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4인의 밀실합의를 거쳐 한국은행과 금융감독 개편안을제시했다. 이 방안은 금융통화위원회를 한국은행의 상위기구로 하고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이 한국은행 총재를 겸임하며, 국무총리실산하에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하여 금융감독 업무를 통합하여 운영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이번 방안에서 근본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은행감독원의 분리이다. 한국은행에서 은행감독원을 떼어내면 실질적으로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하는 수단을 잃는다. 그러면 한국은행은 「종이호랑이」가되고만다. 그동안 은행감독원은 관치금융의 수단으로 이용되면서국민경제적인 피해를 많이 입혔다. 이것이 정부산하로 갈 경우, 관치금융을 법제화하면서 또다시 우리경제는 정경유착 비리의 희생이더 클수 있다.◆ 금통위 의장, 정부의 하수인이자 희생양?은행감독원의 주요기능은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건전한 신용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다. 은행경영이 부실화하고, 이로 인해 금융시장의 혼란이 야기되거나 자금결제제도가 불안해지는 경우, 궁극적으로 이를 수습할 수 있는 기관은 발권력을 가지고 있는 중앙은행이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하는 중앙은행이 은행감독기능을 갖는 것이 순리이다. 한편 통화금융정책의 효과는 금융기관을 통해 경제의 각 부문에 파급되는데, 한국은행으로부터 은행감독기능이 분리될 경우 한국은행은 그 파급효과를 확인할 수 없다.따라서 효율적인 통화금융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또한 금융제도의 안정성 유지를 위해 은행부실화의 가능성을사전에 방지하고 문제발생시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려면개별은행의 일상 경영 및 업무내용을 평소 상세히 파악하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 별도의 기구보다는 통화금융정책을 집행하는 중앙은행이 감독기능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금융의 겸업화 추세에 따라 감독기능의 통합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이 분야별로 고도의 특성과 다양성을 갖기 때문에 통합보다는 전문화와 자율화가 더욱 중요하다. 가장 강력한 겸업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이 최근 증권업의 국제화와 전문화 추세에 대비하여 증권감독청을 따로 분리설립한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한편,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의 최고정책의결기구로서 정치와행정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생명으로 한다. 따라서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은 국민앞에 직접 책임을 지는 형태를 갖춰야 한다. 이번정부개편안에 의하면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은 한국은행 총재를 겸임하며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또 매년 물가안정목표를 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해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리하여 사실상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은 정부의 하수인으로 임명이 되고 물가불안이 심화될 때 책임지고 물러나야 하는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금융통화위원회의 운영에 있어 더욱 문제되는 것이 산하에 공무원들로 구성되는 사무국을 두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은행기구중 핵심정책부서인 조사부와 자금부 등이 사무국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부의 부속기구로서 위상이 격하된다. 그리고 한국은행은 사무국의 업무를 보조하는 단순기능업무만 하게 된다. 금융통화위원회의 기능에 있어서 또한 문제되는 것이 재정경제원장관이 의결사항에 대해서 재의요구권이 있다는것이다. 이는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신용정책이 정치적 이해와 엇갈릴 때 언제든지 결정을 바꿀 수 있는 수단이다. 그동안 재의요구권 때문에 재정경제원이 의안을 미리 결정하고 금융통화위원회는이를 자동 통과시키는 시녀역할을 한 것이다.우리나라는 금융제도 자체가 정치권력에 예속됨으로써 정치적 통화남발이 많았다. 여기서 금융제도 전체가 권력의 사금고처럼 이용되면서 경제는 정경유착 비리의 피해가 컸다. 특히 경제가 물가와 투기의 구조적 악순환에 휘말려 부익부 빈익빈의 소득격차가 심화되었는데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공동운명체 의식이 사라지고 붕괴현상에 가깝다. 또한 금융혜택이 대기업 중심으로 지원되면서 중소기업들은 빈사상태가 되었는데 이에 따라 산업구조의 저변이 취약한것이 경제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세계화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있다.이렇게 볼 때 한국은행의 실질적인 독립은 경제를 정경유착 비리구조에서 구출하고 선진적인 시장경제로의 발전을 유도하는 버팀목이된다.정치권력의 지배를 거부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균형성장을 유도하기 위해서 중앙은행독립과 금융자율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현재 재정경제원은 예산, 세제, 금융정책의 3대축을 보유하고 경제운영의 전권을 장악하고 있다. 과거 경제기획원이 예산을 관장하고재무부가 세제 및 금융정책을 관장하던 체제에 비해 경제의 정치적운영이 훨씬 용이하다. 특히 재정경제원은 정치논리에 의한 예산편성과 통화증발을 동시에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 경제의 정치적 운영을 자유롭게 할수 있다. 이제 총리실 산하에 금융감독위원회가 설치될 경우 경제의 정치적 지배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 보험 등 금융전반을 통제할 수 있는 최대의 경제권력부처로 기능을 발휘할 것이틀림없다.현재 한국은행의 모든 기능이 정부에 의해 완전 통제되고 있다. 재정경제원 장관이 통화금융정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을 겸임하면서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사항에 대한 전적인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동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도 재정경제원장관과 한은총재를 제외한 임명직 위원 7인 중 5인을 정부가 추천토록 되어있는데다, 각 경제부처에 부여된 위원추천권도 추천사무를 담당하고 있는 재정경제원장관이 행사하고 있어 금융통화위원회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한은, 통화관리상 통제 가능한 수신고 30%이하재정경제원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능을 엄격히 통제함과 동시에 금융기관의 설립, 해산, 합병, 취소, 인가권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있다. 또한 은행감독원에 대한 업무지시를 통해 일반은행에 대한전면적인 감독권을 행사함으로써 관치금융의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재정경제원은 특수은행과 더불어 종합금융회사, 투자신탁회사, 증권회사등 제2금융권의 금융기관들을 직접 관할함으로써 중앙은행의통화금융정책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현재 한국은행이 통화관리상 통제할 수 있는 수신고는 전체의 30%이하로 중앙은행의 통화금융정책이 실질적으로 무의미한 상태이다. 한편 외환관리 업무에대한 관할권도 재정경제원에 완전히 예속되어있다. 이로써 금융시장 개방과 더불어 외국자본의 유출입에 따른 금융시장 교란이 거의통제되지 못하고 경제교란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향후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집행부, 은행감독원을 하나의 유기체로 묶어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을개정해야 한다.한국은행법의 개정에서 한국은행 총재는 중앙은행의 최고책임자로서 국민에 대하여 직접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되 임기중 신분을 철저히 보장하여야 한다. 중앙은행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은 한국은행총재가 당연직으로 맡아야 하며, 금융통화위원회의 위원은 중립적인 금융전문가들로 구성해야한다.한국은행 내부경영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재정경제원장관의업무검사권, 정관변경승인권 등은 폐지하고 한국은행 예산권은 현행대로 금융통화위원회가 보유하여야 한다. 또한 은행감독원의 기능이 실질적으로 통화 금융정책 수행의 핵심적 수단이 되고 있음을감안할 때, 은행감독원은 당연히 현행대로 중앙은행내에 존속하여야 한다.한편 재정경제원이 관장하고 있는 외환업무는 전문적인 국제적 차원의 통화금융정책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그 관할권을주무처인 한국은행에 복귀시켜야 한다. 또한 특수은행 및 제2금융권에 대하여 통화신용정책에 관련된 통제권을 한국은행이 갖도록하여 총괄적인 통화금융정책을 펼수 있도록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