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미 달러화에 도전할 수 있는 강력한 도전자가 탄생한다.내년 1월초부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11개국에서 통용되는 「유러(EURO)」가 그 주인공이다. 유러화는 내년부터 이들국가의 금융기관간 거래에서 의무적으로 사용된다. 2002년7월1일부터는 개인들의 일상거래에서도 통용된다. 이때부터는 독일마르크 프랑스프랑 이탈리아리라 등 유럽 각국의 고유화폐는 사라지고 유러화만 유통된다. 이것은 언어와 민족 풍습 등은 달라도 동일한 화폐를 사용하는 단일시장이 탄생한다는 의미다. 이 단일시장의 경제규모는 미국과 맞먹는 수준.유러화는 이같은 경제력을 가진 유럽국가들의 철저한 준비끝에태어나기 때문에 탄생과정에서부터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다.특히 2차세계대전이후 유아독존적으로 군림해온 달러화와 겨룰수있는 유력한 도전자로 각광받았다. 여기에는 달러화를 독점발행하는 특권을 이용하여 경제력 이상의 부를 향유하는 미국에 대한전세계의 견제심리도 한몫하고 있다.유러화의 등장은 유럽지역의 경제성장 가속화와 고용증대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EU집행위원회는 유러화 도입으로 2백억달러에서 3백억달러 규모의 금융비용절감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가에도 우호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개도국은 2000년 51억달러, 2010년 57억달러의 무역수지 개선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세계금융시장에도 대변혁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95년말 기준으로 미국의 1/3수준인 유럽주식시장과 2/3수준인 채권시장은5년이내 미국수준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세계 금융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유러화로 표시된 국채와 회사채 그리고주식시장이 활성화된다는 얘기다.이같은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비중이 높아지면 유러화가 10년이내달러화와 맞먹는 기축통화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란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것은 달러화의 약세, 유러화의 강세를 의미한다.실제로 11월 하순 도이치은행이 전세계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향후 5년이내 달러화에 필적할만한 기축통화로 성장할 것이라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70%를 차지했다.국제무역에서 유러화 결제비중이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95년말현재 세계외환시장에서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는 달러화의 비중은42%, 독일마르크 19%, 일본엔화 12%이지만 5년 이내 유러화가30%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란게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유럽 경제성장 가속화·고용증대 기대이같은 전망치가 힘을 얻을 경우 중앙은행들의 외환포트폴리오는수정이 불가피하다. 달러화의 비중을 줄이고 유러화의 비중을 높이는 국가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전체 외환보유고중 60%인1천4백억달러를 달러화로 보유하고 있는 중국정부는 유러화가 기축통화로 성장하면 유러화의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다.물론 유러화의 전망에 대해 낙관적 견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비관론도 존재한다. 미국 FRB(미연방준비위원회)의장인 그린스펀과 대처 전영국수상 등은 유러화가 경제적동기가 아닌 정치적 동기에서 탄생했고 유럽각국의 실업률증가,EMU참가조건의 불충족 등으로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이같은 비관론보다는 낙관론이 대세로 자리잡아가면서 미국과 일본기업들은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미국 정보통신업체들은 유러관련 S/W 및 서비스산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유러화도입에 따라 회계전산시스템을 교체하는 기업들을 겨냥하고 나섰다. 마이크로소트프사는 유러화 표시가 가능한 「Window98」을출시했다. IBM도 회계전산시스템 교체수요를 잡기 위해 나섰다.◆ 낙관론 대세… 미일기업 대비책 분주금융기관중에서는 시티은행이 유럽전역의 소매금융을 강화하고있다. 체이스맨해턴은행은 새로운 금융중심지가 될 프랑크푸르트에 신규사옥을 확보했다. 또 단일통화의 출현으로 수수료 수입이줄어들 외환업무는 대폭 축소하거나 통폐합했다. 예를 들면 JP모건은 밀라노 마드리드 파리 등지의 외환업무를 런던지점으로 넘겼다.일본업체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자동차, 가전업체들은 내년부터유럽전역에서 자금결제 및 회계에 유러화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닛산 혼다 도요타 등 자동차업체와 소니 도시바 NEC 등 전자업체들은 유럽지역에서 유러화 결제를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반면 미국이나 일본기업과 달리 국내업체들의 대응속도는 상대적으로 늦은 편이다. 풍산금속에서 유러화주조에 사용될 소전을수출했을 뿐이다. 대기업중에서는 삼성물산이 유러화 도입으로가격경쟁이 강화된 유럽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원화약세를 적극활용하거나 유럽에 전략적 판매거점을 설치하는 것 등을 검토하고 있는 수준이다.삼성경제연구소 김득갑 수석연구원은 『IMF구제금융이후 대비책을 마련할 여력이 없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전산시스템과 마케팅전략의 변화 등 신속하게 대처해야 확대된 시장을 적극 공략할수 있다』고 주장했다.특히 김연구원은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통합시장의 출현으로 환리스크가 제거돼 유럽과의 교역비중이 증대할 것이라며 대응책을빨리 마련할수록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2년 7월부터 일상생활 통용「땡 땡 땡」.1998년12월31일 마지막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유러화가 탄생한다. 유러화의 등장은 유럽국가들간의 경제화폐통합(EMU)의 발족을 공식 선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1991년12월 마스트리히트 조약에서 단일 통화에 대한 논의를 확정지은지 7년만의 성과다. 멀게는 57년 유럽 단일시장을 목표로 탄생한 EC(유럽공동시장)의성과를 이어받아 통화통합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내년부터 유러화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베네룩스3국 등 유럽11개국에서 새로운 통화로 채택된다.인구(2억9천만명) GDP(6조3천억달러) 1인당 국민소득(2만1천7백달러) 경상수지흑자(1천1백50억달러)를 자랑하는 유러랜드의 단일통화로 사용된다. 미국과 대등한 경제권이 출현한 것이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곧바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당분간 금융기관간 거래나 주식 채권의 발행 등 금융시장에서만 사용된다. 유러화가 동전이나 지폐형태로 출현하는 것은 2002년1월부터. 6개월동안 독일마르크와 프랑스프랑, 이탈리아리라 등 11개국 기존통화와 병용되다가 2002년7월부터 홀로 가치를 인정받는다. 즉 소비자들도 2002년7월부터는 햄버거나 TV 등을 살 때 유러화로 결제해야 한다. 마르크 프랑 리라 등은 정부가 인정한통화(법화)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는 얘기다.궁극적으로 「유럽합중국」으로 나아가는 초석인 유러화의 탄생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마스트리히트조약이후 급격한 환율변동으로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자 영국과 이탈리아 등이 ERM(유럽환율조정메커니즘)에서 탈퇴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경제화폐통합을 위한 대세는 거스르지 못했다.유럽의 옛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라도 EMU체제의 실현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힘을 얻었다.앞으로 유러화 발행과 금리인하 등 통화정책은 지난 7월 발족한유럽중앙은행에서 총괄한다. 유럽중앙은행은 각국 중앙은행의 권한을 이양받아 물가안정 즉 통화가치 안정을 최우선과제로 선정했다. EMU의 재정정책은 11개국 재무장관회의(Euro-X)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