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83호 (1997년 07월 08일)

진입·가격 규제철폐가 시발점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9

지난 16일 재정경제원이 발표한 금융개혁안을 놓고 관련 기관에 세력다툼이 거세게 일고 있다. 물론 정부로서는 각국의 사례를 충분히 검토해 개혁안을 냈을 것이나 국별로 금융관행 등이 상이하고우리나라에선 사전 시행경험이 없으며, 이러한 사안에 대해 양측의의견이 팽팽한만큼 어느 방안이 최선인지 사전적으로 판단하기는곤란하다. 현재로서는 우리보다 앞서 선진국들이 금융개혁을 추진한 배경과 과정을 충분히 검토하여 합의점을 구해 나가는 것이 최선책이지 않나 생각된다.

선진국에서 금융개혁이라는 말은 이미 70년대 후반부터 논의되기시작하여 8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사실 금융개혁이란 선진국에서도 지금도 진행중인 금융산업의 진화과정이라 할 수있다. 어찌보면 금융개혁은 정보통신의 발달에 따른 필연적인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금융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금융수요가 다양해진 것도 기존의 금융산업의 틀을 바꿔놓는 요인으로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처럼 정부가 금융업자의 선정과 업무영역을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선진국의 금융개혁은 금융산업에 대한 진입과 가격에 대한규제철폐가 시발점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는 금융산업에 시장원리를 도입한다는 것으로 금융기관들이 생존전략 차원에서 금융수요자 기호에 맞는 상품개발, 판매채널 개발 등이 이루어지면서금융산업이 크게 개편되고, 이에 맞춰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과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 영국최근 중앙은행 독립성·금융감독체계 개편에 초점 둬지난 86년에 전세계 금융계에 일대 회오리를 일으킨 영국의 빅뱅만하더라도 증권시장에 시장원리를 도입한 것에서 비롯됐다. 86년10월 영국은 고율의 수수료,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 등으로 경직돼있던 증권시장의 개혁을 위해 증권거래 수수료 요율을 자유화하고증권회사들의 수수료 담합을 금지시켰다. 또한 증권거래소에서 증권을 1차적으로 매매하는 자버(Jobber)와 2차적으로 고객에게 중개해 주는 브로 업무로 양분돼 있던 유통체계를 단일화하는 조치를취했다.

여기에다 일반은행들도 증권업무를 허용함으로써 증권시장의 경쟁을 가속시켰다. 특히 90년대 들어 유럽연합이 단일금융시장을 형성하려 했던 움직임이 영국의 금융개혁을 촉진시켰다. 이는 92년에제정된 유럽연합(EU)법은 각 회원국들에 유니버설 뱅킹시스템을 표준모델로 허용하는 동시에, 역내 단일은행 인가제도를 확립하기로합의했기 때문이다.최근 들어 영국의 금융개혁은 중앙은행 독립성과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금년 5월에 발표된 블레어 정부의 금융개혁안의 내용을 보면 우선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에 있어서는그동안 영란은행은 재무부 산하기관으로서 단순히 집행기능만을 수행해 왔으나, 최근 들어 금융계를 중심으로 영국이유럽통화통합(EMU)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런던이 세계 금융중심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것을 우려하여 중앙은행의 독립성 확보문제가 대두됐다.

이에 따라 블레어 정부는 정치적 고려가 금리결정에 영향을 주고있다는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인플레 목표설정은 정부가 계속하는 반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금리정책 운용은 중앙은행에 위임할방침임을 천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영란은행에 9인으로 구성된 금융정책위원회를 신설하여 표결을 통해 금리를 결정하고, 통화정책의투명성 제고를 위해 회의록은 3개월 이내에 공개하되 긴급한 상황에서만 정부가 제한적으로 중앙은행에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토록 규정하고 있다.금융감독체계 개편문제에 있어서는 금년 5월에 은행·증권·보험등 전체 금융기관을 총괄 규제하는 금융감독기구 설립을 주내용으로 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에서는 중앙은행 산하기관인 증권투자위원회(SIB)를 모체로 새로운 금융감독기구를 설치하여 현재 은행(영란은행)·증권(증권투자위 및 4개 자율규제기구)·보험(상무부) 등 업종별로 분리되어 있는 금융감독 체계를 일원화하며, 중앙은행은 금융 전반에 대한 안정성 유지책임을현재처럼 유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블레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독립성을 제고시키고, 은행감독권을 이양시킴으로써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운용에 전력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있다. 또한 현재 업종별로 분리되어 있는 금융감독체계를 일원화하고, 자율규제기구 등에 의한 규제를 법적규제로 전환하여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강화를 지향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 일본

대장성 권한 축소, 각종 규제 2001년까지 철폐키로일본의 금융개혁은 그동안 금융분야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금융기관들이 해외로 이전함에 따라 금융공동화 현상이 심화되자 금융제도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면서 급진전되고 있다.지난해 11월 재출범한 하시모토 내각은 금융제도 개혁을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선정하고 오는 98년 정기국회에서는 관련법을 정비하여2001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금융의 자유화·투명화·세계화를 목표로 동경을 세계적인 금융시장으로 육성·발전시킨다는 대장성의 금융개혁안을 바탕으로 금년6월에 확정된 일본판 빅뱅의 주요 내용을 보면 금융기관간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금융지주회사의 설립을 허용하고, 증권회사 설립을 등록제로 전환하며 은행·보험·증권 등 분야별 장벽을 자회사를 통해 상호진출을 허용하고 있다.

금융수요자의 선택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은행에서 투신 및 보험상품 판매를 자유화하고 증권회사에 증권 종합구좌를 개설하여급여·공공요금 등의 입출금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금융시장의 공동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현재 금융기관에 한정돼 있는 외환업무를 기업에도 개방하면서 유가증권 거래세 등 금융세제를 인하하는 동시에 주식매매 위탁수수료도 자유화한다는 것이다.금융감독청 신설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일본 대장성은 예산편성,금융기관 감독, 중앙은행 통제 등의 권한으로 경제 전반에 막강한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금년 1월에 의결된 금융감독청 설치법에서는 오는 98년 7월까지 발족될 금융감독청이 지금까지 대장성이담당해 온 △예금자·보험계약자·유가증권 투자자들의 보호 △은행·증권·보험업 등의 면허 부여 및 검사·감독 △증권거래 감시및 처분 권고 등을 담당토록 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에 있어서는 지금까지는 사실상 대장성에예속돼 왔으나 금년 6월에 의결된 일본은행법 개정안에서는 최고정책의결기구로 일은 정책위원회를 두어 일은과 정부의 의견이 상이한 경우 정부는 정책위의 의결을 연기시킬 수 있을 뿐, 정책위가금융정책을 최종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정책위에 정부대표의 상시출석을 폐지하는 한편, 정책위의 의사표지 공표를 의무화하여 금융정책 결정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대장상의 일은예산 인가대상을 일반 사무경비 등 금융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로 한정하고, 대장상이 일은예산을 인정하지않는 경우는 그 이유를 공표해야 하며 인사면에서도 일은 총재 및부총재는 국회동의를 얻어 내각이 임명토록 하고 있다.결국 일본의 금융개혁은 시중 금융기관들을 보호해온 각종 규제를2001년까지 단계적으로 철폐하고 금융기관들의 자유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면서 지금까지 일본경제를 이끌어 온 대장성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일본은행의 권한을 강화하는 기구개편을 병행함으로써 전면적인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같은 금융개혁은 과감한 규제완화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제고하고 국민들의 변혁욕구가 강한 금융개혁을 기회로 핵심 관료기구인 대장성을 개편하여 관료들의 반발이 강한 중앙성청 등도 행정개혁 추진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평가되고 있다.

◆ 미국

복잡다기한 금융감독권 조정문제 이슈한편 일본과 영국의 금융개혁이 말 그대로 빅뱅이었던 반면 미국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금융개혁이 진행돼 왔다. 지난 56년 은행지주회사법을 제정한 이후 몇 차례의 개정을 거쳐 지주회사를 통해 다른 주에도 지점을 설치할 수 있게 됐고, 75년에는 주식매매수수료의 자율화가 추진됐다. 특히 지난 33년에 제정한 글래스-스티걸법에 따라 미국은 유럽과 달리 아직도 은행, 보험, 증권간에 겸업이차단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금융기관의 업무영역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어 유니버설 뱅킹의 출현이 멀지않은 상황이다.지난해 이후 의회에서는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위해 은행업과 증권업간 겸업을 금지하고 있는 글래스-스티걸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금년들어 루크마 하원 금융제도위원장이 금융지주회사 아래 은행·증권·보험은 물론 지주회사 수입의 25% 한도내에서 비금융회사의 설립까지 허용하는 개정안을 제출하여 현재 심의중에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도 금년초에 은행의 경영효율성 제고 및 서비스 개선을 위해 은행업과 증권업간 업무장벽을완화할 계획을 천명한데 이어 3월부터는 은행이 설립한 금융지주회사에 대해 자회사를 통한 증권업무 취급범위 및 한도를 확대한 바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금융업계에서도 은행지주회사인 뱅커스 트러스트사가 금년 4월에 증권부문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첨단기업 주식인수를 주업무로 하는 증권사인 알렉스 브라운사를 매수했으며, 금년 2월에는 기업간 인수·합병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증권사인 모건 스탠리사와 개인에 대한 주식중개와 신용카드 업무를 주로 하는증권회사인 딘 위터 디스커버사가 업무 다각화 등 경쟁력 제고를위해 상호 합병키로 합의하는 등 본격적인 금융겸업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미국 금융산업의 또다른 특징은 다른 나라에 비해 금융감독이 복잡다기하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관련 규제는 크게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통화감독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으로 분리되어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최근들어 미국에서도 금융기관의 겸업화 추세가 빠르게 진전됨에 따라 감독권의 조정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있는 실정이다.

◆ 호주

중앙은행 감독기능 분산, 대국민서비스 질적 향상키로 한편, 호주도 외국은행의 국내은행지분 소유 및 금융기관간 합병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금융분야 개혁추진 계획을 수립하여 조만간시행할 예정이다. 지난 75년 프레이저 정부 이래 금융개혁과 개방정책을 꾸준히 추진한 호주는 최근 들어 국제금융시장의 개방화 추세가 확대되면서 정부 차원에서 획기적인 금융개방조치가 마련돼야한다는 여론이 확산됨에 따라 지난해 3월에 출범한 하워드 정부는비효율적인 금융제도 개선을 위해 금융제도 조사위원회를 발족시킨바 있다. 동 위원회는 금년 4월에 자체 연구보고서(일명 : 월리스보고서)를 작성하여 정부에 제출해 놓은 상태이다.

앞으로 호주 정부의 타당성 검토 등을 거쳐 정책으로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월리스 조사보고서의 주 내용을 보면 현행 4대 은행(커먼웰스 은행, 호주-뉴질랜드 은행, 내셔널 호주은행, 웨스트팩 은행)과 2대 보험회사(AMP, NATIONAL MUTUAL)의 합병을 금지하는Six Pillar 정책을 폐지하고 은행간, 생명보험사간, 은행과 생명보험회사간의 합병을 허용할 계획이다. 또한 외자유치법에 의거 외국은행의 국내은행 지분소유를 허용하고 보험·투자 신탁회사 등제2 금융권 및 슈퍼마켓·전화회사에 대한 예금서비스 기능을 부여하며 은행을 포함한 기타 금융 기관에 예금구좌 수수료에 대한 자유로운 가격결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금융감독기능과 관련해서는 금융제도의 공정한 운영을 위해 단독감독기관인 호주 규제자문위원회(APRC)를 신설하고 기업·금융시장감시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업·금융서비스위원회(CFSC)를 설립할 계획이다. 따라서 호주 중앙은행(RBA)은 그동안 보유해온 금융정책 및 금융제도의 안정화에 대한 책임은 보유하되 감독기관으로서의 임무는 폐지한다는 것이다.결국 이번 호주의 금융개혁 계획안은 금융기관의 통합 및 각종 수수료·부과금 결정 자율화 등을 통해 금융기관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면서 그동안 중앙은행이 담당해 오던 감독기능을 보다 분산시킴으로써 감독기능의 효율성 제고를 기하는 한편, 대국민 서비스의질적 향상과 함께 현재 전체 사업자금 대출의 98%를 은행에 의존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지원 확대 등을 모색하고 있는 점이특징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요 선진국들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개혁은 세계적인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세계일류의 금융기관으로 육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있다. 이런 시각에서 금융산업 개편, 중앙은행의 독립성, 금융감독문제 등도 자연스럽게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물론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금융개혁안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볼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국민들이 받는 인상은 현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금융실명제, 노동법 개정 등과마찬가지로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고 있다. 오히려 세계적인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금융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선진국에서보는 바와 같이 이번 안에서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금융기관 파산에 대한 대비책과 이번 안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이는대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책 등의 보완책을 마련하는데 지혜를 모아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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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