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가 시끄럽다. 삼성자동차가 제기한 구조조정론이화근이다. 현대,기아,대우등 국내 자동차업계 「빅3」는 삼성자동차가 인수합병을 통한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론을 제기하고 나서자기다렸다는 듯 삼성에 대해 집중포화를 퍼붓고 나섰다.사태가 심각한 방향으로 흐르자 삼성자동차는 연구원이 내부참고자료로 구조조정론을 작성한 것에 불과하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기존 자동차업계는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 신규진출한 삼성이 자동차를 포기하는 것이 수순』 『X도모르는 자가 탱자탱자한다』며 기존 자동차메이커들은 삼성에 대해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자산규모에 비해 차입금이 많아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삼성보고서에 적시된 기아는 명예훼손 등의혐의로 삼성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이다.90년 이후 내수판매 증가율 둔화기존업체와 삼성간의 힘겨루기는 전경련이 중재에 나서 내연국면에접어들었지만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문제는 이를 계기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정글싸움이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이제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기존 자동차업체들은 연구소가 중심이 돼 구조조정에 대비한 나름대로의 시나리오를 마련해 대책을 마련중이며 정부 또한 이 문제에대해 관심이 많다.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자동차업계에 불어닥친 셈이다.구조조정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과잉에서 찾을 수 있다. 자동차업계의 생산능력은 내수와 수출물량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공급과잉상태이다. 97년 5월말 국내 자동차메이커의 연간 생산능력은 현대1백50만대, 대우 1백12만대, 기아 1백4만대, 쌍용 22만대, 아시아20만대, 현대정공 9만대등 4백20만대에 달한다. 자동차 생산량만을놓고 볼 때 국내자동차산업은 세계 5위권 수준이다. 규모의 경제를달성하려면 생산능력이 업체당 최소한 연간1백만대는 넘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지난 90년이후 설비투자를 지속적으로 확충, 이같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국내 자동차업체의 생산능력확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등국내자동차메이커 「빅3」는 2000년 세계 10대기업에 진입한다는야심찬 청사진을 마련하고 설비증설을 꾀하고 있다. 현재 생산규모가 8만대인 삼성자동차 또한 2010년까지 세계 10대기업진입을 목표로 생산능력을 50만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에따라 국내 내수시장은 2000년이 되면 공급과잉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지만 내수 및 수출시장의 동향은 꼭 그런 방향으로만 나아가고 있지 않다. 내수시장은 지난 89년 전년대비 46% 정도의 증가율을 기록한 뒤 증가율둔화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이런 현상은 95년도에 결국 가시화됐다. 총판매대수는 1백55만여대로 증가율은 0%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에 판매량은 다소 늘어 전년대비 증가율은 5.7%를 기록했으나 이것은 경차수요가 폭발적으로늘어났기 때문이었다. 경차를 제외하곤 소형, 중형차는 수요가 급격히 떨어져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올해 역시 불황의 여파로 인해 내수시장은 극도의 침체를 보일 전망이다. 업계는 올해 예상판매대수를 96년대비 3.6% 정도 증가한1백70여만대로 잡고 있지만 목표달성은 극도로 불투명하다. 신차수요는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수요라도 늘었으면 좋으련만그럴 기미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메이커들은 외제차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한다. 이미 중형,대형차의 경우 외제차가 상당부분 시장을 잠식한 상태이다. 조만간 일본차 또한 수입선다변화품목에서 해제될 예정이어서 내수시장 지키기는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한정된 「파이」를 놓고 국내업체들끼리 나눠먹어도 힘든 판에 외제차 공세도방어해야 하는등 내우외환이 겹쳐 있는 것이다.자동차 업계는 내수부진으로 인한 돌파구를 수출을 통해 마련하고있으나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 북미시장은 엔저현상으로 경쟁력이현저히 떨어져 수출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럽시장 또한 자국의 자동차산업보호를 위해 방어벽을 강화하고 나서 시장개척이 여의치 못하다.그래서 국내 자동차업계는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시장을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시장 또한만만치 않다. 아시아시장을 선점한 일본업체들은 한국업체가 진출할 때마다 텃세를 부리고 있고 현지실정에 맞는 아시아카를 개발,시장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벤츠, 포드등 선진자동차메이커들도 저가 소형차개발을 통해 21세기 최대황금시장인 아시아시장공략에 나서고 있어 국내업체의 수출전선은 첩첩산중이다. 이와함께국내 자동차메이커의 해외현지생산도 조만간 가시화될 예정이어서내수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의 직접수출도 감소할 여지가 다분하다.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수는 정체상태고 수출 또한 여의치 못하게 되자 자동차업계는 제살깎아먹기식의 출혈경쟁에 돌입,채산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미 이같은 움직임은 가시화돼자동차업계는 지난해연말 무이자할부판매를 단행했고 올해역시 재고물량처분을 위해 출혈판매를 강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수시장은 수출로 인한 적자액을 보전해주는 중요한 버팀목으로 내수시장싸움에서 밀렸다가는 그대로 끝장이 나기 때문에 자동차업체들은「손해보는 장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 이로인해 자동차업체들의 채산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현대자동차의 매출액대비 순이익률은 95년 1.5%에서 0.7%로 떨어졌고 기아 대우자동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쌍용자동차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95년 1천3백억원에 달했던 적자는 지난해 2천1백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서울도곡동 사옥을 매각키로 하는등 자구노력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회생여부는 극도로 불투명한 실정이다.◆ 현대 등 빅3, 설비확충 열올려공급물량은 대폭 늘어난 상태에서 내수는 이미 정체를 보이고 있고수출 또한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현주소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앞으로 5년이내에 국내자동차업체는 2~3개를 제외하고 재계에서 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기존 자동차업체는 생존전략차원에서 한편에서는 몸집을 부풀리고 한편에서는 한정된 「파이」를 보다 많이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이런 과정에서 「먹고 먹히는」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어느 업체가 주역이 될지는 아직 단정하기 이르지만 이제국내 자동차산업은 빅뱅국면에 진입한 셈이다. 이미 세계자동차시장에서는 포드가 마쓰다경영권을 인수하는 등 구조조정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