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금융도시이며 해운의 요충지다. 3차산업에 의해 성장이 주도되고 있는 도시가 홍콩인 것이다. 중국반환으로 새로운 전기를맞이한 홍콩에서는 과연 제조업이 없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발전이가능한가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패트릭 왕씨는 외국에 출장가면 항상 입지전적인 인물로 칭송을 받는다. 그러나 본인이 뿌리내리고 있는 홍콩에서만은 약간 「얼빠진사람」으로 취급받고 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단지 홍콩에서 제조업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다.왕씨는 일본의 마부치모터(세계최대의 모터제조전문회사)를 넘보는 세계 2위의 모터전문기업 존슨 일렉트로닉 홀딩스의 최고경영자(CEO)다. 자연 홍콩의 유력자들이 모이는 파티에 얼굴을 내밀 기회가 잦다. 그러나 그는 파티석상에서 항상 「쫑크」를 듣는 입장이다.『자네같은 (제조업을 하는)사람은 시대에 뒤처져 있는거야. 정신차리게 이 사람아.』그도 그럴것이 홍콩에서 기업인들의 파티가 열리면 참석자들의 면면은 부동산 금융 등을 통해 재빨리 천금을 거머쥔 인물들 일색인것이다. 무역 금융 해운 미디어 등 동아시아지역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홍콩의 지리적인 이점을 살린 사람들이다.홍콩에서 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0년24%였던 것이 현재는 불과 9%에 지나지 않고 있다. 과거 20년동안 홍콩의 서비스업은 연평균 17%의 성장률을 보여 아시아의 다른신흥공업국들의 2배에 달했다. 그럼에도 홍콩의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보니 재계 거물급들간에는 홍콩에 제조업이 필요한가란의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낙관적인 견해는 홍콩이 앞으로도 세금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자유시장체제를 지속하면 서비스부문이나 벤처기업들의 성장이 가능해 21세기에도 좋은 성과를 낼수 있다는 쪽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같은 견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홍콩 서비스업의 45% 정도는 제조업과 연관이 있는 무역 디자인등이다. 그동안은 홍콩기업이 중국남부의 저임노동을 이용, 제품을만들고 서비스를 발생시켜 왔다. 결국 이 지역의 제조업이 쇠퇴하면 동시에 무역 금융 해운 디자인 등 서비스업도 같은 길을 걸을수밖에 없다. 최근 톤이 커지고 있는 「경계목소리」는 중국 남부의 제조업 코스트가 상승하고 있는 것을 뒷배경으로 하고 있다.더군다나 홍콩의 부동산가격은 세계적으로 고수준이다. 기업들이제조업에 대한 연구개발에는 여력을 가질 수 없다. 대만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이 반도체설계, 소프트웨어, 바이오테크놀러지 등 첨단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끌어들이는 등 산업진흥책을 펴고 있으나홍콩에는 그같은 노력들이 전무했다.물론 부동산개발이나 무역업 금융업 등으로 「잘 나가고 있는」 기업인들간에는 『현재 상황이 잘 진행되고 있는데 굳이 묘책을 찾아내려고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아시아에서 만들어진 제품의 판매, 관련서비스 제공, 개발 등에서 중추적인 홍콩의 입장을 강화하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평등한 비즈니스 환경’ 홍콩 메리트문제는 홍콩기업들이 행정당국의 지원을 필요로 하느냐 그렇지않느냐에 있다. 물론 여기서도 의견은 나눠지지만 필요하다는 쪽의 의견이 우세해지고 있다.아시아의 주요나라에서 연간 5억2천5백만달러어치의 의류품을 판매하는 TAL어패럴에 종업원 1천명의 홍콩공장은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초일류브랜드를 생산하고 있는데서도알수 있듯, 이 공장은 회사내에서 새로운 생산공정을 개발해나가는기업내 선구자란 위치를 갖고 있다. 저스트인타임(Just InTime)의 납품을 실현하기 위한 컴퓨터시스템도 이 공장에 있다.그러나 홍콩의 노동시장은 고용주들간에 경쟁이 극심하기 때문에사원의 이직률은 약5%에 달한다. 당연히 홍콩당국이 외국인노동력의 수입을 늘리고 중국과의 경계지역에 공업지대를 설치, 중국으로부터 계약노동자라도 불러들여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이다.홍콩의 고민은 하이테크분야에서 더욱 심각하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일류 기술자를 모셔오는 일이 너무도 어려운 것이다. 그 첫째이유는 홍콩의 아파트 임대료가 월1만달러 정도로 「질려버릴 정도」인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홍콩의 절반 이하 인건비로 기술자를 고용할 수 있다. 이같은 홍콩 특유의 경비가 억제되지 않는한제조업은 연구개발부문이나 공장 지원부서원들을 중국이나 다른 부대비용이 저렴한 지역으로 옮겨놓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중국의 연안도시에서 산업이 발달하고 인프라정비가 착실히 진행되면 중계지로서의 홍콩의 지위는 더욱 흔들리게 될 것이다. 이미 일본의 소니와 세계적인 완구소매체인 토이저러스가 중국생산제품의중계무역항을 홍콩에서 센젠으로 변경한 바 있다.홍콩 행정당국은 어렴풋하게나마 활동을 시작했다. 22㏊에 달하는하이테크벤처단지를 조성하고 있으며 홍콩과학기술대학도 신설했다. 특히 이 대학의 교수진은 구미의 일류대학에서 초빙된 중국계과학자들로 구성돼 있다. 또 둥젠화의 정책팀중 하나는 신공항건설지인 란타오섬에 다국적기업을 위한 공업단지와 주택단지의 조성을제언하고 있다. 광동성의 인프라 조성에 남아도는 외환보유고를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이같은 홍콩당국의 조치와 정책팀들의 제언은 자유방임주의자들의반격을 논리적으로 뛰어넘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즉 홍콩당국이 특정분야를 중점 육성하기 위해 「편들기 정책」을 감행한다면 「평등한 비즈니스환경」이란 홍콩의 메리트가 없어진다는 주장에 당국은 답변이 궁색하다. 이들은 한번 당국의 정책개입이 있게 되면 그것은 하나의 선례가 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한편 일부에서는 홍콩이 중국 남부와 경제적인 측면에서 밀접히 융합되면 많은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광주 등이발전을 거듭하면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이행하고 노동집약형 제조업은 보다 중국내륙으로 옮겨가면 홍콩은 「미국에서 뉴욕시가 갖는지위」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견해다.앞으로 홍콩당국은 최소한 인프라적인 측면에서 적극적인 정책수행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중국 최고의 인프라수준을유지하지 않으면 「다른 도시로 대체할 수 없는 홍콩의 지위」를중국의 실력자들에게 납득시킬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아무튼 홍콩당국이 자유방임의 전통을 허물어뜨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번영을 구상한다면 산업정책을터부시했던 구습에서 벗어나 이를 신중하게 검토해 보지 않을 수없는 단계에 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