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은 같은데 국가에 내는 세금은 다르다? 분명히 문제가 있는 대목이다. 덜 내는 쪽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상대적으로 많이 내는사람은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세금은 형평성의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만약 이게 무너지면 심한 조세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조세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의 하나로 조세의 형평성을 내세우는 것도같은 맥락이다.조세에서 형평성의 문제는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진다. 수직적 형평성과 수평적 형평성이 그것이다. 수직적 형평성이란 소득수준이 다른 사람이 그에 맞는 세금을 내느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간1천만원 버는 사람하고 1억원을 버는 사람이 같은 액수의 세금을냈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분명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 버는만큼더 내야 하는데 같은 액수를 냈으니 수직적 형평성에 위배된다고할수 있다. 반대로 누진세를 적용받아 더 많이 냈다면 수직성 형평성이 있다고 할수 있다. 수평적 형평성은 같은 소득을 올리면 같은액수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각기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동일한 세부담을 진다면 이는 수평적 형평성이 있는셈이다. 이와 관련, 세무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수직적 형평성과 수평적 형평성 모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수치와 현실은 딴판월급쟁이가 봉이라는 사실은 굳이 어려운 이론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세무에 대한 통계를 보면 오히려 훨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난 96년 2월 재정경제원이 잠정 집계한 95 국세징수실적에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95년 한해 동안에 당초 예산보다 2조4천억원(전체의 4.4%)을 더 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가지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이유로 근로자의 과세자료가 거의 1백% 노출되어 있는데다 근로자들의 임금이두자리수로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또 다른 자료를 보자. 96년판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근로소득자를빼고 95년도분 종합소득세를 낸 개인사업자는 과세대상자 3백50만7천명 가운데 1백38만7천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백분율로 따져보면 전체의 39.6%에 불과한 실정이다. 나머지 60.4%는 과세미달자(연간 소득 5백87만원 이하)로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연간소득이 5백87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개인사업자가 전체의 60%가 넘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세금부담률(소득세/연간소득)을 봐도 그렇다. 지난 94년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근로자의 평균 세부담률은 3.35%였다.연간소득 가운데 3.35%를 세금으로 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1천만원을 벌었으면 33만5천원이 세금이었다는 얘기다. 반면 개인사업자들은 세금부담률이 2.67%에 불과하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계산하면 1천만원 중에 26만7천원만을 세금으로 낸다는 셈이다.◆ 근로소득세 감면 추진 별혜택 없어어떤 자료를 보더라도 월급쟁이가 개인사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세법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에대해 세무전문가들은 그렇지는 않다고 고개를 가로 젓는다.우선 각종 공제제도가 이를 증명해준다. 조세법상으로 보면 월급쟁이와 개인사업자가 같은 소득을 올렸을 경우 월급쟁이가 더 많은공제를 받게 되어 있다. 원칙상으로는 개인사업자의 세부담률이 더높다는 얘기다. 다음의 예를 보자. 6천만원을 받는 월급쟁이의 소득세액은 96년 기준으로 8백65만원이고 세부담률은 14%다. 반면 소득금액이 역시 6천만원인 변호사의 경우는 소득세액이 1천1백80만원으로 추산된다. 이럴 경우 세부담률도 19.67%로 월급쟁이와 비교해 볼 때 무려 5% 이상 높다. 수치상으로 보면 개인소득자가 세금을 더 내게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없다.또 하나 우리나라 근로소득자의 경우 면세점, 면세자비율, 소득세율, 조세부담률에 있어서 결코 선진국 근로자들에 비해 불리하지않다. 이 가운데 소득세율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최저세율이과세표준의 10%다. 이에 비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은12~20%로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의 세금에서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율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47.9%, 독일이 43.5%나 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18.5% 밖에 안된다.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은 셈이다.여기에다 정부는 그동안 해마다 근로소득세 감면을 추진해왔다. 근로소득공제한도를 상향 조정하고 세율도 낮췄다. 일부지만 식사대등에 비과세도 도입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 93년부터 올해까지근로소득세 경감액수만 전체적으로 4조4천4백억원에 이를 것으로재경원은 분석하고 있다.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이론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문제의 원인은 소득세법 자체에 있지 않다는 것이 조세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법은 별 문제 없지만 이를 집행하는과정에 고칠 점이 있다는 지적이다.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탈세율이다. 지난 88년 나온 KDI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개인사업자의 탈세율이 40~45%에 달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자신이 부담해야 할 세금의 반 정도밖에 내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은 지금도 별로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체적인 탈세액 역시 상당하다. 지난 93년 당시 민주당 소속 박태영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따르면 탈세추정액은 총세수 50조2천억원의 14%인 7조4백60억원에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로 엄청난 액수임에 틀림없다.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조세제도의 집행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다.★ 인터뷰 / 윤종훈 공인회계사 인터뷰서울 동대문에서 절세방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회계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윤종훈 공인회계사(36). 운동권 출신에다 한때 택시운전사로도 일했던 경력이 말해주듯 어려운 사람들의 입장에서 세무 상담을 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그는 최근 들어서는 사회시민단체들이 벌이는 각종 활동에도 적극 참여, 세금의 불합리성에 대해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고 있다.▶ 세금문제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조세개혁의 출발점은 개인사업자의 탈세를 줄이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탈세가 발생하는 원인을 철저히 색출해 근본적인처방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들고나와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라도 있는지.먼저 영수증공제제도를 시행했으면 한다. 영수증을 모아오면 그에따른 혜택을 주자는 의미다. 영수증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니까 사람들이 별로 신경을 안쓰고 여기서 바로 탈세가 싹튼다. 또영수증발행기 비치를 의무화하고 영수증을 한가지 형태로 통일하면세원을 추적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근로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세금문제에 앞으로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뭔가 알아야 정부에 맞서 싸울 수 있고 개선방안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은.방송이나 PC통신, 또는 집필활동을 통해 세금의 대중화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세금의 경우 내용 자체가 딱딱하다보니 어려워하는경향이 있다.★ 정부의 입장, 재정경제원 세제총괄 심의관실질소득을 감안한 근로자의 세금부담이 변호사 의사 등에 비해 과중하다는 원성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교육비 부담이급증하는데도 이에대한 세제혜택은 전혀 없다. 연말 정산에 반영되는 각종 공제항목에도 상한이 있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그나마 지난해까지 매년 근로소득세를 깎아주던 재정경제원은 올해 근소세를 감면해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제성장 둔화 등으로 내년 이후에도 근소세는 손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분간 지금과 같은 상황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소득세법 등을 관장하는 이종성 재정경제원세제총괄심의관을 만나 월급쟁이의 불만을 전달했다.▶ 직장인들의 소득이 「유리지갑」안에 있는 반면 자유직업소득자 및자영업자의 소득은 베일에 가려 있다. 어떻게 시정하고 있나.세원이 대부분 노출되는 근로자에 대해 재정여건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세금부담을 지속적으로 경감해왔다. 지난 93년부터 해마다 소득세법을 개정했고 지난해에는 두차례에 걸쳐 근로소득을 감면했다. 4인가족 근로자의 면세점이 지난 93년 5백50만원에서 올해 1천1백57만원으로 높아졌다. 전체 근로자의 45%정도가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않는 셈이다.이에반해 사업자의 과세표준 현실화를 유도하기 위해 수입증가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하고 계산서불성실가산세의 적용범위를 확대했다.정부도 근로자들의 불만을 잘 아는만큼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여기에다 사업자의 소득을 제대로 포착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이다.▶ 급여계층별로 월 평균 세금부담이 얼마나 되나.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올해 1조4천1백억원의 근로소득세가 경감되는등 지난 5년간 모두 4조4천4백억원이 감면된 것으로 추정된다.정부가 나름대로 의지를 갖고 소득세 인하정책을 펴온 결과다. 4인가족 근로자는 올해 월평균 급여가 2백만원이면 매월 5만7천원을,3백만원이면 24만원을, 4백만원이면 44만원을 내고 있다. 지난 93년과 단순비교하면 각각 60. 7%, 45. 3%, 45. 3% 줄어든 것이다.▶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 월급쟁이가 세무당국의 「봉」이라는 불평은 여전한데.지속적인 경감조치와 경기부진으로 올해 근로소득세에서 상당한 세수결손이 발생, 예산집행에서 차질이 생길 정도다. 정부 입장에서도 위기감을 느낄 정도다. 하지만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전체 조세중 소득세 비중이나 소득세율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다는 사실을 이해해달라.지난 94년을 기준으로 총조세중 소득세 구성비율은 10. 5%로 미국(47. 9%), 독일(43. 5%), 영국(33. 7%)프랑스(24. 7%)등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소득세중 근소세 비율도 33. 5%로 영국(83. 8%)독일(77. 3%) 프랑스(63%)에 못 미친다. 소득세율도 10∼40%로 미국(15∼39. 6%)영국(20∼40%)독일(19∼53%)프랑스(12∼56. 8%)보다 낮다.▶ 상여금이 나오는 달마다 세금에 대한 불만이 증폭된다.잘 알고 있다. 평소 월급받을 때의 3배 가까이 떼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불가피한 면도 있다. 상여금 지급으로 수령액이 많아지면 누진세율 적용으로 원천징수세액도 증가한다. 그러나 연말에 근로소득을 정산할때 그만큼 부담이 낮아진다. 이같은누진현상은 사업소득자가 소득을 신고할 때에도 역시 적용되는 까닭에 근로자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은 결코 아니다.▶ 피아노 교습 등 사교육비의 일부에 대해 교육비 공제혜택을 주어야된다고 생각하는데.교육비를 소득에서 공제해주는 것은 보편적 교육과정에서 지출된금액을 비용으로 인정, 한 인간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정상적으로성장시키는 것을 돕기 위해서다. 사교육은 일부 공교육을 대체하는면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교육을 보완하는 성격을 지닌다. 모든학생(어린이)이 받고 있지 않는 사교육비를 소득공제할 경우 교육비공제의 취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게다가 사교육을 시킬수 없는 저소득층 가정과의 형평성 위배등 사회적 문제를 불러 일으킬수 있다. 사교육비에 대해 공제혜택을 줄경우 오히려 더 큰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고 본다. 설사 사교육비의 교육비 공제를 인정한다해도 대상교육의 범위, 한도를 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재정측면에서도 사교육비 공제제도를 도입하는데 부담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