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이 「엄마」보다 자녀들을 돌보는데 관심을 덜 기울인다는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신세대 아버지들도 예외는 아니다. 동시에 남성이 여성보다 수명이 짧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진 대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남성들의 평균수명은 73세인 반면 여성들의 평균수명은 79세다. 그런데 이 두가지 사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한다면 매우 재미있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캘리포니아공대의존 올만 교수팀은 최근 「과학학회지(Proceedings of the NationalAcademy of Sciences)」에서 수명과 육아간에 상관성이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적어도 영장류(원숭이 고릴라 등 대뇌와 손이 발달한 젖먹이 동물)는 자녀를 돌보는데 들이는 정성이 수명과 비례한다는 것이다.언뜻 수명과 육아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오히려 역의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육아란게 보통 힘든 일이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화는 사람의 평범한 상식대로 움직이지않았다.새끼를 많이 낳는 동물은 성장속도가 빠르다. 출산하게 되면 자기자신을 보존하는데 들여야 하는 자원을 모두 소진하게 돼 다산하는동물들은 수명이 짧은 편이다. 반면에 새끼를 조금만 낳는 동물은오래 살도록 진화했고 자식에게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일 수 있다.여기서 수명과 육아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수 있다. 또한 이상관관계를 남성과 여성의 수명차이까지로 확대할 수 있다. 즉 육아를 담당하는 성(사람을 비롯한 대부분의 젖먹이동물의 경우 여성)이 그렇지 않은 성보다 오래 산다는 가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이 가정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올만박사팀은 사람을 비롯한 영장류 10종의 수명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 영장류는 아기를 한번에 하나씩 갖는 편이고 아기는 출생 이후 수년간 부모중 한쪽 성에의존해야 한다. 비록 종에 따라 다양한 현상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남성의 육아참여도는 친자 확신정도에 달려있다.침팬지 수컷은 주변에 어떤 아기침팬지가 와도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침팬지 암컷은 성관계가 극도로 문란해 침팬지 수컷의경우 누가 자기 자식인지 알수 없다. 올만박사팀은 침팬지 암컷이수컷보다 평균수명이 40%나 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반면 고릴라의 경우 사람처럼 수컷과 암컷과의 관계가 긴밀하다.따라서 수컷은 암코릴라가 낳은 새끼가 자신의 자식임을 믿을수 있다. 사람과 고릴라의 수컷은 아기와 자주 놀아주고 위험에서 보호하는등 육아에 일정정도 참여한다.그래도 육아기여도는 암컷만 못하다. 암코릴라는 수코릴라에 비해평균수명이 12.5% 길다. 또한 인간 여성의 평균수명은 남성보다 8%길다. 그런데 주양육자가 남성인 경우는 정반대다. 티티원숭이와올빼미원숭이는 수컷이 육아를 맡는 드문 사례다. 이 두 종류의 원숭이는 부부관계가 돈독해 수컷이 암원숭이의 새끼를 자기 자식으로 쉽게 확신할수 있다.티티원숭이와 올빼미원숭이의 경우 새끼원숭이들이 숲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을 때까지 아빠원숭이가 새끼들을 돌본다. 새끼원숭이들은 어린시절의 대부분을 아빠원숭이의 털을 꼭 붙잡고 보낸다. 단지 젖먹을 때만 엄마원숭이의 품에 안긴다. 아빠원숭이가죽으면 엄마원숭이가 돌보지 않아 새끼원숭이들은 결국 죽게 된다.올만박사의 이론대로 티티원숭이와 올빼미원숭이 집단에서는 수컷이 암컷보다 평균 20%정도 오래사는 것으로 나타났다.육아에 무관심한 성은 고통을 덜 지는 대신 수명과 바꾼 셈이다.자연은 2세를 돌보는 성에 수명으로 보답한 것이다.The Economist June 19정리·안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