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83호 (1997년 07월 08일)

은행 주인찾기·규제완화에 관심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9

금융개혁에 대한 정부안이 확정된 뒤 중앙은행독립과 금융기관 감독권을 놓고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그러나 금융의 최종소비자중의 하나인 기업들은 이 두기관의 힘겨루기에 사실 관심이 없다.기업들은 금융개혁이 차질없이 추진돼 은행문턱이 보다 낮아지고질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금융개혁이 성공적으로 완수돼 싼 금리의 돈을 써 경쟁력이 강화됐으면 하는 것이 재계의 솔직한 바람이다.

이런 재계의 입장은 금융개혁에 대한 정부안이 확정된 뒤 나온 주요 경제단체의 반응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대한상의는 중앙은행제도 및 통화금융감독체제는 나라별로 정부에 집중된 곳도 있고,중앙은행에 집중된 곳도 있다며 이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금융개혁의 본질을 흐릴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느 기관에 권한이 집중되든지 간에 운영의 묘를 살리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갈등의 재생산과 증폭을 자제하고 금융고객인 기업과 국민의 입장에서 보다나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것이라고 대한상의는 충고하고 있다. 전경련도 대한상의와 비슷한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체계를 둘러싼 재경원과 한은의 논쟁에 대해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라면서 관련기관간의 원만한 해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련기관 밥그릇싸움 관심밖특히 재계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재경원과 한은의 힘겨루기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이다. 대우경제연구소 금융팀 정헌호연구위원은 『내부적 요인이 아닌 엔고현상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경기는최근들어 다소 회생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경제정책을 책임지고있는 기관들의 밥그릇싸움으로 반짝경기마저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개혁안 파문은 기업의 자금조달계획수립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 대기업 자금담당 임원들은 『정부의 통화정책이 어떤 기조를유지하느냐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조달계획은 큰 영향을 받게된다』면서 금융개혁안을 둘러싼 파문이 터진 뒤 정부의 통화정책은 거의실종돼 장단기 자금조달계획마련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재계가 재경원과 한은의 힘겨루기에 어느 한 기관의 편을 들기보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 이런 이유에서다.일부에서는 중앙은행제도 등 금융개혁에 대한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신뢰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보 삼미 등 대기업의 잇단 부도로 해외에서 자금조달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혼란은 결과적으로 기업 자금조달에악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이다.

중앙은행제도 및 금융감독체계에 대해 재계가 거의 무관심한 반면금융업 소유구조와 금융관련 규제완화는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부문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재계는 이 문제와 관련, 이번 금융개혁안에 자신들이 바라던 것들이 반영이 잘 안돼 불만이다.먼저 은행소유구조문제. 사실 재계는 금융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위해서는 주인을 찾아주어야 한다는 입장을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정부안에서는 이런 재계입장은 반영되지 않았다. 대주주의 은행지분소유한도는 여전히 4%가 유지되고 비상임이사로서의 경영참여만 보장됐을 뿐이다.

전경련 금융정책실 이병욱실장은 『은행의 소유구조에 대한 재계의입장은 국민들의 시각과는 차이가 있다』면서 은행 소유구조가 개선되지 않은데 대해 불만을 간접적으로 토로했다. 대기업의 은행지분 참여를 늘리면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화할 것으로 국민들은 보고 있지만 현재의 여건을 놓고볼 때 그것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이실장은 주장했다.대기업의 자금조달원이 은행으로 한정돼 있지 않고 증권, 제2금융권, 해외기채발행 등으로 다원화돼 있는데다 대기업에 대한 여신규제 또한 현행법상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어 대기업의 은행 사금고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금융권에 일대파문을 일으킨 한보사태는 은행의 주인이 없기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만일 은행에 주인이 있었다면한보에 대한 수천억원대의 부실여신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이번 금융개혁안에는 잘 반영되지 않았지만국회심의시 은행의 주인찾기가 이뤄지기를 재계는 바라고 있다.금융관련 규제완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재계는 불만이다. 금융개혁안에는 대기업의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동일 계열별 여신한도제가새로 도입됐다. 재계입장에서 보면 규제가 완화되어도 시원찮은 상황에서 새로운 규제가 더해지는 셈이다.

◆ 금융산업 경쟁력 기를 보완책 필요

전경련 금융정책실 이실장은 『대기업에 대한 여신규제는 동일인여신 한도관리, 거액여신한도관리, 바스켓한도관리등 4개가 중첩된상태』라며 대기업의 여신관리를 위해 이같이 많은 제도를 두어도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정부는 계열별 여신관리가 어느 정도정착되면 5대 및 10대그룹에 적용되고 있는 바스켓관리를 점진적으로 폐지한다는 방침이나 계열별 한도관리가 시행되면 바스켓한도관리제도를 즉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실장은 강조했다.이같은 입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LG경제연구원 이인형금융연구실장은 『계열별여신관리제도입 등으로 인해 대기업들은 당장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장기적 안목에서 보면 이 제도는 기업의 체질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정책금융의 폐지내지 재정이관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금융개혁안이 정부안대로 법제화될 경우 한국은행의 정책금융은 재정으로 넘어가게 된다.대한상의 조사부 백중기부장은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7조여원(잔액기준)에 달하는 정책금융을 재정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라며 정책금융은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긴축으로편성하려는 마당에 정책금융의 재정이관이 무리없이 이뤄지겠느냐는 것이다.

기업발행 회사채에 대한 증권사의 지급보증 단계적 축소도 기업의자금사정을 악화시킬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는 불만이다. 대기업의경우 회사채발행시 지급보증을 받는데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사실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중소기업들은 다른 금융기관이 지급보증서기를 꺼려해 증권사가 지급보증을 서 대부분 회사채를 발행해왔다. 앞으로는 이것마저도 여의치 못하게 돼 자금조달에 차질이빚어질 가능성도 크다.유상증자요건도 강화돼 직접 금융시장에서 돈을 끌어쓰기 어려워졌다. 한 상장 중소기업의 사장은 설비투자재원을 제1, 2금융권에서조달할 경우 차입이자에 대한 부담 때문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결론적으로 재계는 기업금융경색을 초래하지 않고 우리 금융산업의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보완책이 국회심의과정에서마련되기를 바라고 있다.

재계관계자는 금융개혁방안이 논의될 때마다 금융산업의 발전과 선진금융제도의 정착이라는 본래의 목적은 뒷전에 둔 채 관계기관의권한강화 또는 위상제고에만 집착하는 폐해가 이번에는 되풀이되지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개혁안이 논의과정에서 실물경제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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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