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백화점들은 지난 상반기동안 일제히 수익감소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매출액과 경상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각각 17%와 9% 증가한 백화점이 있다. 나고야에 본사를 둔 고메효(兵). 이 회사는 식품을 취급하지 않고 일본백화점협회에도 가입하지 않아 엄밀히 말하면 백화점은 아니다. 그러나 매장구성이나 상품진열대는 일반백화점과 다를 것이 없다. 일반 백화점과크게 다른 것은 진열한 상품의 70% 이상이 중고품이라는 사실이다. 47년에 창업한 이 회사는 올 매출액을 1백20억엔으로 예상하고 있다. 5년만에 꼭 2배가 늘어난 액수다. 최근엔 나고야시내와신주쿠 등지에 신점포를 낼 계획이다.고메효의 본점빌딩에는 1층에서 5층까지 각 층마다 보석 시계 가방 의류품 등의 매장이 있다. 롤렉스시계 구치가방 등 유명한 브랜드도 상당수 진열돼 있다. 본점 가까이에는 카메라 컴퓨터 악기를 취급하는 빌딩을 비롯해 액세서리 화장소품 청소년용 의류품 등 분야에 따른 5개의 점포가 딸려 있다.◆ 고메효백화점, 70%이상이 중고품중고품이기 때문에 상품의 가격은 신제품에 비해 당연히 싸다.백화점에서 신제품을 살 경우 30만엔 하는 보석을 수만엔이면 살수 있다. 소비자가 절대적으로 싸다고 여길 수 있는 판매가격을제시할 수 있는 것은 독특한 시스템 덕분이다.이 백화점에는 독립적인 구매부서가 없고 1백60명의 종업원들 중20여명을 중고품 구매담당자로 두고 있다. 이들은 매장에 직접나가 상품이 어느 정도의 가격이면 팔릴지 피부로 느끼도록 하고있다. 구매담당자는 확실히 팔릴 수 있는 가격을 파악한 뒤 평균29%의 이익을 뺀 금액으로 중고품을 구매한다. 매장과 구매를 일체화시키는 시스템이다.고메효의 상품이 가격만 싼 것은 아니다. 중고품에 따라 붙는 더럽고 낡은 것을 최대한 없앤 것도 큰 특징이다. 보석이나 시계의류 등 각 분야의 외부전문업자들을 동원, 수리하거나 깨끗하게씻어 언뜻 보기에 중고품이라는 생각이 들지않을 정도다. 이 백화점은 브랜드 신상품도 진열하고 있으나 적극적으로 팔려고 하지는 않는다. 신제품과 비교해 중고품이 얼마나 싼지 그리고 품질에도 별 차이가 없음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다.상품은 전당포나 유통업자들로부터 공급받는다. 상품구성이 편중되기 때문에 개인으로부터 구입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이를 위한 여러 가지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그 한 예가 금융기관에 버금가는 청결한 내장을 갖춘 「구매센터」다. 나고야시내에 1곳, 도쿄도내에 2곳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에 들어서면 보석 악기 액세서리 등 상품마다 번호표를 발행하는 기계가 있다. 번호를 부를 때까지는 벽으로 둘러싸인 대기실의 소파에서 편안히 쉬도록 하고 있다. 구매창구는 좌우에 칸막이가 있어 옆의 다른 손님이 알아볼 수 없도록 했다. 소지품을 팔러온소비자에게 뒤가 캥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이제까지 중고품은 사거나 팔때 저항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았다. 조악한 중고품을 외양만 고쳐 팔아온 업자들 때문에 소비자들의 이미지가 나빴던게 사실이다. 최근들어 이러한 소비자들의심리가 바뀌고 있다. 중고 완구나 골동품을 감정하는 TV프로그램도 중고품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는데 크게 기여했다.중고품에 대한 소비자의 의식이 변하면서 여러 가지 중고품 분야에서 벤처기업이 탄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헌책을 취급하는프랜차이즈체인점인 북오브코퍼레이션. 이 회사는 설립한지 8년만에 3백30개의 점포를 거느리는 거대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중직영점은 87개소, 가맹점은 2백43개소다. 내년 3월 결산기의 매출은 90억엔, 경상이익은 5억엔이 전망된다. 경기하락이 뚜렷해진 지난 가을이후에도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북오브는 어두운 점포내에 수북이 쌓여 있는 헌책방과는 다르다.여기에는 만화단행본 문고 사진집에서부터 실용서와 문학베스트셀러에 이르기까지 진열되어있다. 진열된 책은 헌책에서 흔히 보이는 더러운 커버나 누런 종이조각이 없다. 일단 책이 들어오면세제로 커버를 깨끗하게 세척하고 짜투리종이는 기계로 말끔히잘라 새책과 똑같게 만든다. 서점안은 형광등으로 조명을 밝혀주고 있으며 편의점에서와 같이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이 바삐 움직인다. 말끔히 고친 헌책을 청결감이 있는 점포에서 파는 새로운형태의 서점인 셈이다.북오브는 매입가격과 판매가격의 설정도 기존의 헌책방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기존 헌 책방에서는 주인이 직감적으로 가격을 매기고 있으나 이 회사는 소비자들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가격을염두에 두고 가격을 정한다.◆ 북오브, 3개월이상 안팔리면 값 더내려북오브는 신간 정가의 10분의 1로 사서 정가의 절반정도 값으로파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3개월이 지나도 팔리지 않는 책은 모두 1백엔 이하의 가격으로 내린다. 3개월 동안 팔리지 않는가격은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없는 가격이란 판단이다. 게다가똑같은 책이 한 점포에 6권 이상 모이면 6번째 이후의 책은 무조건 1백엔이 된다.한편 북오브의 확산은 신간을 파는 주변서점의 경영을 위협하고있다. 북오브가 출점한 지역에서는 신간서점의 매출이 약 20%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적에 대해서는 재판매 가격유지제도가 있어 신간서점은 신간서적에 대해 출판사가 정한 가격을할인해서 팔 수 없도록 돼 있다. 똑같은 책을 싸게 파는 북오브는 신간서점으로서는 위협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재판제도와는 무관한 북오브는 일본의 서적 유통제도를 근본부터 뒤엎을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중고골프용품점의 분야에 프랜차이즈 체인을 도입한 벤처기업도있다. 골프키즈란 이 회사는 96년3월 도쿄에 1호점을 개설한 이래 1년만에 직영점 8곳, 프랜차이즈 13곳을 두는 거대 기업으로성장했다.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금방 점포를 운영할 수있는 프로그램을 마련, 성공을 거두고 있다. 중고골프클럽에서가장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은 클럽의 구매가격을 결정하는 평가작업이다. 골프키즈는 1년 이상 걸쳐 메이커 소재 샤프트의 차이점과 5단계 평가등급을 컴퓨터화면에서 선정하면 매일매일의 구매가격이 나타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구매시세는 날마다 프랜차이즈의 본부사원이 양판점의 가격 등을 조사해 시가데이터를조정한다. 이 시스템 덕분에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도 간단히 구매할 수 있다.중고 오토바이를 취급하는 기업도 나타났다. 비디에스는 전국에퍼져 있는 5천개의 오토바이판매점에 유료로 중고차가격정보 등을 제공한다. 오토바이 판매업계에서는 중고차를 취급하지 않고서는 판매점을 경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년전까지만해도 오토바이 판매점들은 신차만 판매해도 경영을 할 수 있었으나 오토바이의 등록대수가 줄어들면서 판매점의 수입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중고차의 판매와 수리비로 판매점의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이러한 오토바이 판매업계의 변화를 감지한 덕택에 비디에스는96년 매출액이 1백69억엔, 97년엔 1백98억엔, 98년엔 2백27억엔으로 급증하였다.내년에는 20%의 증가가 예상된다. 영업이익도 2억2천만엔으로50% 증가할 전망이다. 이 같은 경영호전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오토바이시장을 감안할 때 파격적인 성과로 중고시장의 또다른잠재력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