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매각 단호하게, 기간은 3∼5년 이상 ... 고부가·전문제품으로 개편하라

기업의 구조조정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로 지목되면서 경영진들은 당면한 문제 해결에 시사점을 줄수 있는 해외구조조정 사례를 찾고 있다. BCG는 한국 기업이 벤치마킹(Benchmarking: 다른 기업의 뛰어난 경영 사례를 배워 활용하는것)할 수 있는 경영전략의 하나로 미국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나타난 「C커브 이론」을 추천한다.C커브 이론이란 기업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총투자자본액을 과감히 줄이면서 성장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주력해야 결과적으로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이 이론은 <표1 designtimesp=8358>에서 알수 있듯 상대적 투자자본과 총투자자본수익률의 개선 경로가C자 모양을 그리고 있어 C커브 이론이라 불린다. C커브 이론은1990년대에 구조조정을 시도한 미국의 58개 기업의 사례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여기에서 총투자자본수익률(ROACE: Return On Average CapitalEmployed)이란 투자한 총자본에서 당기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을말한다. 즉 총투자자본수익률이 높을수록 수익성은 높아진다. 상대적 투자자본(RCE: Relative Capital Employed)이란 특정한 기준 연도의 투자자본과 비교했을 때 다음해의 투자자본이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상대적 투자자본이 1보다 적으면 기준연도에 비해 투자가 줄었음을, 1보다 크면 투자가 늘었음을 의미한다.X축은 구조조정이 시작된 시점인 1991년의 총투자자본 대비 92∼96년까지 매년의 총투자자본 비율을 나타낸다. Y축은 총투자자본수익률로 측정된 수익성을 보여주며 Y축의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수익성이 향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미국 58개 기업의 구조조정 사례를 성공그룹과 실패그룹으로 분류,두 그룹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왼쪽의 큰 C형 커브는 성공한 기업들의 구조조정 경로를 나타내며 아래쪽의 작은 곡선은 성공하지 못한 기업들의 경로를 나타낸다.92년에는 구조조정 성공 기업이나 실패 기업이나 관계없이 총투자자본수익률이 5%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주주수익률도 전체 주식시장 평균보다 낮았다. 그러나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은 수익성이급격히 향상되면서 결과적으로 평균보다 낮았던 주주수익률이 시장평균을 상회하게 됐다. 반면 구조조정에 실패한 기업은 수년간의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 수익성이 그래프의 아래쪽에 계속 머무르면서 주주수익률이 시장 평균을 밑돌았다.C커브 형태를 보이는 구조조정 성공 기업의 특징은 92년과 93년에총투자자본이 급격히 줄어든 반면 총투자자본수익률은 개선됐다는점이다. 즉 투자자본을 과감히 축소하면서 수익성을 먼저 향상시킨결과 가치 창출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비해 구조조정 실패기업들은 투자자본이 별로 축소되지 않았으며 수익성에서도 별다른개선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이 C커브 이론이 시사하는 내용은 명확하다. 투자자본의 상당한 축소를 감내, 성장을 보류하면서라도 먼저 수익성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추진함에 있어서 수익성을 최우선목표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투자자본 75%가 자산매각으로 이뤄져구조조정의 진정한 승자는 운전자본의 생산성 증대와 고정자본에대한 투자 축소, 기존 고정자본의 생산성 향상 등에 초점을 두는기업이다. 구조조정 성공 기업의 경우 축소된 투자자본의 75% 이상이 단순한 상각이나 변칙적 회계 처리가 아닌 실질적인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이뤄졌다. 이들 기업의 경영진들은 중점 사업과 정리사업에 대해 매우 단호하면서도 엄정한 결정을 내렸으며 기업의 규모나 성장보다는 수익성에 우선 순위를 두고 고수익성 확보를 지속적으로 추구했다.구조조정 성공 기업의 하나인 미국의 컴퓨터 관련 회사 세리디안(Ceridian)은 92년과 93년, 2년에 걸쳐 4개 사업을 청산 또는 매각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주력했다. 슈퍼컴퓨터 사업을 시작으로 전산망 부품 사업과 데이터 감시 장비 등을 청산 또는 매각하면서 핵심사업 위주로 기업의 활동 영역을 정비했다. 이 결과 세리디안의 수익성은 94년에 급격히 개선됐으며 그때까지 계속 줄어들었던 총투자자본도 수익성과 함께 조금씩 동반 상승하기 시작했다. <표2 designtimesp=8375>실제로 세리디안은 수익성이 향상된 95년 이후부터 핵심역량과 관련된 다른 기업의 컴퓨터 사업을 인수하면서 투자를 늘렸다.C커브 이론의 또 다른 시사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본시장을 보유한 미국에서조차도 구조조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없다는 점이다.볼수 있듯 미국의 쟁쟁한 기업들도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을 향상시키고 이에따라 주주수익률이 상승하기까지는 3~5년간의 시간이 소요됐다. 한국 기업들도 1년이내의 단기간에 끝내는 구조조정을 꿈꿀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구조조정 목표를 설정, 꾸준히 실행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구조조정을 위해 투자자본을 줄여야한다고 해서 함부로 축소해나갈수는 없는 노릇이다. 먼저 사업에 투자된 자본을 상세히 검토, 그투자자본을 통해 경쟁력있는 수준의 수익성 달성이 가능한지, 또는그 투자자본이 가치 창출을 위한 자산 기반 확보에 필요한지 등을따져봐야 한다. 이후에 구조조정을 실행하기 위한 과감하면서도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한다. 무엇보다 수익성을 기반으로한 성장을목표로 삼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산 축소도 각오해야 한다.다음으로 각 사업 단위에 대해 가치 경영 원칙에 기반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이때 자산 매각은 물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경쟁업체와의 자산 및 시설 공동 활용도 고려해야 하며 때로는 직접적인 경영 통제권의 상실도 감내해야 한다.미국의 항공기 및 자동차 부품 회사인 얼라이드 시그널은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해 구조조정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1991년에 얼라이드 시그널의 전체 제품중 87%가 시장이 성숙기에접어든 제품이거나 부가가치가 낮은 범용성 제품이었다. 이 비율이1997년에는 35%로 대폭 줄어들었다. 즉 사업구조 자체가 부가가치가 높은 전문제품이나 성장성이 높은 제품 위주로 개편됐다는 의미다. 특히 얼라이드 시그널은 91년 9개였던 구매부서를 97년에 접어들면서 자재관리부문 한 부서로 통합하고 공급업체수도 1만개에서2천개로 줄였다. 이를 통해 얼라이드 시그널은 연간 10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었다. 또 품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에 지속적으로 노력,92년부터 97년까지 15억달러의 비용 절감과 연간 7%의 생산성 개선 효과를 실현할 수 있었다.◆ 구조조정은 마라톤 경주처럼현재 한국 기업은 1990년대의 미국 기업들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자산 매각 등에 있어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응해 한국 기업은 운전자본의 생산성 향상과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다양한 활용 방법에 대해 창의력 있는 대안을 개발해내야만 한다. 결국 성공으로 가는 C커브 경로를 따라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 경주를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한국의 정책 결정자 역시 해외의 구조조정 사례를 참조, 한국 기업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현실적인 일정과 목표를제시해야 한다. 또 목표를 제시할 때는 한국 기업들의 미래 경쟁력확보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