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박세리」는 탄생할 수 있는가. 여자프로골프에서 만큼은제2 뿐만 아니라 제3, 제4까지 충분히 가능하다는게 대체적인 인식이다.상당수의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견뎌나갈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미국에서 경험을 쌓고 있는 선수들은 앞으로의 조련여하에 따라 우승도 그리 어렵지 않다는 평가다. 또 박세리와 국내에서 경쟁을 했던 선수들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상위권에 오를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미국에서 활약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로는 박지은 이주은 서지현 펄신 등이 있다. 이중 박지은(19·애리조나주립대1·미국명그레이스 박)은 96년 외국인으로서는 처음 「전미체육대상」을 수상했으며 94, 96년 2회에 걸쳐 「올해의 로렉스상(최우수선수상)」을 타는 등 일찌감치 인정을 받았다. 97년에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미국여자아마추어골프 랭킹 1위에 올랐으며 현재도 미국여자아마추어 및 대학랭킹 1위를 마크하고 있다. 프로무대도 벌써 적응을해놓은 상태다. 올해 첫 LPGA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다이나쇼대회에 출전해 23위를 마크했다. 지난주 열린 NCAA(미국대학체육연맹)대회에서는 연일 대회신기록과 코스레코드를 세우며 아마에서는 더 이상 적수가 없음을 확인했다. 올 가을쯤 프로로 전향만하면「제2의 박세리」가 되는 「제1후보」라 할수 있다.박세리와 함께 미국 프로무대에 입성한 이주은(21·현대자동차·미국명 제니 리)도 기대주다. 지난 2월 LPGA 부문별 퍼팅순위에서3위에 올랐으며 신인왕 포인트 부문에서 박세리 다음으로 2위에 랭크된 적도 있다. 현재는 8위. 프로무대에서도 빠른 속도로 적응해가고 있다. 4월에 열린 LPGA투어 머틀비치 클래식에서 5오버파 2백93타로 68위. 롱드러그스챌린지 골프대회에서 첫날 공동 7위에 랭크됐다.아마추어 상비군 출신으로 96년 프로가 된 서지현(23)은 도전정신이 높이 평가된다. 박세리나 이주은처럼 별다른 지원이 없는데도불구하고 미국 프로무대에서 선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드배정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4월에 열린 LPGA투어 시티오브호프 머틀비치 클래식에 출전해 예선전을 거친뒤 당당히 커트오프까지 통과하며 4언더파 2백84타로 공동 3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펄신(31)은 지난 88, 89년 연속 US여자 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뒤 90년 프로가 돼 7년동안 아직 1승도 올리지 못했으나 94년하트랜드클래식에서 공동 2위를 차지해 가능성은 보여줬다. 또 올4월에 열린 롱드러그스챌린지 골프대회에서 첫날 공동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국내선수로는 김미현 박현순 정일미 한희원 박희정 등이 근접해 있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지난해 상금왕인 김미현(21)은 박세리 없는 한국여자골프의 최정상. 5월초에 끝난 제1회 카네이션여자오픈대회에서 참가선수 모두가 오버파를 기록한 가운데 홀로 6언더파를기록하며 우승,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3월에 열린 미국 LPGA투어 호주매스터즈골프대회에서 공동 2위에 올랐던 박현순(26)도눈여겨 볼만 하다. 당시 1위는 캐리웹이었고 박현순은 애니카 소렌스탐과 동률을 이루는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박현순은 공주 금성여고 출신으로 박세리의 선배이며 코리안특급박찬호(LA다저스)의 사촌누나이기도 하다. 김미현에 이어 작년국내 상금랭킹 2위인 정일미(26)는 6월 미국무대 진출을 위해 미국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한다. 정일미는 올해 초 치러진 아시아서키트대회에서 상금왕에 오르는 등 상승세다.특히 올해 프로로 전향한 신인들중 우수한 선수들이 많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4월 프로테스트를 2위로 통과한 한희원(20·일본 류코쿠대2)은 아마추어 시절 세계여자아마추어대회 우승, 퀸시리키트컵 개인·단체 2연패 등 통산 45승을 거뒀다. 또 문부대신배 4회우승, 일본여자오픈 산토리오픈 베스트아마 등 일본에서 강자로 군림해왔다. 첫 프로대회인 카네이션 오픈에서는 5위를 기록했다. 프로테스트를 1위로 통과한 박희정(18·호주 맥도널드 칼리지)은호주 국가대표 출신이다. 호주 골프 사상 최초로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3년 연속 우승했으며 16세의 나이로 호주 및 뉴질랜드 아마추어 선수권도 차지했다.한국 낭자군들은 7월2~5일 미국 위스콘신에서 열리는 US여자오픈예선전에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김미현 정일미 박현순 박희정성기덕 오명순 등 사상 최대인원이 출전해 미국투어 정복에 나선다. 이들이 제 몫만 해낸다면 미국 투어에서 제2의 스웨덴 선수들이 될 날도 멀지 않을 전망이다.우수한 재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뒷받침해줘야국내의 현실은 척박하다 못해 암담하기만 하다. 우선 선수들이 뛰어야 할 무대가 너무 없다. 톰보이오픈 로즈오픈 동일레나운클래식휠라여자오픈 SBS최강전 등이 취소되는 등 국내대회가 대폭 축소된상태다. 지난해만 해도 상반기에 3개 대회가 열렸는데 올해엔 단1개만 개최될 정도로 국내 여자프로들은 거의 「실직」 위기를 맞고 있다.인재를 조기발굴하는 여건도 미비하기는 마찬가지다. 부킹난 등으로 제대로 연습할 골프장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수 육성비용을 부모가 모두 떠안게 되는 것도 선수생활 유지에 치명적이다. 교육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박세리 신화가 단순한 신드롬 차원에서 끝나지 않도록 장기적인 대책마련이 선행돼야만 더 많은 「세리 팍」을 볼수 있게 될 것이다.★ 꿈나무 인터뷰 / 이지수 서울여중 1학년『박세리 언니처럼 유명한 선수가 되는게 꿈이에요.』서울여중 1학년에 재학중인 이지수(13)양. 지수양은 지난 18일박세리가 미국LPGA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가슴에 분명한 목표하나를 세우게 됐다. 꼭 세계정상에 서보겠다는 것.지수양이 골프채를 쥐게 된 것은 2년전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때. 골프를 좋아하는 아버지 이승민씨를 따라다니면서 자연스럽게접하게 됐다. 평소 수영 스케이트 등 못하는 운동이 없던 지수는골프에서도 상당한 소질을 보였다. 재질을 발견한 아버지는 고민끝에 지수를 골프선수로 키우기로 결심했다.1년여 담금질과 지난해 겨울 뉴질랜드 전지훈련을 통해 선수로서의면모를 갖췄다. 5월초에 열린 서울시협회장배 학생골프대회에 처녀출전해 중간정도 성적을 거둬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현재는 80대후반 정도의 실력이다.아직 갈길은 멀다. 그래서 훈련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하루1천개의 볼을 때리고 매일 자전거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력강화훈련에 비지땀을 쏟고 있다. 보통 오전에 수업이 끝나면 오후에 바로 연습에 들어가 저녁에 집에 들어간다. 10시에는 영어 교습도 받는 강행군이 이어진다. 후원자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효창골프연습장에서는 지수양을위해 무제한으로 볼을 치도록 하고 레슨비도 받지 않는 등 최대한의 배려를 해주고 있다.코치인 한덕일 프로는 『지수양이 나이는 어리지만 지기 싫어하는승부욕이 있고 센스가 있어 앞으로 상당한 기대를 갖게 한다』고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