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산업 연구단지인 캘리포니아주의 실리콘밸리는 디지털혁명의현장이자 원동력이다. 실리콘밸리와 같은 산업·연구단지에서 배출되는 인력과 상품이 미국을 정보통신산업의 주도국으로 발돋움할수 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는 실리콘밸리 이외에도 리서치트라이앵글, 실리콘힐, 실리콘데저트 등 유사한 첨단 산업·연구단지가 여러군데 있다.최근 급부상하는 말레이시아는 「대회랑(MSC,Multimedia SuperCorridor)」을 추진하고 있고 소프트웨어강국 인도에는STP(Software Technology Park)가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대회랑사업은 수도인 쿠알라룸푸르를 중심으로 동서로 15km, 남북으로45km에 이르는 대규모의 지역을 첨단 산업·연구단지로 조성하는프로젝트다. 이 지역은 선진각국의 정보통신산업에 대해 관세와 세금을 면제하고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추진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일본 소프트방크의 아시아본부를 유치했다. 이 지역이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주목받는 까닭이다.국내에도 이러한 첨단산업·연구단지를 조성하려는 시도가 본궤도에 올랐다. 인천 송도 신도시에 미디어밸리를 구축해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든다는 구상으로 지난 9일 인천광역시와 (주)미디어밸리가 기본합의서를 교환함에 따라 사업계획이 구체화 됐다.이곳에 기업들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할 교육기관을 유치하고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상품화 여부를 시험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든다는계획이다. 이외에도 입주자들이 재충전할수 있는 놀이공간을 조성하고 비즈니스가 이뤄질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할 계획이다.미디어밸리가 들어설 곳은 인천의 송도 신도시 5백35만평 중 2,4공구인 1백6만평. 세부적으로는 중심축 1만평, 소프트웨어파크 20만평, 미디어파크 35만평, 미디어아카데미 20만평, 지원·주택단지30만평 등으로 구성된다.중심축의 핵심요소는 멀티미디어 정보센터이다. 이외에 유통센터컨벤션센터 호텔 백화점 공항터미널 업무단지 등이 지원시설로 들어선다. 소프트웨어파크는 멀티미디어산업단지, 벤처기업단지 ,멀티미디어유통센터, 창업지원 및 R&D센터, 공원·녹지 등으로 구성된다. 유치업종은 멀티미디어 화상회의 가상현실 시뮬레이션 애니메이션 등의 분야이다.◆ 벤처기업엔 빌딩 저가임대 계획미디어파크는 한국형 멀티미디어 디즈니랜드를 내걸고 영상테마파크, 스튜디오, 박물관, 전시관, 영화관, 영상교육기관, 공원·녹지등으로 구성되고 미디어아카데미는 정보통신대학원, 정보통신연구소, 교육·연구지원센터 등을 유치해 세계적 정보통신교육단지로육성할 계획이다.지원시설로는 주택 교육 상업시설 등이 들어서며 여기에 생활정보시스템 등을 갖춰 원격진료 및 원격교육 등이 이뤄지게 한다는 계획이다.현재 진행중인 매립공사가 내년에 마무리되면 1999년부터 단지조성공사에 들어간다. 2000년부터 건축공사와 토지분양이 시작되고2002년부터 소프트웨어파크와 지원단지의 입주가 이뤄질 계획이다.정보통신대학원은 2003년 이전을 추진하고 있고 미디어파크는2005년에 개장한다는 계획이다.미디어밸리는 1996년 3월 한국통신 삼보컴퓨터 등이 「미디어밸리추진위원회」를 결성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미디어밸리 프로젝트를수행할 (주)미디어밸리에 출자한 회사는 현대전자 현대정보기술LG전자 삼보컴퓨터 비락 한국종합기술금융 한일은행 신한은행 대우통신 한솔PCS 새한미디어 새한정보시스템 디지털미디어 하이트론시스템 한스콤 중앙교육연구원 한국개발투자금융 등 17개사이다.그러나 미디어밸리추진사업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공공기관이아닌 민간기업들이 대규모 단지를 조성한다는게 버거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특히 국내 대기업들이 또 다시 「땅장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도 미디어밸리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다.미디어밸리구축사업이 활기를 띠게 된 계기는 송도신도시가 후보지로 결정돼 사업의 공동주체가 확정되면서부터다. 그동안 민간사업이라며 소극적이었던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됐다. 미디어밸리의 주체가 될 기업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후보지 선정이후다.인천광역시와 (주)미디어밸리는 이번 기본합의서를 체결함에 따라공동운명체가 됐다. 현재 민간법인인 (주)미디어밸리에는 인천시가25% 지분참여, 제3섹터법인으로 전환한다. 인천시는 송도매립지5백35만평 가운데 1백6만평을 미디어밸리부지로 내놓았고 입주기업에 대해서는 지방세를 감면하거나 부과를 5년간 연기할 계획이다.현재 미디어밸리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기업은 70여개 기업이다.대우 현대 LG 한솔그룹 등은 정보통신분야의 기업사옥을 이곳에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대우그룹은 1백2층규모의 본사건물을 송도신도시에 건립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대기업들은 인천시가 보유한 부지를 매입해야 하지만 벤처기업들은 인천시가 일정기간(약20~30년)동안 제공하는 업무용토지를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벤처빌딩을 건립하면 사무실은 저가로 임대한다는 계획이다.인천시는 미디어밸리사업 진흥을 위해 1천억원 규모의 기금조성을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미디어밸리의 관계자는 『인천시가 근린상업시설 주택 교육단지등을 조성해 연차적으로 조성하는 형태가 될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시와 합작설립할 제3섹터법인은 입주 벤처기업들의 공동마케팅과 컨벤션센터등의 운영을 통해 수익을 올릴계획이다.이제 미디어밸리는 첫걸음을 뗀 상태다. 이곳이 실리콘밸리처럼발전하려면 자본·기술·기업·인력 등이 몰려들어야 한다. 국내에서 뿐아니라 해외에서도 자본과 기술 인력이 이곳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 지역이 끄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우선 인천시가 내세우는 매력은 입지조건. 인천에서 개발가능한 용지는 송도 신도시 영종 용유도 검단 등이다. 이들 지역은 수도권과 가까운데다 세계시장에 접근이 용이한 지역이다. 송도 신도시는서울중심지와 1시간대의 거리에 있고 국제적 관문 역할을 하게 될인천국제공항 및 신항만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서울과 인천을 잇는 교통로는 제1,제2경인고속도로, 경인국도, 경인전철에 불과하지만 인천지하철 1호선, 수도권외곽순환도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 철도, 수인전철 등이 건설중에 있다.◆ 우수 인력 유치·정부 지원이 관건도시설계도 실험적 성격이 강하다. 매립지인 송도신도시의 경우 자연지형이 전혀 없는 완전한 평지다. 아무것도 없는 5백35만평의 평지에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도시설계자의 입장에서는도시의 창조자가 되는 셈이다. 그만큼 미디어밸리의 도시설계가 어렵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실수요기업이 원하는 사항을 접수, 단지설계에 반영하는 주문형단지로 만든다는 구상이다.미디어밸리는 무엇보다 우수한 인력유치와 양성에 달려있다. 정보산업은 평범한 다수가 아니라 뛰어난 소수가 이끄는 특성이 있음을고려하면 우수인력의 유치가 미디어밸리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해도과언이 아니다.실제로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성장할 수 있었던 토양의 상당부분은스탠퍼드대학에서 양성한 우수한 인력들에 있다. 이 때문에 미디어밸리는 현재 설립 추진중인 국립정보통신대학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부지를 무료로 제공하는 조건을 제시해 대학추진 관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일반인들도 대학을 세울수 있게 됨에 따라 이곳에 대학을 세우려는 독지가도 있다』는게 관계자의 말이다. 이외에도 기존 유명5~6개 대학에서 이곳에 대학원을 이전 혹은 신설하겠다는 의사를타진해 왔다.국내 인력뿐 아니라 우수한 해외 소프트웨어인력의 유치도 미디어밸리가 성공하기 위한 관건이다. 이는 실리콘밸리를 이끄는 원동력이 인도 이스라엘 중국 등지에서 온 유능한 인재들이란 점을 봐도명확하다. 이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게 미디어밸리의 자유무역지대화이다. 미디어밸리측은 『이를 위해서는 먼저 외국인의 입출국절차를 크게 간소화하고 기술인력에 대해선 비자발급을 면제해 주는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미디어밸리 육성에 대한 정부당국의 확고한의지도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말레이시아정부는 「대회랑(MSC)」에 △10기가비트의 광섬유망 구축 △입주기업에는 10년간에 걸친 법인소득세 면제 △1백% 외국인 주식지분 및 외국인 명의의 부동산 구입허용 △외국인력에 대한 무제한의 고용비자 발급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중앙정부의각별한 관심과 의욕이 없으면 이뤄지기 힘든 사안이다.그러나 무엇보다 미디어밸리가 성공하기 위한 가장 큰 관건은 「땅장사」의혹을 완전하게 씻어내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기선 인천시장은 『공공부문으로서의 인천광역시가 해야할 가장 큰 역할은 첨단 고부가가치산업 육성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부지를 제공하고 이 부지들이 구상한 목적에 부합하는 용도로쓰이도록 하는 것』이라며 『미디어밸리 대상부지를 산업단지로 지정해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부동산 투기가능성을 최대한 배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시장은 또한 『산업단지로 지정되지 않는 지역도 미디어밸리 사업에 부합하는 용도로 쓰이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니 인터뷰 / 최기선 인천광역시장"첨던 정보산업도시로거듭난다"『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 미디어밸리, 인천항 확장, 경인운하건설등 대형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형사업은 인천이라는 지역뿐 아니라 국가 전체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사업입니다.』한국판 실리콘밸리인 미디어밸리의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최기선인천광역시장은 『인천시는 개화기에 근대화의 관문역할을 했고,한국전쟁기에는 구국의 교두보, 산업화시기에는 제조업육성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고 전제한뒤 『세계화와 정보화시대 역시 인천시가 앞장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인천시는 공항 항만 정보신도시를 근간으로 한 「트라이포트」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최대의 인천국제공항은 이미 진행중이고수도권 신항만과 경인운하의 건설도 검토중이다. 한국형 실리콘밸리인 미디어밸리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최시장은 『이러한 일련의 사업들은 인천의 위상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인천시가 항만, 공항, 정보의 중심지로 육성되면 인천은 동북아 최대의 물류를 담당하는 첨단정보산업도시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인천은 수도권이면서 세계진출의 관문입니다. 이런 요지에 대표적인 첨단산업인 소프트웨어산업을 육성한다면 국가 전체적인 산업구조 고도화와 경쟁력 강화에 원동력이 될것입니다.』최시장은 미디어밸리가 성공하기 위해선 『미디어밸리 사업에 대한중앙정부와 민간부문의 지원과 역량이 결집돼야 한다』며 『인천시는 대규모의 부지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벤처기업을 비롯한 첨단기업들의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중앙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미디어밸리가 세계어느지역보다 기업하기 좋은 지역이란 말이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해외 우수한 기업들이 미디어밸리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지 않겠습니까.』최시장은 『해외의 우수한 기업들의 연구생산기능을 유치하기 위해외국인 전용단지 조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우수한 외국기업이 투자하려면 시장성 이외의 유인책이 있어야합니다. 대표적인게 말레이지아의 MSC사업입니다. 외국기업의 입출국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각종 세금을 감면할 필요가 있습니다.저렴한 가격에 부지를 제공하고 행정절차도 크게 줄여야지요. 물론기반시설을 충분하게 갖추는 것은 기본입니다. 이중 인천시가 담당할 부분은 저렴한 가격에 부지를 제공하고 행정절차를 크게 줄이는것입니다. 기반시설 설치나 세제·금융지원도 인천시의몫입니다.』최시장은 이와관련 『정부와 국회에서 추진중인 「미디어밸리 특별법」 「벤처기업특별법」 등의 제정은 미디어밸리에서의 외국기업활동을 획기적으로 지원해 줄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최시장은 또 『중앙정부가 미디어밸리사업을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프로젝트라는 인식을 갖고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길 바란다』며 『미디어밸리를 산업단지로 지정하고 각종 기반시설의 설치를지원, 외국인 전용단지 지정, 세제혜택, 국립정보통신대학원 이전,테크노파크지정, 미디어밸리 특별법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최시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대상업체들』이라며 『미디어밸리에 입주해 세계 최고수준의 첨단지식산업체로 발전하도록 연구개발활동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