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청소년들은 누구라도 법관 정부관료 의사 과학자를 꿈꾸었다. 명문대학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었고, 때문에 공부를 잘해야 했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그러나 선망의 대상이 전혀 다르다.여전히 덕망있는 직종을 좇는 학생들이 있지만 상당수가 탤런트 영화배우 가수 등 연예인을 열망한다. 실생활과 연예 라이프스타일을밀착하는 것은 X세대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다.전에 연예인들은 비아냥조의 「딴따라」로 불렸다. 연예인은 으레그런 쪽의 운명을 띠고 태어난 사람들만이 하는 것으로 알았고 그들에게 딸을 시집보내려고 하지도 않았다. 사회적 인식도 낮았고대우도 신통치 않았다. 명성을 얻었어도 풍족하게 사는 연예인은손에 꼽을 정도였다.그런데 왜 지금은 「연예계 신드롬」인가? 부모들은 자식들이 딴따라를 선망하는 기분을 얼핏 이해하지 못한다. 신세대는 그런 윗세대가 답답하다.가장 커다란 변화는 사회전반의 상하(上下) 이미지가 바뀌어가고있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상위문화」가 지배했다. 음악으로 치면고전음악이다. 클래식을 들어야 고상했고 실제로 공부 잘하고 집안이 넉넉한 학생들은 고전음악에 심취했다.「상위문화」는 엘리트지향과 맞물린다. 고급문화는 사회 구성원들이 엘리트로 치닫고자 할때 힘을 발휘한다. 80년대 우리 사회는 성장을 견인해야 할 엘리트가 필요했고 그만큼 사회전반을 엘리트가장악했다. 당연히 그 문화는 상위문화였다.그러나 지금은 정반대의 「하위문화」시대다. 교실에서 공부 잘하는 것이 결코 자랑이 아니며 공부 못하는게 낙오를 뜻하지 않는다.열등생들은 서태지 DJ DOC 등의 스타가 대학과 인연이 없는 사람이라는 점이 기쁘다.하위문화의 융기는 신세대가 흑인음악과 「힙합문화」에 경도되어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기성 세대들은 청소년기에 백인팝 또는 컨트리 음악을 들었다. 비틀스 카펜터스 이글스 로보를 좋아했다.그러나 신세대들은 백인 컨트리 음악이 졸립다. 리듬이 튀고 율동적인 흑인음악이 적성에 맞는다. 기성세대에 대한 은근한 반란이며그들의 엘리트주의에 대한 「하위층 정서의 도발」이라고 할까. 배우가 되고자 하고 탤런트를 꿈꾸는 것도 다 마찬가지다.또 하나 있다면 연예계가 「신분상승」을 제공하는 분야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엄청난 부를 약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연예계가 「돈이 되기 때문에」 몰려가는 것이다. 스포츠신문에는 연일인기스타의 수억대 CF출연 계약 소식이 실린다. 그런 거액은 어디에서도 쉽게 벌 수 없다. 연예계 스타만이 가능하다. 연예계가 과거와 가장 달라진 부분이다.◆ 기성세대에의 반란, ‘힙합문화’미국의 흑인들은 너도나도 마이클 잭슨과 같은 가수, 빌 코스비같은 TV스타, 마이클 조던같은 농구선수가 되고 싶어 한다. 이유는간단하다. 이 곳만이 그나마 흑인신분으로서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서는 「인종적 낙인」을 경험하지 않는다.우리와 견주어도 설득력이 있는 애기다. 교실의 비(非)우등생과 열등생은 과거같으면 희망이 없었다. 출세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하위층의 반격이라는 추세가 도래하면서 그들에게도 기회가제공되기 시작했다. 그곳이 바로 연예계가 되는 셈이다. 지금은 우등생들도 여기에 쏠리고 심지어는 더 극성이라는 말도 들린다.갈수록 탤런트의 학력이 높아지고 명문대 출신이 많아지는 것이 그것을 말해준다. 상하위 정서의 역전이 폭넓게 확산된 까닭이라고할 수도 있지만 「경제적 직업적 원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것으로 생각된다.우리 연예계의 부피가 팽창한데 따른 결과이다. 영화계는 대기업자본에 의해 굴러가고 「중소기업 고유업종」이라던 가요계도 최근에는 대기업의 진출이 눈에 띈다. 연기자라도 유명해지면 당연히돈을 만질 수 있다. 게다가 그 돈도 타분야와 비교하면 큰 돈이다.흔히 신세대는 「이해타산적」으로 묘사된다. 명예가 있더라도 돈이 따르지 않으면 외면한다. 연예스타는 명예와 부를 동시에 얻을수 있는 위치이기에 각광받는 것이다.연예계 선망은 「대중문화 시대」라는 인식의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또 직업으로서 완성도가 높다. 더 바랄 게 없다. 우리 신세대정서의 현주소는 어린이 노래에 여실히 드러난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