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이채원 과장(34, 동원투자신탁운용)은 새벽단잠을 뒤로하고 침대에서 일어난다. 전날밤 증권사 투자분석부 직원과 마신술이 완전히 깨지 않았지만 습관적으로 신문을 챙긴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사건이 있는지 정치면이나 국제면을 꼼꼼히 살펴본다.그런 다음 아침밥을 먹는둥 마는둥하면서 강남고속터미널 뒤편에있는 삼호아파트를 나선다. 여의도 증권거래소 맞은편에 있는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아침 7시50분. 9시30분에 시작되는 오전장에나서기 위해 실탄(!)을 준비한다.먼저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경제신문과 주요 일간지의 경제 금융산업면을 유심히 살펴본다. 대략적인 윤곽이 잡히면 증권회사에서내놓은 업종별 기업별 보고서를 집어든다. 주로 대우증권과 선경증권 그리고 동원증권의 분석 자료를 참조한다. 일주일에 두세번은펀드운용담당 임원 주재로 동료 펀드매니저 6명과 함께 투자운용원칙과 시장전망에 관한 의견교환시간을 갖는다. 전체 1천억원 규모의 주식형 펀드를 함께 운용하는 동료들은 동료애 못지 않게 경쟁의식도 느낀다. 아직까지 펀드규모도 적고 성과급제가 정착되지 않아 화기애애하지만 언제까지 이같은 분위기를 유지할지 가끔 생각해 본다.◆ 음식료 업종 애널리스트 자주 만나이윽고 9시30분. 피말리는 오전 전쟁이 11시 30분까지 진행된다.김과장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가와 거래량을 보여주는 두대의PC를 보고 전화로 주문을 낸다. 지난해 12월부터 「꿈드림 60-5」라는 1백여억원 규모의 펀드를 비롯해서 2백50억원 규모의 펀드를운용하고 있다.불특정 다수의 돈을 모아 투자하는만큼 손실을 입혀서는 안된다는보수적 태도를 견지한다. 그래서 자기자본수익률이 높고 자산가치가 풍부한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편이다. 삼성전자 삼성화재 포항제철 한국전력 등이 그가 선호하는 종목들이다.PC모니터를 보면서 증권회사에 특정 주식을 사고 팔라는 주문을 내다보면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점심은 주로 증권사 기업분석가들과 함께 한다. 일주일에 최소 두세번은 이들과 만나 관심 종목에 대한 투자정보도 듣고 기업탐방에대비한 사전지식도 얻는다.음식료 업종의 애널리스트와 자주 만나는 편이다. 물론 펀드에 들어와 있는 기관투자가들도 만나 운용방향이나 실적에 관해 의견을나누기도 한다.1시부터 3시까지 다시 오후장이 전개된다. 전투는 오전장과 다름없다. 오전장의 실패를 만회하거나 점심시간에 들은 종목의 주가와거래량의 변화추이를 추적해 본다. 이과장은 점심시간에 얻은 정보를 이용해서 상반기 대우증권 대우전자 LG화학 등에 투자해서 꽤재미를 봤다. 9천원대에 사들인 대우증권의 주가가 1만8천원까지상승할 때 되팔았기 때문이다. 9월부터는 오전장 오후장의 구분이없어짐에 따라 장기전도 대비해야 할것같다.오후 3시. 전투가 끝나는 시간이다. 그렇다고 업무가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투의 득실을 엄밀히 분석하는 작업에 들어가야할 시간이다. 증권사 기업분석가나 투자분석부 직원을 초청해서 시장전망과 경제전반에 대한 토론시간을 갖기도 한다.기업탐방도 후장이 끝난 시간을 이용한다. 가급적 자주 기업을 방문하려는 것은 종업원의 사기나 경영자의 자질 등 투자보고서에 나타나지 않는 비계량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최근에 다녀온 기업으로는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한국단자공업. 자산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어 관심을 갖고 있다.잦은 기업탐방으로 일주일에 두세번은 자정이 넘어 집에 들어간다.그래도 자신의 판단에 기뻐할 투자자를 생각하니 피로가 싹 가신다. 침대에 누워도 종합주가지수 그래프가 눈에 아른거린다. 투자전략을 구상하다 잠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