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은 비디오광고회사의 부장이다. 감원 열풍속에서 부하들의해고에 반대하다 갑작스럽게 해고당한다. 마이클은 함께 축출된직원들과 새 회사를 설립하지만 실패를 거듭한다. 그러던 어느날가상현실을 이용한 신제품 「비디오바이크」개발에 눈뜬다. 실내헬스용 자전거에 비디오를 설치해 야외에서 하이킹하는 느낌을 갖도록 시뮬레이트한 상품이다. 처음 개발하는 상품이라 완성직전 기술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지만 해직 기술자의 도움으로 완제품을만들어낸다. 곧바로 마케팅전문가의 도움으로 전국 주요도시를 돌며 판촉에 들어간다. 건강전문지에 표지로 소개되면서 주문이 쇄도한다.』비즈니스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제프콕스의 신작장편 「소설 벤처경영」의 줄거리다. 물론 마이클의 성공스토리는 현실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88년부터 최근까지 미국에서 일어난 일련의 감원과 벤처창업의 전형적인 모습이다.미국에서는 70년대말 일본에 추월당했다는 말을 들으며 95년까지 16년간 무려 4천3백만명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제너럴모터스 IBM AT&T와 같은 거대기업이 「리엔지니어링이다, 다운사이징이다」하며조직과 인력을 감축했다.그러나 미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감원은 미국사회 전반적인 실업으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넷스케이프 시스코 등과 같은 벤처기업이실업자들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거대기업에서 일자리를 잃고 나온사람들은 퇴직금과 그동안 쌓은 경력 그리고 아이디어를 밑천삼아수만 수십만개의 벤처기업을 창업했기 때문이다.◆ 새기술이 없는 곳에 직업 창출그결과 90년부터 93년 사이에만 8백5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미국 MIT대학의 데이비드 비치박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80년에서 83년까지 5백인 미만의 중소기업이 이 기간중 2백7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83년 12월부터 84년 6월 사이에 4백만개의 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조사도 있다. 88~92년 사이에 미국의 50대기업에서는 일자리가 0.8%가 줄었지만 벤처기업의고용은 19%가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새로운 기업을 일으키고 그 기업이 다시 고용을 창출하게 된 미국의 사례는 실업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있는 한국이 고실업을 어떻게 피할수 있을지에 대한 해결책이 될수있다.다시 소설속의 마이클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마이클은 갑작스럽게 해고당했지만 아무런 자산없이 쫓겨난 것은 아니다. 중년의 나이가 되기까지 모아놓은 재산이 있고 그동안 축적한 인맥과 사업노하우가 있다.더욱 중요한 것은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눈이었다. 마이클이개발해 상품화한 「비디오바이크」는 건강산업과 정보산업의 접점에 있는 상품이다. 건강에 대한 욕구를 정보기술을 이용해 상품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흔히 벤처기업의 창업은 이공계통의 엔지니어들만이 하는 것으로생각하기 쉽다. 미국에서 IBM이 주도하고 있는 대형컴퓨터시장을근저에서 흔든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스콧 맥닐리회장의 전공은 경영학이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벤처기업으로 꼽히는 팬텍의 박병엽사장은 정통 영업맨이었다. 교육용 CD타이틀개발과 학교정보화사업에참여하고 있는 코네스의 이태석사장은 불문학을 전공했다. 소설 벤처경영의 작가 제프콕스 역시 그의 소설 주인공으로 엔지니어가 아니라 광고전문가를 골랐다.중요한 것은 산업의 흐름을 파악하면서 시장을 찾아내는 일이다.선마이크로시스템의 스콧 맥닐리회장은 고가의 대형컴퓨터가 주도하는 컴퓨터시장에서 저가의 워크스테이션이 파고들 시장을 봤고팬텍의 박병엽사장은 무선호출사업자가 경쟁체제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삐삐시장을 봤다.또한 코네스의 이태석사장은 정보교육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사실을 간파하고 학교 정보교육시장을 잡았던 것이다.◆ 벤처 창업 이공계 아니라도 된다미국의 경우 전반적으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는 분야는 매년 2배의 성장을 보이는 건강서비스분야다. 컴퓨터엔지니어 시스템분석가등도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다.그러나 정보통신만이 벤처창업이나 일자리창출의 유일한 해결책은아니다.미국 MIT의 폴 크루그만 교수는 『미래의 직업이 미래의 기술과 관련될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생각은 오해』라며 『오히려 역사적으로보면 그 반대』라고 말한다. 직업은 새로운 기술이 가장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에서 창출된다는게 크루그만 교수의 지적이다.이는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5대 성장직종을 보면 쉽게 알수 있다.현금출납원, 청소부, 세탁업자, 판매원, 웨이터 등 모두 소비자와직접 얼굴을 마주 대하는 현장성이 강한 직종이다. 21세기에는 인터넷이나 컴퓨터를 통해 할수 없는 일을 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곧 시장은 컴퓨터 인터넷이 할수 없는 분야에서 나온다는 뜻으로해석할 수도 있다.기계가 육체노동을 자동화했어도 숙련공의 노하우까지 자동화하지못했다. 마찬가지로 컴퓨터가 업무를 자동화하더라도 사람만이 할수 있는 분야가 있다. 서비스 연구개발 디자인 등 인간의 감성과창의성이 들어가는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