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이 창설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10개국으로 구성된 거대한 공동시장을 만들 것입니다.』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아세안 사무국 관계자는 들뜬 기분으로 한해를 맞이했다. 지난 수년동안 놀랄만한 경제발전을구가했던 동남아국가들로서는 자신만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가 주목하던 동남아의 이머징(Emerging)마켓은 하반기들어 금융위기에 휩싸였고 이제는 영원히 좌초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만이팽배한 상황이다.인도네시아 자카르타증권시장은 지난달 30일 폐장 한시간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종합주가지수가 6.5%나 오르는 급상승세를 보였다. 상황반전을 가져온 소식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인도네시아를 지원키로 확정했고 일본 싱가포르 등 주변국의 지원금액을 합치면 총지원액이 2백억달러를 넘어선다는 것이었다. 지난 7월2일 이후 바트화의 폭락으로 정권기반마저 흔들거리고 있는 태국에 이어 국제기관에서 두번째로 동남아국가를 지원키로 결정한 것이다. 주변국가들은 인도네시아의 분위기가 확산되길 원한다.그러나 IMF와 같은 국제금융기관의 지원에는 많은 단서조항이 따라붙는다. 인도네시아의 경우도 정부경제정책의 치적중 하나로 삼으려했던 국민차생산계획을 연기하는 등 다양한 경제개혁을 실시해야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몇가지 데이터를 보면 IMF의 지적은타당하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말 현재 1천억달러가 넘는 대외채무를 지고 있다.태국의 경우도 채무액은 8백억달러에 달한다. 필리핀 말레이시아는4백억달러전후로 이들보다는 양호한 편. 반면 외환보유고는 가장많았던 태국이 4백억달러였다. 이들 국가는 모두 지난 수개월동안자국통화의 방어를 위해 보유외환을 쏟아붓었기 때문에 「금고」가텅빈 상태다. 무역수지도 그다지 좋지못했다. 태국 필리핀은 한해1백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보여왔었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원자재 1차상품 등을 위주로 약간을 흑자를 보여왔을 뿐이다. 가장큰 문제는 이들 국가들의 정부재정이다. 즉 정부재정이 마이너스상태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 사회간접자본투자를 벌려 온 것이다.동남아국가들은 이제 IMF의 지원을 받아 경제의 기반다지기에 들어가겠지만 성장가도로 회귀하기는 쉽지 않으리란 분석이다. 금융위기가 3개월정도 지나 제대로 된 원인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동남아통화위기의 최대원흉으로 꼽히는 것은 「중국경제」다. 동남아국가들이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수출을 늘리고 경제발전을 도모했지만 「더 저렴한 중국노동력과 더 낮은 중국화폐(元)」가 수출길을 가로막았다는 분석이다. 결국 동남아국가들의 발전은 통화가치가 안정된 후에도 중국에 상대할 수 있는 경쟁력을 비축할 때 가능한 것이 된다. 그러나 『IMF의 지원에 웃음을 짓기보다 고부가가치구조로 경제의 체질개선을 서둘러야 한다』(인도네시아 산업분석가)는 목소리는 들릴락 말락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