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용자 접속기록 파악, 마케팅 자료로 이용...범죄 악용 소지도

「한 인터넷사용자가 여행사이트에서 영국에 관한 정보를 검색한다. 며칠후 여행사에서 영국행 항공편과 호텔 여행패키지 등에 관한 광고성 전자우편을 보낸다.」「새로 생긴 온라인 서점에 접속한다. 그런데 이 서점 사이트는 방문자의 취미를 이미 파악하고 곧바로 그에게 흥미있어하는 분야의책을 소개한다.」이 두가지 이야기는 가정이다. 그러나 이미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실을 근거로한 가정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이미 검색사이트에서 사용하는 마케팅기법이고 두번째 이야기도 조만간 현실로 나타날 전망이다.개인의 취향을 기업이 파악해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알려주는 일은 매우 편리한 점이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섬뜩한 일이아닐수 없다. 나의 신상정보를 제3자가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다는사실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개인의 신상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제3자가 상품을 파는 순수한 기업인이라면 유용한 상품정보를 얻는 편의를 누릴수 있겠지만 불행하게도 그 제3자는 범법자가 될수도 있고 국가권력이 될수도 있다.대학시절 뉴스그룹에 alt.drug나 alt.sex와 같은 주제로 토론하는 곳에 글을 올린 법대생이 있다고 하자. 아무 생각없이 젊은날의 경험으로 올린 글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훗날 사법고시에합격하고 나서 보수적인 검찰이나 법원에 자리를 얻으려 할때alt.drug나 alt.sex에 올린 글을 문제삼아 채용이 거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이와 비슷한 일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미 해군에서 18년간근무한 맥베이씨는 PC통신서비스인 AOL게시판에 가명으로 올린글 때문에 강제로 전역당했다. 그의 섹스성향을 「동성애」라고 기록했기 때문이다.맥베이씨는 AOL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진보성향의 홈페이지에 자주 접속하는 사람은 웹사이트 접속기록때문에 정보기관의 사찰대상이 될수도 있다.전세계적으로 3천만명에 달하는 인터넷사용자들의 웹사이트 접속기록을 분석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게 아니다. 이미 미국 CMG사는「인게이지」라는 상품을 내놓고 라이코스 트라이포드 지오시티 등과 함께 인터넷 사용자들의 웹사이트 접속행태를 분석해 마케팅자료로 판매하고 있다. 인게이지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웹사이트에 접속해 읽은 게시물, 구매한 물건, 즐겨 사용하는 오락물 등에 대한자료를 분석해 기업들의 마케팅 자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장원그래픽스가 사용자들이 웹사이트 접속기록을분석할 수 있는 「웹로그」를 판매하고 있다.◆ 개인정보 파악, 마음먹기 나름인터넷이 보급되기 전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해 판매하는 업체들은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자동차 소유여부나 휴일 사용패턴 등개개인들의 정보를 수집해 DM 등에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회사는 개개인의 취향을 세세하게 분류하지는 못한다. 기껏해야 낚시잡지를 구독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 뿐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인게이지는 다르다. 사용자가 낚시잡지를 구독하는 사실외에 낚시에 관한 어떤 기사를 읽고 있는지 알수 있다. 심지어 그 사람이 낚시 잡지가 아니라 일반적인 레크리에이션 사이트 혹은 종합뉴스 사이트에 접속했을지라도 읽은 기사가 낚시관련기사인지도 알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특정 사용자가 읽은 기사의 종류까지 자세하게 분류하고 읽은 시간까지 알수 있다.그러나 CMG시스템은 인게이지가 개인 사생활은 보호할 수 있다고주장한다. 사용자의 이름이나 주소 전자우편주소 신용카드번호 등신상정보를 수집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사용자 컴퓨터의 하드드라이브에 고유의 식별번호를 부여한다. 사용자 개개인의 신상을 파악하지 않고도 마케팅에 필요한 행동특성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사실 인게이지는 개인 사생활보호에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문제는 이 시스템에 사용한 기술이 근본적으로 사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해분석할 수 있다는데 있다. 인터넷 사용자들의 사용행태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중앙의 데이터베이스 한군데에 집적해 일관되게 정리하면 결국 웹을 사용하는 개개인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사용자가 접속한 모든 사이트, 다운로드받은 모든 웹페이지, 구매한모든 상품목록이 단일한 데이터베이스에 집적되기 때문이다. 결국개인신상정보가 CMG시스템이 마음 먹기에 달려 있게 된다.실제로 지난달 초 무료홈페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오시티가 정관변경사실을 사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은채 사용자정보를 광고주에게 판매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일은 지오시티뿐이 아니다. 사용자들에게 천명한 사용자신상보호정책을 스스로 어기는 웹사이트가급증하고 있다.인터넷기술의 발달로 웹사이트에 접속하기만 해도 인터넷 사용자의신상정보가 웹사이트의 운영자에게 흘러들어간다. 웹사이트에 접속한 사용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채 전화를 건 지역의 지역번호, 사용하는 컴퓨터의 종류 등은 기본적으로 제공된다.만일 회사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라면 기업체 이름까지 나타나게 할수 있다.개인정보를 몇가지만 알아내면 사기와 같은 범죄행위에 악용하는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미 PC통신의 물물교환 같은 곳에서는남의 아이디를 도용해 대금만 받고 상품은 넘겨주지 않는 사기사건이 문제가 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와 신용카드번호 등을 알면 온라인을 통해 금융거래를 할수 있다.개인정보보호는 단지 사생활을 보장받고자 하는 감성적인 차원의요구가 아니다. 신용을 근간으로 한 경제질서 유지와 긴밀하게 연관된 문제다.★ 정보유출 차단 기술도 다양인터넷 기술의 발달은 사용자들의 정보를 캐내기만 할까. 인터넷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는 방법은 없을까. 기술은 공평하다. 실명을 밝히지 않고 인터넷 정보를 이용하는 서비스가 있다. 크라우드 애너니마이저 루슨트 퍼스널 웹어시스턴트(LPWA) 등이 대표적이다.애너니마이저와 LPWA는 사용자정보를 가명으로 바꿔 인터넷 사이트로 보낸다. 웹사이트에 남는 접속기록에는 단지 LPWA나 애너니마이저에 등록된 가명의 사용자만이 기록에 남을 뿐이다. 아무리 사용자의 신상기록을 수집하려 해도 애너니마이저나 LPWA가만들어낸 가명만 남기 때문에 어떤 분석프로그램도 개인의 신상기록을 분석할 수 없다. LPWA는 사용자등록이 필요한 경우 가명까지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그러나 애너니마이저와 LPWA 역시 단점이 있다. 사용자의 신상정보와 행동특성에 대한 정보를 애너니마이저와 LPWA와 같은 사이트 운영자가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운영자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사용자 신상정보와 행동특성 정보를 제3자에게 유출할 수있다.이런 문제를 해결한게 크라우드다. 크라우드는 애너니마이저와LPWA와 달리 중간에서 사용자의 정보를 임의로 중계한다. 크라우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용자집단을 만들어야 한다. 크라우드에는 이런 사용자집단이 4백개 된다. 특정 사용자가 크라우드를통해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면 크라우드는 일단 크라우드 안에 형성된 임의의 사용자집단 사이트에 중계한다. 접속을 넘겨받은 사용자집단 사이트는 이를 또다시 임의의 다른 사용자집단 사이트로 넘기거나 찾고자 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연결시킨다. 만일 인터넷 사이트로 연결하지 않고 임의의 다른 사용자집단 사이트로 접속을 넘기면 이를 인계받은 임의의 사용자집단 사이트는 같은 방법으로 다른 임의의 사용자집단 사이트로 넘기거나 인터넷 사이트로 보낸다.이 과정을 반복하게 되면 특정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뿐 아니라 크라우드 사이트의 운영자도 사용자들의 신상정보나 사용행태를 알수 없다. 그러나 크라우드는 사용자 정보를 웹사이트로 전송하는쿠키를 막지는 못한다. 쿠키를 막으면 해당 사이트를 이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는 애너니마이저나 LPWA가 크라우드보다 낫다.현재 크라우드는 AT&T 랩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암호보호법에 의해 미국과 캐나다 거주민만이 서비스를사용할 수 있게 제한해 놓았다. 애너니마이저 LPWA 크라우드 모두 인터넷정보검색 속도를 느리게 한다. 애너니마이저의 경우 석달에 15달러를 내면 좀 개선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애너니마이저의 경우 수십만명의 무료사용자가 있고 유료가입자는 4천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