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활용 컴퓨터에 접목, 멀티미디오 콘텐츠사업 박차

지난 9월30일 미국 샌디에이고의 와일드스톰 본사. 한국에서 이곳을 찾은 이정태 신광BDS 사장(36)을 와일드스톰의 짐리 회장(34)이 반갑게 맞았다. 이들은 커피를 한잔 마신뒤 곧바로 계약서에 서명했다. 계약내용은 양사가 공동으로 멀티미디어 콘텐츠사업에 나선다는 것.이 내용은 금방 미국과 일본 등지의 콘텐츠업계에 퍼졌다. 이들 업체들이 이 계약에 보인 관심은 대단했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그동안 짐리회장과 손잡기 위해 수많은 공을 들였던 일본 굴지의게임업체는 땅을 쳤다. 이 회사는 짐리의 진가를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짐리와 손잡기 위해 한·일간에 치열한 물밑싸움을 벌였지만 짐리는 결국 돈보다는 모국인 한국과의 사업을 선택했다. 짐리는 미국에서 활동중인 만화가. 일개 만화가에 불과한 그를 둘러싸고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짐리는 미국에서 엄청난 인지도를 가진 최고의 만화작가중 한명.그가 작업한 X맨은 미국에서 초판만 8백만부가 팔렸을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91년엔 미국 최고의 만화작가상을 수상했다.올해에도 만화전문지 위자드에 의해 최고의 아티스트로 뽑히기도했다. 한국명이 이용철인 짐리는 서울생으로 만 5세때 도미, 프린스턴대학을 거쳐 만화분야에 진출했다. 그가 이 분야에 뜻을 두게 된것은 어렸을 때 너무 재미있게 본 황금박쥐라는 만화영화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황금박쥐는 그의 가슴속에 정의의 사도로서는 물론 무한히 꿈을 펼쳐갈 희망이었다.X맨을 통해 질풍같이 스타자리에 올라선뒤 와일드캐츠 팀세븐 젠13 등 베스트셀러를 잇따라 내놓았다. 그의 성공작 X맨은 일본 세가에 의해 게임소프트웨어로 제작돼 세계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세계 굴지의 게임 관련기업들이 만화가를 잡으려 하는 것은 유명만화를 게임화하면 그만큼 성공확률이 높기 때문. 게다가 게임과 동시에 만화영화 캐릭터사업 등에 나서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탄생시킬 수 있어서이다.예컨대 디즈니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이들이 디즈니영화에 미치고 구피와 마이티마우스 등 디즈니 캐릭터가 새겨진 문구이외에는 잘 사려고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캐릭터상품의 위력이얼마나 큰지를 알수 있다.만화를 통해 캐릭터를 창조하고 이 캐릭터를 활용해 만화영화 비디오게임 온라인게임등에 활용하는게 이른바 멀티미디어콘텐츠사업이다. 이 분야는 21세기 유망사업이기도 하다.이정태 신광BDS 사장이 짐리와 손잡은 것은 짐리의 만화를 토대로 신광BDS가 갖고 있는 만화영화를 비롯한 3차원 컴퓨터 소프트웨어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짐리+신광 컴퓨터기술 ‘찰떡궁합’신광BDS는 신광전기통신과 신광자동화시스템 (주)재미구조 등으로 구성된 중견그룹. 지난 54년 창업한 신광전기통신이 모기업이다. 이 그룹은 86년 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스타디움의 방송시설을 비롯, 국제방송센터 등의 통신및 방송시설을 맡았던 업체. 게다가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가상체험극장 등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에 관한 많은 노하우를 쌓은 기업이다. 대전엑스포 전시관에 우주여행을 하면서 실제 혹성과 충돌하는 것과 같은 상황을 체험하는장치 등도 그가 도입해 설치했다. 그룹의 연간 외형은 3백억원에이르며 이정태사장은 신광전기통신 창업자인 고 이두경씨의 손자다.이정태사장이 멀티미디어 콘텐츠사업에 관심을 쏟은 것은 만화에대한 사랑에서 비롯됐다. 그 역시 어렸을 때부터 만화와 더불어 자랐다. 신간만화가 나오길 고대하며 만화방을 들락거렸고 만화영화는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훌륭한 오락물이었다. 황금박쥐 요괴인간 아톰 홍길동을 보면서 자랐다.미국으로 유학, 테네시주립대학에서 컴퓨터사이언스와 수학을 복수전공한뒤 귀국한 그는 가업인 신광전기통신을 물려받았다. 이어 신광BDS 등 유관분야로 사업을 확대, 컴퓨터 및 멀티미디어 관련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사업차 미국을 종종 방문하던 그는 필름없는 영화인 토이스토리를본 순간 무릎을 쳤다. 그가 갈망해왔던 분야가 바로 이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를 이용한 무궁무진한 창조의 세계. 이사장은 세인트루이스에서 우연히 짐리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됐다. 미국에서박찬호가 야구로 한국인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있듯이 만화분야에서짐리라는 젊은 작가가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었다. 짐리에 대한 얘기를 듣는 순간 섬광처럼 스치는게 있었다. 곧바로 짐리가 있는 샌디에이고로 날아갔다. 이것이 올 3월.두 사람은 가슴을 터놓고 많은 대화를 할수 있었다. 이사장은 자신이 오래전부터 멀티미디어 콘텐츠사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같이 일을 하자고 설득했다. 짐리는 미국 최대 만화책업체인 마블사에서나와 독자적으로 와일드스톰사를 운용하고 있었는데 세계적으로 웅지를 펼 사업을 구상중이었다. 두사람은 의기투합했다. 한국인끼리손잡고 세계적인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나이가 비슷했던 두사람은 만화영화 황금박쥐의 세대였고 대화는 쉽게 통했다. 또 짐리의 탁월한 만화창작 능력과 신광BDS의 컴퓨터기술은 찰떡 궁합이라고 판단됐다.양사는 이제 3차원 디지털만화영화와 게임을 비롯, 만화책제작 캐릭터판매 등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관련 짐리가 만화제작을 맡고신광측이 이를 토대로 만화영화제작 3차원영상게임 등을 제작하며전세계를 상대로 배급에 나설 계획이다. 첫작품은 우선 젠13을 만화책으로 연말께 출간하고 가이스터스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재구성, 만화영화로 만들 계획이다. 이어 역으로 미국에 이를 선보이며세계시장을 상대로 판매에 나설 생각이다.이들의 또다른 관심분야는 인터넷 캐릭터산업에 진출하는 것. 전세계 5억 네티즌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정보의 바다에서 독자적인 캐릭터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 이는 또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그동안 한국의 만화시장은 일본에 의해 무차별 공략을 당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걸출한 한국인 만화가를 통해 일본과 동남아나아가 세계시장을 한국인이 공략할 것입니다.』그는 만화는 쉽고 금방 친근해질 수 있는 독특한 마력을 지닌 매체라고 설명한다. 이를 바탕으로 멀티미디어 콘텐츠사업에 진출, 디즈니 캐릭터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만화를 사랑하는 두 젊은이의 만남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받고 있다. (02)549-5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