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너무 빨리 변한다. 빠른 속도에 맞추지 않으면 행여 뒤질까마음은 더 급하고 신경은 날카롭다. 그래서일까. 98년 가을 겨울패션계의 주제는 「휴식을 취하라(Take a break)」 「마음의 여유를 가져라(Relax)」로 요약된다. 미래나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것에 집중하고 바로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라고 한다. 유행이 지시하는 이 교훈에 따라 나타나는 패션 소주제는 5가지다. 「깨지기 쉬운 감성(Fragility)」 「내면을 향한 신중함(Discretion)」 「세상에 대한 대조(Contrast)」「내 멋대로 살고 싶은 개성(Impertinence)」 「신비로운분위기(Magic)」 등.유행은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는 동시에 또한 분위기를 만든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예측되는 내년의 패션 경향은 세계가 향해 가고있는 전반적인 추세를 내비친다고 할 수 있다. 내년의 유행을 선도할 5가지 키워드를 통해 패션과 사회를 읽어보자.「깨지기 쉬운 감성(Fragility)」은 로맨틱하고 부드럽고(Soft) 여성스러운(Feminine) 분위기의 연장선 위에 있다. 그러나 내년에 유행할 이 감성은 순진하고 청순한 여성스러움과는 거리가 있다. 무엇인가 추억을 가슴에 안고 있는 농밀함과 아련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여성스러움이다. 어떻게 보면 섹시하고 어떻게 보면 상처를 건드리게돼 깨뜨려버릴 듯한 느낌이다.「깨지기 쉬운 감성」은 성숙한 느낌에 성적 매력을 풍기면서도 과장되지 않고 편안한 스타일로 드러난다. 니트 원피스라든지 속이흐릿하게 비치는 투명한 옷감이 사랑받는다. 치마 끝이나 소매 끝에는 레이스 등의 장식이 이용되고 꽃무늬 프린트도 주목받는 소재가 된다. 여성의 가슴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목선도 계속 인기를 끌것으로 보인다.◆ 유행 선도할 5가지 키워드「깨지기 쉬운 감성」에 남성스러운 멋을 가미하면 「내면을 향한신중함(Discretion)」으로 발전한다. 현재 패션계를 휩쓸고 있는세계적인 추세인 로맨티시즘은 매니시(Mannish)한 분위기와 혼합돼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면을 향한 신중함」이란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내성적인 성향이다. 패션에서는 단정하고 깔끔한 스타일에 직장에 입고 나가도 괜찮은 파스텔톤의 중간색으로 표현된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색깔이 활용되며 지적이고 정돈된 느낌의 섬유와 줄무늬, 코듀로이(무명실로 골이 지게 첨모직으로 짠 직물)가 관심을 끈다. 긴코트와 하늘하늘하게 몸매를 살짝드러내면서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치마, 카디건(앞이 트인 털실로짠 스웨터), 남성의 양복을 여성적으로 변형한 스타일이 인기를 끌전망이다.「세상에 대한 대조」는 패션에 비친 현대 사회를 의미한다. 전위적인 도시 이미지와 높은 빌딩의 외관에 반사되는 빛의 느낌이 패션에 투영된다. 모험적인 외양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다.짙은 파란색과 도시의 회색빛, 흰색과 검정색의 강한 선 등이 기능적인 소재와 반짝이는 가죽, 고무나 빛이 나는 플라스틱 등 첨단소재와 어울린다. 사소한 장식을 최대한 억제한 늘씬한 느낌의 디자인과 리퍼 재킷(푸른 천으로 만든 튼튼한 더블 재킷) 허벅지까지내려오는 트렌치 코트가 미래적인 느낌을 주는 아이템으로 눈길을끈다. 세련됐지만 전체적으로 차갑고 도전적인 분위기다.「내 멋대로 살고 싶은 개성(Impertinence)」은 70년대 영국에서유행했던 강렬하고 반항적인 록음악과 기발한 머리모양, 복장 등펑크 스타일로 요약된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상징하며 패션에서는 발랄하면서도 재미있는 색상과 섬유 소재, 스타일로나타난다. 한마디로 기존 사회 규범에 얽매이고 싶어하지 않는 젊은이를 위한 즐겁고 익살스럽게 튀는 패션이다. 대조되는 밝은 색상끼리 조화를 이루거나 어두운 색깔과 중간 색조가 어울려 대비효과를 낳는다. 노란색 연두색 오렌지색 등 밝은 색상을 쓰더라도다른 색깔이 섞여 채도가 낮아진다. 눈에 띄는 강한 색이 들어간체크무늬나 줄무늬, 나일론, 네오프렌(합성 고무의 일종), 벨벳,기하학적인 프린트 등이 활용된다. 펑크 스타일이 유행했던 60년대를 기억나게 하는 복고풍도 다양하게 선보일 듯. 색상이나 디자인등에서 웃옷과 아래 옷의 조화에 신경쓰지 않는 「내 맘대로 패션」은 더 광범위하게 퍼질 것으로 보인다.◆ 98년 가을 주제 ‘ 휴식을 취하라’ 등「신비로운 분위기」는 매직(Magic)이란 단어가 나타내듯 마술적이고 환상적인 경향을 반영한다. 사치스럽고 화려함을 극도로 추구하면서 화장은 극단적으로 진해지고 액세서리는 커진다. 이국적인 분위기이지만 동양도 서양도 아닌, 동서양을 섞어놓은 터키와 같은이미지가 유행을 압도한다. 색상은 자주색, 짙은 보라색, 벽돌색,어두운 녹색 등 짙고 어두운 분위기의 색깔이 주류를 이룬다. 반짝이는 금색과 같이 신비롭고 고귀한 느낌의 색도 인기를 끈다. 벨벳과 레이스라기 보다는 그물에 가까운 장식이 자주 이용되며 나비나잠자리 같은 곤충 무늬도 애용된다.한혜선이사는 『이 다섯가지 이미지가 패션에 적용되면서 속이 비치는 투명한 소재와 기능성 소재가 각광받을 것으로 보이며 색상은원색의 인기가 사그라들고 여러 색깔이 혼합돼 채도가 낮아진 중간색이나 어두운 색이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항균 섬유 등최근 속속 개발되고 있는 새로운 섬유 소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션가 소식 / 이신우콜렉션, 남성잡화 비중 늘려디자이너 이신우의 잡화 브랜드인 「이신우콜렉션」이 올 가을부터남성 잡화 비중을 늘린다. 여성 잡화 브랜드였던 이신우콜렉션은올 여름 처음으로 남성용을 소량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은데 힘입어 올 가을부터 남성용 비율을 전체 상품의 20%로 올리기로 했다. 남성용 잡화는 이신우콜렉션의 전체적인 분위기인 남녀 구분이 모호한 유니섹스 이미지를 따라가되 남성적인 감각이 좀더 가미됐다는 점이 특징. 색상도 검정색 외에 갈색 카키색 금색 포도주색 등눈에 띄는 색깔을 다양하게 사용, 선택의 폭을 넓혔다. 또 독특한소재로 개성을 강조할 수 있게 했다. 품목은 구두 30종, 가방 10종을 비롯 지갑 벨트 모자 장갑 등이다.이와함께 이신우는 올가을에 전개할 「이신우」와 「영우」 브랜드의 특색을 발표했다. 이신우 브랜드의 경우 이른 아침 아스팔트 위의 도시인이란 개념으로 접근, 회색빛 도시의 우울함과 아침의 희망을 조화시켰다. 우아하고 세련된 여성미를 강점으로 내세워온 영우는 기존의 고전적인 여성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현대적인 감각을 대폭 수용한 점이 눈에 띈다. 얌전하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깨고색상과 디자인이 개성적이고 과감해졌다. (02)333-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