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사고 파는 산업, 즉 정보산업을 위해 금융업계에서는엄청난 기계들을 사용한다. 은행의 트레이딩 룸에 배치돼 있는 책상들은 위에서부터 내리누르는 거대한 컴퓨터 단말기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신음한다. 컴퓨터 회사들은 이런 컴퓨터 관련 기계들을 팔면서 큰돈을 챙긴다.그러나 이 기계들을 통해서 서로 전달되는 뉴스와 각종 데이터의끝없는 흐름은 바로 그 자체로서 하나의 큰 사업이다. 지난해 블룸버그, 브리지, 다우존스, 로이터 등 네개의 주요 회사들은 금융시장의 활동에 도움을 주는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모두 합쳐 44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단어와 숫자들로 이뤄지는 이런 정보의 양은 상상할 수 없는 정도다. 로이터 한 군데서만 초당 2만7천 페이지나 되는 데이터를 쏟아낸다.여러 종류의 본드를 사고파는 한 거래자를 상상해 보자. 그의 한쪽편에는 블룸버그의 기계와 브리지의 스크린이, 또다른 편에는 다우존스의 스크린이 놓여 있다. 이것도 모자라 정면에는 두 대의 로이터 단말기에다 TV 수상기를 틀어놓고 버튼이 80개나 되는 전화기도갖추고 있다. 여기에다 소속회사 내부 시스템과 연결된 컴퓨터에서나오는 정보까지 합쳐 그는 실제로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정보보다 훨씬 많은 정보의 바다에 파묻힌다. 소비자들이 이제 그들의 어수선하고 값비싼 데스크톱컴퓨터를 깨끗이 치워버리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로이터의 피터 잡 사장은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그 결과 두개의큰 회사가 세계의 금융정보 산업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쟁은 혈전이 될 수밖에 없다. 서로간의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과정에서 금융산업계가 현재 의존하고 있는 수십개 혹은 그 이상의 데이터 제공자들은하나 둘 떨어져 나갈 것이다.은행들은 지난 수년동안 이런 식의 정보가 너무 많이 몰리는 것을억제하는데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때때로 이런 노력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곤 했다. 고용주에게 매년 2천만달러씩 벌어주는 거래자가 블룸버그 단말기가 없이는 일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면 그에게 『그런 식으로 정보를 수집하지 말라』고 할 은행은 아무 데도 없을 것이다. 이미 거대 은행들은 정보 테크놀러지 개발에 매년 10억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붓고 있다.개발비용이 커질수록 지출에 대한 발언권은 직접 거래를 하는 현장실무자들보다는, 한달에 1천5백달러가 드는 단말기들이 과연 필요한 것이냐를 따지는 정보 테크놀러지 부서에서 점점 더 세지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몇몇 전문회사들로부터 사들임으로써 비용을 삭감하고 정보전달 시스템을 단순화시키고자 하는경향이 점차 더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다.◆ 경쟁력은 정보 다양화금융가의 지출 담당자들로부터 선택을 받는 정보제공업체는 어떤것들일까. 성공하기 위한 첫번째 결정요인은 판매업체가 제공하는서비스의 다양함이다. 세계 환율시장과 채권 주식 상품시장 등에서실시간으로 동시에 전달되는 지수들은 지금과 같은 시대엔 더 이상특정회사만의 가치있는 정보가 될수 없다. 요즘은 이런 것들을 어디에서든 쉽게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소비자의 눈에 띄는 서비스를 해 주기 위해서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의 역대 데이터와 소비자가 이 데이터들을 분석할 수 있도록 데이터 분석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만일 어떤펀드매니저가 프랑스에서의 주가변동이 미국 시장의 변동행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자신만의 예감을 갖고 있다면 그는 지난 수십년간의주식가격과 그것이 진행돼 온 복잡한 변화추이를 알아야 할 필요가있을 것이다. 오직 지난 2년간의 주식시세만을 제공하는 판매업체라면 그가 요구하는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셈이다.대체적으로 로이터는 대부분의 세부분야에서 그 정보의 내용면으로경쟁업체들을 따돌리고 있다.(도표참조) 그러나 로이터가 점하고있는 우위는 곧 거센 도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지난 1월 다우존스의 금융정보 부문인 다우존스마켓은 6억5천만달러가 투입될 야심에 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데이터의 각 분야별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입안된 것이기도하다. 이런 차이는 주식시장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다우존스의 이분야 시장점유율은 주요 경쟁업체들 중 최하위다. 다우존스마켓의케네스 뷰렌저 사장은 다른 데이터 판매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이차이를 메워 나가려 한다는 얘기를 한다. 다우존스의 대주주들 중일부는 이 투자가 성과를 거들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그러나 지금까지 뷰렌저는 일본의 정보서비스업체 퀵, 미국의 특수업체 프리마크와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박스기사 참조)로이터가 현재 제공하는 정보의 다양성을 아무도 따라오지 못한다고는 해도 역대 데이터와 그것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해주는 기술을 좀 더 숙련시키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우월적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 다른 업체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회사의 명칭을 따라 「블룸버그」라고 불리는 상당히 우수한 단말기를 보유한 블룸버그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지난92년 이 회사의 설립자인 촉망받는 사업가 마이클 블룸버그는 2만대째의 단말기를 설치했고 올 5월에는 7만5천대를 돌파했다. 경쟁자들은 블룸버그를 견제하는데 별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하지만 블룸버그도 오래지 않아 더욱 강력한 경쟁상대를 맞게 될것이다. 지난해 로이터는 성능을 한단계 높인 「로이터 3000」이라는 서비스를 출범시켰다. 로이터측은 이것이 블룸버그가 역대 데이터와 분석 소프트웨어 제공면에서 선두를 유지하며 벌어들인 이익을 가로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 시스템을 소비자들에게 접속하는데 문제가 있어 실제 작동된 기계는 얼마 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로이터는 지난 3월말까지 거의 1만8천대나 설치주문을 따냈다. 이달에는 다우존스마켓도 비슷한 서비스를 시험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것은 한발 늦은 셈이다.다우존스의 새로운 서비스는 적어도 두해동안은 상업적으로 별 재미를 못볼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정보제공업체들이 보다 다양하고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지를알아보는 것 이외에도 소비자들은 판매업체들이 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느냐에도 점점 관심을 갖고 있다. 과거에는 거대 정보회사들만이 그들 자체의 독점적인 정보전달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다.◆ 정보내용면에서 로이터 우위 선점그러나 최근에는 은행들도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했고자체적인 사업부문들을 연결하거나 고객과 은행을 연결하는 전자망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런 네트워크들은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다.하지만 로이터와 블룸버그같은 일부 판매업체들은 이런 공개적인네트워크에 연결되는 것에 반대해 왔다. 그들은 자신들의 고유 시스템에 연결하고 그것을 사용하는데 따른 요금을 소비자들에게 청구해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인터넷을 기본으로 하는 네트워크의 확산은 비즈니스의 형태를 바꿔놓을 것이다. 미국회사인 브리지는 이런 네트워크들을 이용해서돈을 벌기 위해 자체적 망을 보다 정확하게 재구축했다. 브리지를후원하는 회사는 웰시커슨앤더슨 앤드 스토워라는 투자은행이다.이 회사는 95년에 브리지를 사들였다. 그 이후 이 은행은 나이트리더라는 금융뉴스 서비스사도 사들였고 「블룸버그 킬러」라는 아주과장된 명성을 갖고 있었지만 결국 블룸버그를 타도하지 못한EJV란 회사도 매입했다.브리지는 신기술이 갖고 있는 유연성을 부각시켜 경쟁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에 올라서고 싶어한다. 브리지의 기술을 이용해 고객에게 크게 한건 해주고 싶어하는 본드 판매사원이 있다고해 보자.그는 전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리는 대신 곧 자신의 퍼스널 컴퓨터를 통해 고객에게 정보를 전달할 것이다. 또 투자자가 원하는 본드의 종류들을 죽 늘어놓은 다음 브리지가 종류별로 취합해 놓은역대 데이터베이스에 연결해 비슷한 유가증권의 변화추이를 분석할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자신의 컴퓨터를 회사의 자체 네트워크에 연결시켜 그가 속한 은행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본드가 어떤것인지를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브리지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그는 이 정보를 한데 취합할 수 있고 이것을 E-메일로 전송해 고객에게 구체적인 영업목록을 제시해 줄수도 있다.판매업체들에 곧 닥쳐올 또다른 골칫거리가 있다. 발빠른 세계의은행들도 여러 종류의 정보 데이터베이스와 이를 고객에게 분석해주는 방법들을 개발해 거대 정보공급업체들에 정보를 제공받는 은행들에 맞서고 있다. 때로는 이들의 방법이 더 나을 때도 있다. JP모건과 골드맨삭스 두 미국 은행은 고객들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는방법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다우존스마켓과 브리지는 자신들이 이런 은행들과 협력하고 싶다는얘기를 공공연히 한다. 뷰렌저사장은 이런 신기술을 이용해 서로의고객들에게 「공동 브랜드」로 접근하자며 상당히 적극적인 자세를보인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은행들의 이런 노력에 시큰둥한 반응을보이고 있다. 이들의 반응에 관계없이 은행들의 정보기술 개발노력은 놀랄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이름이 밝혀지는 것을 꺼리는 한 투자은행은 소속 딜러에게 거래를성사시키라는 명령을 내리기 전에 연금 펀드매니저가 환율변동을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주 유용한 프로그램 일체를 배포하는데에 이미 자체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쟁속에서정보판매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어지러운 데스크톱을 깨끗이 정리해주며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할 때보다 훨씬 더 어려운 시기를 곧 맞게 될 것이다.「Arming for the data wars」 Jun. 14, 1997The Economist London★ ICV, 정보업계 다크호스 부상계속 팽창되는 글로벌 시장이라는 바다에서 작은 치어 한마리가 정보산업계의 거대한 고래에게 도저히 대적할 수 없는 법이라면ICV의 행운은 아주 이례적인 일일 것이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정보 판매업체는 이미 영국 주식시장의 거래자들 2/3에게 뉴스와정보를 공급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의 판매업체로 군림하고 있는 로이터의 바로 코앞에서 이뤄낸 훌륭한 성과다. 영국에서 올가을 새로운 전자거래 시스템이 설치되면 시장점유율이 75%에 이를것으로 ICV는 기대하고 있다.미국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즈로부터 공급받은 데이터를재공급하던 별볼일 없던 회사였던 ICV는 런던스톡익스체인지라는예기치 못했던 후원자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면서부터 번창하기 시작했다. 지난 92년 익스체인지는 독점적으로 주식 뉴스와 정보를공급하던 「토픽」이라는 매체를 매각할 적임자를 찾기로 결정했다.이 회사는 그동안 해오던 활동을 ICV를 포함한 네 개의 회사로 분산시켜 맡겼다. 네 회사는 익스체인지와의 제휴를 열렬히 원하고있었다. ICV의 설립자 중 한사람인 데이비드 테일러는 『런던 스톡익스체인지와 제휴를 하는 것만으로는 절대로 상업적인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었지만 우리는 그로부터 큰 이익을 얻었다』고 말한다.로이터가 자체적으로 주식에 대한 데이터를 독점하는 네트워크를구축할 것이라고 우려하던 익스체인지는 로이터가 아닌 ICV가 자신의 토픽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리를 일임했다. 그 결과로딜러들은 브랜드를 따라서 ICV쪽으로 몰려들었다. 오직 한 분야의시장에만 초점을 맞춘 작은 기업으로서 ICV는 서비스를 지역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추는 방법을 연구했다. 일례로 이 회사의 뉴스 서비스에는 영국의 타블로이드판 신문들이 선호하는 과감한 축약형태가 많이 채용되고 있다. 영국의 전 재무장관 케네스 클라크는 ICV스크린에서는 「켄」이란 약칭으로 불린다.그러나 테일러는 지금 더욱 더 웅대한 야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10월 그는 그의 회사를 9천7백만달러를 받고 역시 정보 판매업체인데이터스트림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의 프리마크에 매각했다. 같은달 프리마크는 다우존스마켓과의 합작을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데이터스트림/ICV 연합업체는 국제 주식시장에까지 정보를 공급할 수있을 것이다. 올 연말에 시작되는 이 새로운 서비스는 로이터가 현재 가장 활약을 하고 있는 분야에서 성가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로이터가 이제 더 이상 느긋한 마음을 먹고 있을 기회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예측이다.「Now wash your hand」Jun. 14,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