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대기업 정책방향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이번 대선결과가 헌정사상 최초의 여야간 정권교체라는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큰만큼 대기업 정책에도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란 막연한 예상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 특히 대기업들은 김대통령 당선자가 그동안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중시하는 시장경제원리」와 대기업의 소유 경영분리 등 체질개선을 강조한 것 등이 어느정도 강도의 정책으로 가시화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자의반 타의반으로 「DJ와 서먹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던 일부 대기업들은「혹시나」하는 불안감마저 감추지 못하고 있다.또 지금 현안으로 대두돼 있는 산업계 각종 이슈들이 어떻게 풀릴지도 기업들의 핵심 관심사항이다. 기아자동차와 한보철강 등 부실기업 정리, 현대그룹 일관제철업 진입여부 등에 우선 눈길이 쏠린다. 이들 문제의 처리방향은 산업구조조정은 물론 재계의 판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다.이에 따라 기업들은 김당선자가 그동안 선거운동 기간동안 밝힌관련 공약사항들을 면밀히 재점검하는 한편 가능한 한 모든 안테나를 김당선자측 캠프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대기업들은 김당선자가시장경제의 신봉자라는 점에서 인위적인 재벌해체나 산업구조조정등이 단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IMF가 재벌혁신과 강력한 산업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새 대통령도이를 무시할수 없다는 점에서 향후 대기업정책 방향이 크게 전환될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재벌에 칼을 댈까김당선자가 대기업 그룹의 상호지급보증이나 차입경영의 문제점에대해 여러차례 지적한 것으로 미뤄 지금보다는 강도높은 대기업 정책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특히 IMF가 「재벌개혁」을 요구한상황이어서 그럴 개연성은 더욱 높아 보인다. 구체적으론 상속세나증여세 등의 엄정과세로 부의 불법적인 세습을 차단하고 사외이사제나 외부감사제 의무화 등으로 오너의 독단을 견제해 소유분산과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김당선자가 시장경제 원리를 누누이 강조한만큼 어떤 강제적인 조치보다는 기업의 자율적 조정과 변화를 유도할 것으로 기업들은 기대하고 있다.●기아자동차 해법은김당선자의 기아 해법에 대해선 관측이엇갈린다. 우선 「홀로서기」 지원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있다. 이는 주로 기아측의 기대섞인 예상이다.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김당선자가 소하리공장을 방문했을 때 기아자동차의 제3자 인수보다는 산업은행 대출금의 출자전환을 통한 국민기업화 방안을 제시했었다』고 강조했다. 그런만큼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김당선자가 기아지원대책을 조기에 실현시킬 것이란 기대를 걸고 있다.반면 기아차는 결국 제3자 인수쪽으로 결론날 것이란 예측도 만만치 않다. 특히 IMF가 기아자동차에 대한 정부지원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IMF가 한국자동차 산업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며 기아차 처리를 재촉할 경우 김당선자의 당초 방침도 바뀔가능성이 있다는 것. 기아차 처리향배는 삼성의 자동차사업과도 밀접히 연관돼 있어 재계의 최대 관심사항이기도 하다.●「현대제철」은 성사될까역시 전망이 교차하는 사안이다. 현대그룹은 김당선자가 기업의 자유로운 시장진입과 퇴출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는만큼 현대의 제철업 진출을 막을 이유가 없을 것이란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는다.그러나 IMF와 박태준자민련총재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있다. IMF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철강산업이 설비과잉으로 구조조정대상이란 시각을 갖고 있다. 또 DJT 연대의 한축인 박태준총재(포철 전회장)가 현대 제철업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현대의 제철업 진출에 장애가 될 것으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현대그룹은 일관제철소 건설을 당초 계획대로 계속 추진할 의사를 분명히했다.●한보철강은 어떻게 되나새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한보철강에 대한 기존의 처리방향은 그대로유지될 것이란 게 재계의 일반적 관측. 현재 설비공사가 중단된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B지구 압연공장은 포철이 임대계약을 체결, 공사재개에 들어갔기 때문에 내년말부터 가동한다는 처리수순에 변화가 없을 것이란 견해들이다. 또 공사진척도가 60%에 불과한 코렉스설비를 제3국에 매각하는 방안도 원래 계획대로 추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DJ의 경제 브레인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향후 기업정책 방향을 점칠수 있는 판단근거중 하나가 그의 경제브레인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기업들의 집중적인 「분석 대상」에 올라 있다.김당선자의 경제참모그룹은 다양한 인적구성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당내 최고 경제통으로 꼽히는 인물은 김원길 정책위의장과 장재식경제특보다. 김의장은 대한전선 부사장과 대한종합건설 사장, 청보식품사장, 중앙증권일보사장 등을 지냈다. 국회에서는 14대,15대 연속 재경위에서 활동하면서 재정·세제·금융분야에서 실력가로 인정받았다.공식라인을 통해 김당선자를 보좌한게 김의장이라면 장재식·정세균·박상규의원은 비공식라인을 통해 총재를 보좌한 참모들이다.장재식의원은 국세청차장과 주택은행장을 지낸 조세전문가다. 조세는 물론 금융 재정 등의 분야에서 김당선자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장의원은 재선의원으로 국회재경위에서 활동했고 업계현안과 대안을 김당선자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초선의원인 정세균의원은 실물에 밝은 것으로 유명하다.정의원이작성한 정책질의 자료집은 은행 증권 등 금융기관 임직원들 사이에인기가 높았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미국 페퍼다인대 경영학석사이다. 쌍용그룹에서 상무이사를 지냈다. 박상규부총재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을 지냈다. 경제단체나 경제계인사를 만날때 김당선자를 수행하며 조언했다. 당의 중소기업정책은 모두 박부총재를 거쳐 결정된다. 현재 국민회의 중소기업특위 위원장이다.최수병경제특보는 경제기획원관리실장, 보사부차관을 역임했다.IMF문제가 터졌을때 조언을 많이 했다. 6공시절 건설부장관을 지낸박승 중앙대교수와 이종훈 중앙대총장 등은 김당선자와 빈번하게접촉하고 있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변형윤 임종철씨 등 원로인사들과 중앙대 김성훈교수 등 50여명이 자문교수단으로 김당선자를 도왔다.DJT연합성사 이후 김당선자를 도운 인물들도 다양하다. 자민련 이태섭정책위의장은 미국 MIT공학박사출신으로 대우엔지니어링과 풍한방직사장, 과기처 장관을 지냈다. 허남훈 자민련 전 정책위의장은 재무부 등 경제부처를 두루 거쳐 대통령 경제비서관, 상공차관,환경처 장관을 지냈다. 포항제철 신화의 주역인 자민련 박태준 총채와 3공때 30대 재무장관을 지낸 김용환 부총재도 김당선자의 유력한 경제참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