급제(인센티브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올린 분기별 수입의 30%를 회사로부터받아 갑니다. 대신 기본급은 있지만 보너스를 종전의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조만간 전체 영업직원의 5∼10% 정도는 사장보다 더 많은 급여를 가져갈 수 있는 시대가 열립니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2, 3년 이내 완전한 연봉제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증권사나 상장업체들이 발행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고도 유통시장관리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많은 것 같습니다.모든 상장사들이 투명한 경영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회사경영에비밀이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분기결산제를도입하고 공시를 강화하는 방안등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회사의 경영내용이 주주 등 관련자에게 제대로 공개돼야 주가도 좋아지고 적대적 M&A도 막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경영권은 보호될만한 가치가 있을 때 보호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무작정 기득권을주장하면서 회사를 지켜나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경영자가 싫으면주식을 파는 월스트리트 룰이 정착되면 기관투자가들의 감시기능도강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물론 소수주주들의 제몫찾기 노력도 투명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저는 투명한 경영을 위해 오너와 상의해 주주 및 기관투자가 등 각계각층의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외이사제를 도입할 뜻이 있습니다. 사외이사제가 도입될 경우 형식적인게 아니고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하게 될것으로 자신합니다.▶ 동원증권은 금융환경변화를 염두에 두고 조직개혁 등 지속적인 리스트럭처링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지난 91년 인센티브제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본사직원을 영업쪽으로 전진 배치하고 조직을 슬림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종업원들의 고통이 뒤따랐습니다. 그 결과 증권업계에서 생산성 1위라는 자리를 굳게 지킬 수 있게 됐지요. 자산구조개편도 동시에 추진됐어요. 무수익자산을 과감히 털어 적자요인을 원천적으로 없앴습니다. 당장의 경영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리스트럭처링을 해왔습니다. 증시가 아무리 침체돼도 동원증권은 적자를낼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직원들의 의식도 많이 바뀌었습니다.지난 4월 통상임금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는 임금체계를 도입할 수있었던 것도 직원들의 「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기회는 평등하게 제공하되 가져가는 파이는 다를것입니다.▶ 국내 증권사들은 수수료 의존도가 높아 구조적으로 수익기반이 취약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만.지금까지 국내의 증권산업은 「천수답」과 크게 다를게 없었습니다. 증시가 활황이면 돈을 많이 벌고 증시침체기에는 속수무책이었지요. 미국 증권사들의 수수료 의존비율은 18% 정도인데 국내 경우60∼70%에 달합니다. 그래서 동원은 수수료 비중을 30% 정도로 낮추려고 합니다. 시황에 의존하는 경영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다양한 수익증권 등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다른 금융기관과 경쟁할수 있어야 수익기반을 확충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투신업에 진출한만큼 이쪽에 집중적인 투자를 할 계획입니다. 동원은 지난해 신설투신사중 2위의 판매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지점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쪽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습니다. 자산도 이익이나는 쪽으로 구조를 바꿔가야 합니다. 리스크가 큰 자산은 계속 줄여갈 것입니다. 그래서 지급보증 등의 업무는 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자기자본이익률에 따라 증권사의 성패가 좌우될 것입니다. 우리는 한마디로 차입금이 없는 「무차입경영」쪽으로 나갈 계획입니다. 경쟁력있는 금융기관이라면 공금리수준 이상의 자기자본이익률을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증안기금에 속해있던 자산의 평가손 4백30억원이 회계에 반영해 이익을 많이 못냈지만 올해부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자신합니다.▶ 한국에 들어온 외국계 증권사들은 짭짤한 이익을 내고 있어 우리증권사들과는 좋은 대조가 되고 있습니다.적은 인원을 갖고 높은 효율을 올리기 때문입니다. 고비용 저효율의 고질적인 문제가 증권사들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지요. 외국계의 경우 단위당 비용은 높지만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국내 증권사보다 높다고 보면 됩니다. 유능한 사람들이 외국계 증권사로 빠져 나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동원도 전체 직원의 자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투자를 늘릴 계획입니다. 능력만 있으면 외국계보다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만큼 나갔던 사람도 다시 돌아오는 일이 늘어날 것입니다.▶ 인재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갖고 있습니까.물론입니다. 본인들이 영업에 지장을 받지 않는 수준에서 선진금융시장을 많이 보여줄 생각입니다. 미국 증권사직원들이 텔레마케팅을 어느 정도 열심히 하는지를 직접 봐야 느끼는게 생길 것입니다.전문분야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나 외국의 전문기관에서 장기교육을 시킬 계획입니다. 또 선물 옵션 등의 인력도 양성해야지요.▶ 동원그룹이 금융주력화한다는 얘기도 있는데요.동원은 종합식품(동원산업) 정보통신(성미전자, 해피텔레콤)증권(금융)등 3축을 중심으로 각 부문에서 최고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금융전업에 대한 얘기는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지요.물론 증권은 은행과 제휴하든지 진출하는 방식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방법상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보험진출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전국적 영업망을 통해 중간 중계업은 언제든지가능하다고 봅니다. 미국에서는 증권사 영업점에서 보험상품을 팔고 있습니다.▶ 증시가 언제나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십니까. 투자자들의 바람직한 투자전략도 함께 들려 주시지요.많은 사람들이 올 4/4분기를 저점으로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구조조정기에 리스트럭처링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면 주가는 큰폭으로 상승할 것입니다. 그때까지는 주가가 탄력적으로 오르기보다 횡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투자자들은 상장기업의 가치척도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투자대상을 선택하는 기준이 바뀌어야합니다. 차입에 의존한 확대경영보다 내실있는 기업들이 인기를 끄는 시대가 조만간 올 것입니다. 특히 2, 3년내 시장이 완전 개방될경우 블루칩의 가치가 발휘될 것입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일반투자자들은 주가수준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때까지는 간접투자가 좋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뇌동매매로 큰 피해를 입을 수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의 발달 등으로 앞으로 증권 매매시스템도 많이 바뀌겠지요.홈트레이딩시스템이 이미 도입됐습니다. 집에 앉아서 주문을 체결하는 것이지요. 프랜차이즈형태의 브러커리지하우스도 곧 선보이게될 것입니다. 저희는 이런 변화가 온다고 보고 이미 5, 6년 전부터착실히 준비해 왔습니다. 효율이 떨어지는 지점을 내는 것보다 고객이 편리하게 매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는게 중요합니다.동원은 브러커리지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20∼30%의 자본을 참여하는 형태로 영업력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지점을 몇개 늘리는 것보다 동원과 거래하는 소형 브로커회사를 많이 거느리겠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증권사들도 어떤 형태로든 금융전산망에 가입하게 되면 은행과 제휴해 서비스대상지역을 넓힐 수 있습니다. 사이버 증권거래의 무한한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증권사도 브로커이미지를 벗고 저축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경쟁력을 갖출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