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비용으로 소비자 '배꼽' 잡아라「소비자의 눈길을 잡아라」.IMF시대 광고인들에게 내려진 특명이다. 기업들이 앞다투어 광고비를 줄이면서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한 광고인들의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불황기에 평범한 광고는 「사치」이기 때문이다.최근 광고계의 크리에이티브 흐름은 크게 두가지다. 불황에 지친소비자들이 잠시나마 웃음을 머금게 만드는 유머광고나 복고풍 광고가 한축이라면 불황기의 단골인 가치소구형 CF(품질에 비해 가격 싸거나 가격에 비해 품질이 싸다는 점을 강조하는 CF)들도 늘어나고 있다. 유머광고는 특히 통신업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며 대행사간의 자존심 대결로 확산되고 있다.이달초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데이콤의 「엄마002」편(오리콤 제작). 못생긴 탤런트 전원주씨가 나와 빼꼽을 쥐게 만드는 코믹연기를 펼친다. 유학간 딸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지붕위로 집음기를들고 나간다는 집음기편 등 어머니의 애절한 자식사랑을 기본테마로 깔고 있다.신세기통신은 김국진을 내세워 전화만 걸면 지하철이나 비행기 안까지 즉시 자장면이 배달된다는 내용의 「파워디지털 017」(대홍기획 제작)을 선보였다. 한편의 개그프로같은 느낌을 주면서도「전파의 힘이 강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온세통신의 「세계전화 008」(금강기획 제작)은 최민수 이재포를등장시킨 「복수혈전」분위기. 어리숙한 이재포가 값싼 국제전화008을 기억하지 못해 보스인 최민수에게 구박받는다는 내용이다.한국통신프리텔도 「소리가 보인다」는 일관된 컨셉으로 「PCS016」(제일기획 제작)을 연속 히트시키고 있다. 고소영과 신현준이신혼부부로 나와 그때그때 코믹한 연기를 보인다.60~70년대 경제개발시대의 희망과 추억을 되살리는 복고풍 광고도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불황기는 역전의 기회태평양제약은 초등학교 교정에서 국민체조를 하는 모습을 담은「케토톱」(대홍기획 제작)을, 진로쿠어스맥주는 왕년의 권투선수 홍수환을 등장시킨 「카스」CF(LG애드 제작)를 선보였다.TV가 귀하던 시절 동네에서 가장 큰 집에 모여 옹기종기 텔레비전을 함께 보던 닥종이 인형 CF로 눈길을 끌었던 삼성전자도 최근홍수환을 인용했다.제일기획 최인아 국장은 『유머와 복고풍 광고가 늘어나는 것은IMF이후 세상이 각박해지며 짧은 광고에서나마 시름을 잊으려는소비자들의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며 『그동안 영국 등 선진국에비해 유머광고가 적었던 점을 감안하면 국내 광고도 선진국형으로변해가는 셈』이라고 말했다.소비자들에게 「가격에 비해 정말 잘 샀다」는 만족감을 주기 위한가치소구형 CF는 불황기의 단골광고들이다. 커피 한 잔도 못사먹는 9백원으로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맥도날드햄버거」,20초를 통화할 땐 공중전화보다 가격이 싸다는 점을 강조한 「원샷018」 등이 그예다. 불황기에는 기업이미지보다는 제품중심으로, 감성적 메시지보다는 직설적 정보전달로 소비자들의 구매동기를 자극하라는 원론에 충실한 광고들이다.또 단일제품보다는 자사의 여러제품을 묶어서 방영하는 트레일러또는 백화점식 광고, 타업체와 제휴한 공동광고가 늘어나는 등 불황기를 맞아 크리에이티브의 근본전략이 바뀌고 있다.◆ IMF시대 제작비 줄어 빅모델 사양표적타깃을 세분화하여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방향으로 매체기획이바뀌거나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해외로케를 줄이거나 빅모델을 사양하는 것도 IMF시대의 풍경들이다.불황기에도 공격적인 광고마케팅을 벌여야 한다는 것은 광고계의상식. 모든 기업들의 투자활동이 위축되는 불황기야말로 적은 광고비로도 쉽게 선두기업을 제칠 수 있는 「역전의 기회」라는 것이다.그러나 문제는 역시 돈이다. 한 광고계 관계자가 『작년초만해도편당 CF제작비가 3천만원을 웃돌았으나 최근엔 2천만~2천5백만원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할 정도로 불황은 광고주 대행사 매체 모두에게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광고인들은 톡톡 튀는 크리에이티브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창조성이 더욱 높아질수록 제작비는 줄어든다』는 라인하드 DDB니드햄 회장의 명언이 IMF시대에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