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벤처기업의 홀인원」.미국 LPGA 4대 메이저대회중 하나인 맥도널드 챔피언십대회에서 박세리선수의 우승을 국내 스포츠마케팅전문가들은 이렇게 평가한다.기업에서 꿈나무를 발굴, 세계적 선수로 육성하는 것은 벤처기업에대한 투자와 비슷한 속성이 있어서다. 사실 기업이 한 선수를 발굴해서 육성하는데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고 그 선수가 세계정상에등극한다는 것 또한 보장이 없다.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벤처투자자들은 기술력을 믿고 거액을 투자하지만 그 기술이 언제 상용화될지 투자자금은 제대로 회수될지 사실 보장이 없다. 그러나 그 기술이 상용화돼 제품이 히트를 칠때는 벤처투자자들은 돈방석에 앉게 된다. 엄청난 위험부담이 따르고 「모」아니면 「도」가 바로 스포츠마케팅이요 벤처기업투자이다.박세리선수의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대회 우승은 박선수 자신의 천부적인 자질이 밑바탕이 됐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기까지 과정을살펴보면 박세리선수 우승은 삼성그룹 스포츠마케팅의 승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삼성그룹은 박선수가 고교를 졸업,프로로 데뷔하자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 뒤 과감한 투자끝에 이번 대회승리를 일궈냈다.먼저 삼성이 투자한 돈과 박선수 우승에 따른 삼성그룹의 기업인지도 상승효과를 비교해보자. 삼성이 지금까지 박선수에게 투자한 직접경비는 30여억원. 물론 이 금액은 의류지원비,용품구입비등 제반간접경비가 빠진 것이다.이에 반해 삼성그룹의 기업인지도는 박선수 우승으로 6%정도 더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인지도 1% 높이는데 약 2천5백만달러가들어간다는 것을 감안할 때 박선수 우승은 약 1억5천만달러(원화환산시 2천1백억원) 광고마케팅효과를 거둔 것으로 삼성그룹측은 분석한다. 투자한지 3년만에 무려 7백배의 투자효과를 거둬 들인 셈이다.◆ 삼성 벤처기업의 ‘홀인원’삼성그룹이 박세리선수를 스포츠마케팅차원에서 본격 육성에 나선것은 95년초. 골프를 좋아하는데다가 골프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던 이건희회장은 『골프는 한국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질수 있는 수출유망종목이니 꿈나무육성과 골프전문 브랜드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한 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실무책임은 그룹계열사인 삼성물산 에스에스팀에 떨어졌다. 삼성물산 에스에스팀은 「아스트라」 골프의류를 생산하고 있는데다 프로선수육성등 나름대로 스포츠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적임회사였다.삼성물산은 안호문담당(팀장), 정환식과장, 김동석대리 등 4명으로「꿈나무육성팀」을 구성하고 유망선수 발굴작업에 들어갔다. 그동안 프로 및 아마추어대회에 출전한 남녀 선수들의 기록을 갖다놓고이리저리 분석해본 결과 남자쪽에는 마땅한 선수가 없고 여자쪽에서 박세리선수가 눈에 띄었다.박선수는 이미 고교 2년때 2승을 기록한 뒤 고3에 올라와서도 연승행진을 구가하고 있던 한국골프의 「슈퍼 루키」. 안담당은 즉각이중구대표이사(현 삼성생명대표이사)에게 『박세리의 상품가치가충분하다. 한번 부딪쳐 보겠다』고 보고했다.『사실 세계적인 선수로 클수 있는 가능성은 50%정도였어요. 그만큼 부담도 많이 따랐습니다.』상부로부터 OK사인이 떨어지자 안팀장은 즉각 한국여자오픈이 열리고 있는 경기도 기흥 골드CC로 달려가 박선수의 아버지 준철씨를만났다. 이때가 95년 5월. 생면부지인 박씨에게 안담당은 『세리를세계적인 선수로 육성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히고 계약을 요청했다.그러나 영입까지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랐다. 당시 박선수가 아마추어여서 계약금을 주고 계약한다는 것 또한 여의치 않았고 박선수의아버지 또한 느닷없는 삼성의 제의에 생각할 여유가 필요했다. 안담당과 정과장은 수시로 대전 박선수집으로 찾아가 설득에 설득을거듭한 끝에 드디어 그해 10월 후원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후원금은 9천만원. 이돈은 장학금형식으로 지급됐다.일단 영입에 성공한 삼성은 96년 4월 박선수가 프로로 데뷔, 국내대회를 석권하자 12월 정식프로계약을 맺고 장기육성계획을 발표했다.계약금은 8억원, 연봉은 1억원이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외형적인 것일 뿐 향후 10년동안 약 30억~50억원을 투자, 세계적인 골퍼로 육성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삼성은 세워놓았다.이 계약은 스포츠마케팅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것이었다. 박선수에게 그만한 돈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등 그룹내외부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이회장의 적극적인 후원에 힙입어 삼성물산 「박세리팀」은 계획을 과감히 밀어붙였다.박세리 스타만들기에 들어간 삼성은 또한번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97년 1월 고민 끝에 미국에 보내기로 결정한 것. 세계적인 선수로 크기 위해서는 골프본고장에 가서 활동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미국행을 결행했다.이때부터 삼성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경영스타일이 빛을 발하기시작한다. 세계적인 레슨프로인 레드베터에게 교육을 받게한 것이좋은 사례다. 레드베터는 닉팔도, 닉프라이스, 어니엘스등 세계적인 골퍼를 키워낸 명장으로 여자제자는 없었다.삼성은 레드베터를 설득,문하생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안담당은 『물론 박세리의 천부적인 자질도 있었지만 레드베터가 세리를문하생으로 받아들인 데는 삼성의 기업이미지도 크게 작용했다』고설명한다. 1년 교습비로 12만달러를 과감히 지불했다.삼성의 체계적인 관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현지에 원만히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학실력도 필요, 개인교사를 통해 영어회화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박선수는 맥도널드대회에서 캐디와 아무런 불편없이 의사소통을 하며 경기를 풀어나갔는데 이는 사전 영어교육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삼성은 아무런 불편없이 미LPGA투어에 참가할수 있도록 매니저까지두는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현재 박선수의 매니저는 캐나다 벤쿠버에 사는 골프기자출신 길성용씨가 맡고 있다. 그는 박선수의 일정관리등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삼성은 박세리가 다른 것은 일절 걱정하지 않고 골프만 생각하고연습할수 있는 완벽한 여건을 조성해준 셈이다. 이런 과감한 지원을 삼성이 아니면 해내겠느냐는 점에서 박세리우승은 삼성스포츠마케팅의 개가이다.사실 삼성은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올해는 현지그린에 적응하고 내년쯤 세계 10위권에 진입하면 대성공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박세리는 미국진출,7개월만에「일」을 내고 말았다. 박선수의 천부적 자질. 그리고 성장가능성을 본 삼성그룹의 과감한 투자. 한마디로 미국 LPGA 4대 메이저 대회중 하나인 맥도널드대회 우승은 이 둘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스포츠마케팅 성공작이라 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