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산업 / '굳히기 대 빼앗기' 전초전 불꽃지난 3월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공급과잉과구조개편」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공급과잉과 수익성악화로 현재 7개에 달하는 자동차 메이커가5년내 경쟁력있는 2∼3개 업체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자동차 산업의 설비투자 중복과 생산설비과잉 등의 문제점을인식한 정부가 M&A 등 중장기적인 산업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으로예상했다.석달후 이 보고서의 내용은 대부분 현실로 나타났다. 김선홍 기아자동차 회장은 지난 2일 『정부가 인위적으로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에 나선다면 매우 불행한 사태가 야기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불만을 토로했다. 김회장의 공개적인 문제제기는 삼성그룹의 「국내 자동차 산업의 구조개편 필요성과 지원방안」이라는 보고서를의식한 조치라는게 업계의 중론이었다.삼성그룹은 이 보고서에서 『국내 자동차 업체 가운데 하나가 부도로 쓰러지기전에 경쟁력이 취약한 업체를 성장 가능성이 높고 그룹경영이 안정된 업체로 집중시키는 정부의 선행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경쟁력이 강한 기업(삼성)이 약한업체(기아)를 M&A할 수 있게 해 달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김회장을 비롯한 기아측도 「자동차산업 재편 논의의 배경과 함의」라는 보고서로 반박하고 나섰다.즉 『자동차기업중 생존이 어려운 기업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수출기반을 확대하고 활발한 해외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기업이 아니라해외사업이나 수출기반이 전혀 없는 기업』이라며 삼성을 정면으로공박했다.삼성과 기아의 공방전은 국내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인정하면서 각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만큼 산업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정도로 국내자동차업계가 당면한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국내 자동차업계는 공급과잉과 수입선 다변화해제 그리고 세계시장에서의 경쟁 격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연간생산능력은 지난해 3백50여만대에서 올해 4백16만5천여대로크게 늘어났지만 내수시장은 1백70여만대에 불과, 나머지는 수출로소화해야 하는 실정이다.그러나 엔저현상으로 가격경쟁력이 하락, 해외수출여건도 점차 악화돼 말처럼 쉽지도 않다.내수부진과 공급과잉, 수출경쟁력의 약화 등은 결국 국내업체들로하여금 시설확장 투자보다는 기술개발력의 강화, 부품산업의 육성등 합리화투자에 치중케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비용 저효율 공정의 과감한 아웃소싱이나 생산기지의 이전 등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 / 메모리 공급과잉…비메모리로 '스윙'세계 최대 메모리업체인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분야를 집중적으로육성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총7조원을 투자한다. 현재 20%인 비메모리 매출비중을 2005년까지 50% 이상으로 높이고 세계시장 점유율도 2%에서 5%로 높일 계획이다.이를 위해 △미래성장사업을 주도할 알파칩과 MDL(D램과 로직의 복합칩)등 전략사업군 △주문형반도체와 멀티미디어지원사업군△마이크로컨트롤러 파워소자 등 안정성장사업군 등 세분야의 집중 육성에 나섰다. 이미 경기도 기흥공장의 1메가D램과 4메가D램 생산라인을 마이크로컨트롤러 등 비메모리 생산으로 전환했으며, 오는 7월부터는 인텔 CPU보다 2배정도 처리속도가 빠른 알파칩도 본격적으로 생산한다. 또한 비메모리 분야 소프트웨어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미국 3DO사와 자회사 설립을 추진중이고 연구인력도 박사급85명을 포함, 총 3백여명을 확보하고 있다.현대전자 LG반도체 등도 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전자는 2천년까지 비메모리분야에 총 5억달러를 투자, 전체 매출액의30%를 차지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난 94년에 인수한 심비오스사의주문형반도체(ASIC) 및 하드디스크드라이브용 반도체 매출액을 지난해보다 16% 늘어난 7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또 이 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을 반가공하기 위해 경기도 이천공장의 2개라인을 비메모리용으로 전환한다.LG반도체도 2천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분야에 매년 7천억원씩 투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현재의 10%수준인 비메모리 반도체 비중을2000년에는 25∼3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경북 구미공장을 미디어프로세서(MPACT)와 ASIC 등 비메모리 전용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현재 건설중인 영국의 웨일즈 공장도 99년부터 멀티미디어용 비메모리 반도체를 위주로 생산한다.국내 반도체 3사가 비메모리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것은90%에 달하는 메모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지난해 국내 3사의 반도체 총매출액은 1백6억8천만달러로 95년의 1백46억달러보다도 오히려 26.8%나 줄었다. 올해도 반도체 수출이 1백억달러에서머물 것으로 보인다.이같은 매출감소는 95년 50달러(16메가 기준)의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말에는 6달러까지 내려간 폭락에 기인한다.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규모는 1천2백억 달러. 그중 메모리 분야가 3백60억달러고 비메모리가 9백30여억달러에 달한다. 메모리 분야는 이미 공급과잉상태를 빚고 있어 가격폭락의 위험은 상존하고있다. 이같은 환경변화에 영향을 덜 타는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문형 반도체 등 비메모리 분야에 대한 투자는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이에 따라 반도체 설계인력의 양성과 반도체 장비 및 재료의 국산화에 대기업들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철강 산업 / 고부가가치 강재 생산 치중국내철강산업은 자동차 조선 기계 건설 등의 수요에 힘입어 지난10년간 매년 소비는 12.4%, 생산은 10.3%씩 고성장을 기록해 왔다.지난해에도 소비 3천8백90만t, 생산 3천9백40만t을 달성했다. 이것은 세계 6위의 생산능력에 해당된다. 일인당 철강소비량은8백70kg으로 일본의 최대 소비수준이었던 8백2kg보다도 더 많은 수치다. 이미 양적인 측면에서는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이라고 할 수있다.그러나 내부를 들여다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무엇보다 고부가가치제품의 비중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형강, 봉강, 아연강판, 강관 등고급강의 생산비중은 전체의 10% 미만으로 선진국의 15∼18%보다크게 뒤떨어지고 있다. 대신 부가가치가 낮은 철근, 열연강판 등의생산에 편중돼 있다.게다가 시간당 인건비가 88년의 6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7달러로3배 가량 상승하여 가격경쟁력도 제고하기 힘들다. 이에 국내철강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철강재의 생산과 사업영역 파괴라는 사업구조조정으로 대응하고 있다.전기로 업체인 강원산업은 원자재값도 감당키 어려운 철근 라인을줄이고 있다. 대신 라운드바나 선재 등으로 생산품목을 돌렸다. 또냉연업체인 동부제강도 98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중인 50여만평의아산만공장에서 고부가가치 강관류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최첨단 건설공법인 PEB(Pre EngineeredBuilding)사업에 뛰어들었다.「1고로, 5전기로, 3냉연, 5강관업체」 등으로 구분됐던 철강업계내부의 영역파괴도 진행중이다. 강관업체인 현대강관은 냉연강판생산에 참여키로 했고 냉연전문업체인 동부제강은 아산만공장의 준공을 계기로 강관생산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세아제강도 컬러강판과 냉연강판 생산을 계획중이다. 이밖에도 이들 철강업체들은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 시장 선점, 경쟁력 상실 분야의 생산기지 이전등의 목적으로 해외투자에 적극 나서는 등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조선 산업 / LNG선 등 고부가가치선 주력지난 3월말 현재 국내 조선업계 선박수주물량은 1백67만G/T. 지난해 같은기간의 62만G/T에 비해서 1.7배 증가했다. 최근 몇년간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던 국내조선소도 2년치 정도의 일감을 확보한상태다. 이처럼 국내조선경기가 되살아난 것은 일본이 이미 99년까지 물량을 확보했고 노후 유조선에 대한 대체수요가 전세계적으로늘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사업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본 노무라 연구소의 한 보고서는 30% 이상의 비교우위를 갖고 있던한국의 조선업이 경쟁력이 뒤떨어진 이유가 엔저도 중요하지만 주요경쟁국인 일본이 원자재비 절감과 공장자동화로 건조원가를 낮춘반면 한국은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업체의 과잉증설로 비숙련 노동인력을 대거 고용, 생산성이 대폭 낮아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실제로 국내 인건비는 일본업체의 55%까지 상승했으나 1인당 생산성은 일본의 60%에 그쳐 비교우위를 상실했다. 일본업체에 대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노사 안정의 환경속에서 임금상승 압력을 완화해 가는 한편 고부가가치 특수선박건조기술을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저가의 대형유조선(VLCC) 건조에서 탈피, 미래 조선산업의 핵이라는LNG선, 초고속선, 호화유람선, 카페리선 등의 개발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요구된다는 것이다.지난 92년부터 LNG선 3척을 국내최초로 수주한 현대중공업은2000년까지 초대형유조선과 살물선의 건조비율을 35%로 축소하는등 일반화물선에 대한 건조비중을 대폭적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신 특수선과 화학약품운반선 LNG선 초고속여객선 등 고부가가치선 건조비율을 전체 선박의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이를 위해 이미 90년대에 들어서 「3단계 초고속선 개발계획」을수립했다. 92년 1단계로 개발완료한 「고속 수중익 쌍동여객선」은40노트의 고속항해가 가능하고 파도의 높낮이에 따라 선체의 요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자식 감응장치가 장착됐다.이밖에도 현대중공업은 기본 생산설계 및 건조시스템의 일관화를추진했을 뿐만 아니라 자동하역 시스템·고장 사전진단시스템 등인공지능을 이용한 선박자동화 시스템과 선체충돌해석시스템, 방진시스템 등을 비롯한 안정성 시스템 등 특수선 건조를 위한 기반을마련해 놓았다. 또한 1백여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한 선박해양연구소를 운영중이다.◆ 섬유제품 / 섬유부문 축소, 정밀·생명화학 육성국내 섬유업체의 사업구조조정은 △섬유부문의 고부가가치화 △비섬유부문으로의 다각화라는 양대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섬유산업의구조조정은 인건비상승과 인력난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에서 시작됐다. 또한 세계 4위의 화섬분야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업체간 경쟁이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케 한 것이 사실이다. 섬유업계에서는 향후 10년안에 일부 고부가가치 품목을 제외하고는 중국과 동남아 등후발국에 넘겨줘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섬유업체중에서 사업구조조정을 대대적으로 추진한 대표적 업체로선경인더스트리를 들 수 있다. 지난해초부터 생산직과 관리직을 합쳐 9백20여명을 명예퇴직시키면서 대대적인 사업구조조정에 나섰다. 구조 조정의 핵심은 화섬 직물 섬유원료 등 전체매출액의76%에 달하는 섬유부문을 대폭 축소하는 한편 정밀화학 생명화학부문을 집중 육성하는 것. 기존의 화섬부문도 일반 제품은 점차 줄이는 대신 특수사나 고부가가치제품에 치중하고 있다. 대표적 화섬업체로 알려진 새한(구 제일합섬)도 전체매출액에서 화섬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지 않는다. 정밀화학 환경산업 정보통신 등의분야로 다각화했기 때문이다. 2000년에는 40% 미만으로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한일합섬도 지난 94년 수원공장을 폐쇄한후 아파트 단지를 조성,분양한 것을 시작으로 대구 마산 공장 등도 아파트 단지로 개발했다. 비섬유부문의 사업다각화를 통한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첨단 자동화설비를 갖춘 의령공장을 제외한 나머지 방적설비는 인도인도네시아 등 해외로 이전시켰다.삼양사도 전체 매출액에서 45%에 달했던 섬유부문을 5년안에 30%수준으로 낮춘다는 구조조정방안을 마련했다. 대신 의약업 정보통신업 그리고 환경엔지니어링 유통업 등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섬유제품중 일반제품은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이전하고 유망산업에 진출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석유화학산업 / 범용제품 줄이고구조고도화 노력한화종합화학은 지난 3월 사업구조조정의 방향과 세부절차를 담은「21세기 비전」을 마련했다.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미국의 매킨지사에 의뢰해 2년여간 준비해온 것으로 PVC PE(폴리에틸렌) 가성소다 등에서 이익을 실현해 화합물반도체 2차전지 반도체화학품 등고부가가치분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품목이나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의지가담겨있다.한화의 미래비전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려는업계의 고민을 잘 대변해준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90년대 설비투자 자유화로 생산능력이 급속히 증가, 연간 에틸렌 3백95만t 생산능력을 자랑하는 세계 5위의 화학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지난해에만유화제품을 54억달러어치 수출했고 10억달러의 무역흑자도 기록했다. 95년 기준 총생산액(일반화학 포함) 52조원으로 국내 제조업생산액의 17%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산업계에서 석유화학산업이 차지하는 위상은 엄청나다.그러나 화려한 외형에 비해 내실이 부족하다는게 한화를 비롯한 국내화학업계의 고민이다. 무엇보다 과도한 수출의존도가 문제로 지적된다. 석유화학은 판매량중 수출의존도가 30%선이고 이중 최대수출품목인 합성수지는 40%를 넘는다. 게다가 수출주력상품인 PVC등 범용합성수지는 1t에 1천달러 정도의 저부가가치 품목이다. 수년간 손해를 보더라도 최대의 공급능력을 갖는게 급선무라며 범용제품의 신증설에만 심혈을 기울여온 결과다. 그래서 국내 NCC(나프타분해공장) 8개사는 외형에 비해 수익률이 저조한 구조적 결함을안고 있다.물론 이에 대한 타개책을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정확히 알고 있다.중국 동남아 등 후발국들이 추격해오고 있는 범용제품의 비중을 줄이고 대신 의약 농약 안료 염료 등 정밀화학 비중을 높이는 생산구조의 고도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이를 위해선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 등의 유기적 연구개발체제 확립으로 기반기술을 연구개발해야 하며 국내외 업체간 전략적 제휴도다양한 차원에서 성사돼야 한다고 업체들은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