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대우자동차가 기아자동차와 함께 기아특수강을 인수해 공동경영키로 함으로써 기아 보호를 위한 방어선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기아자동차 인수를 놓고 팽팽하게 전개되어온 현대·대우와 삼성간의 신경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또 현대와 대우가 일단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어서 앞으로 삼성측과 본격화될 수도있는 기아자동차 인수전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현대와 대우가 기아특수강 공동인수에 나선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삼성의 기아자동차 인수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수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기아그룹 채권단 회의에서 은행들이 김선홍기아그룹회장의 경영권 포기를 강력히 요구하자 현대와 대우가 서둘러 기아 지원책을 가시화한 것이란 분석이다. 만약 채권단 요구대로 김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할 경우 기아자동차의 삼성행이 급진전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고육책이란 얘기다.현대와 대우는 기본적으로 삼성그룹이 기아자동차 인수를 노리고있다는 시각이다. 삼성자동차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생산규모를 갖추려면 앞으로 10조원 정도를 더 투자해야 하는데 삼성이 때마침 돌아온 기아인수의 호기를 놓칠 리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기아그룹이 부도유예 파문에 휘말린 것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사태진전이 모두 삼성측의 보이지 않는 「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삼성 「시나리오설」까지 나돌아그런 시각을 갖고 있긴 기아그룹 자신도 마찬가지다. 기아그룹 내부에선 소위 삼성의 「시나리오설」까지 나돌고 있다. 삼성보고서로 기아 흔들기→기아그룹의 부도방지협약 대상 선정→김선홍회장퇴진→부도처리후 삼성이 기아자동차 인수라는 각본에 의해 사태가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채권단이 기아그룹의자구계획안을 수용하지 않고 김회장에게 경영권 포기각서를 요구하자 현대와 대우가 마침내 「백기사」로 나섰다는 것이다.어쨌든 현대와 대우의 적극적 개입에 따라 기아그룹은 일단 고비를넘기고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 적자가1천6백억원에 달해 기아그룹 부실의 최대 주범으로 꼽힌 특수강이란 짐을 현대·대우자동차와 함께 짊어지면 숨통이 어느 정도 트일게 분명하다. 물론 김선홍회장의 경영권 포기여부가 관건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기아 입장에선 든든한 원군을 만난 것임에 틀림없다.이제 관심은 향후 상황전개 방향이다. 1차 방어선 구축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기아자동차 공략이 계속될 경우 현대와 대우측이 과연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다. 특히 지난 1일 채권단회의에서도 기아의자금지원이 결정되지 않고 미뤄져 현대와 대우는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일부에선 현대와 대우가 보다 「적극적인 방어」에 나설 수 있다는관측도 한다. 기아자동차를 아예 먼저 인수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으로부터 기아자동차를 영원히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어는 역시 공격이기 때문이다. 재계 수위 자리를 좌우하는 중대한사안으로 삼성의 기아자동차 인수를 결코 좌시할 수 없는 현대의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결국 현대·대우의 기아특수강 공동인수는기아자동차를 사이에 둔 현대와 삼성, 삼성과 현대간의 한판대결을예고하는 서막이란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