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가 전후 최악의 불황으로 시달리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세계경제불황을 몰고온 주범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일본을 배울 때』라며 일본을 찾는 선진국 기업들이 늘어나고있다.그들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노하우를 배우기 위한것이다. 일본만이 갖고 있는 노하우는 제품생산의 기반을 이루는기술에서부터 유통업의 단품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선진국기업들이 일본이 확보하고 있는 표준화기술을 배워가겠다고 나선것이다. 일본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표준화기술. 이는 일본경제가 무너지지 않게 강하게 떠받쳐주고 있는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세계최대의 소매업회사인 미국 월마트가 허리를 굽혀가면서 일본에한수 가르쳐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정보시스템 담당임원급이 적어도 1년에 3차례 슈퍼업인 이토요카도나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재팬을방문한다. 바로 단품관리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것이다.◆ 월마트, 일본업체 기술 습득나서유통분야의 미국 최대 정보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는 월마트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재고회전일수. 점두에 전시된 상품을 어느 정도 걸려 팔아치울수 있느냐는 것이 재고회전일수다. 기간이짧을수록 재고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재고회전일수의 단축은 유통에서의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미국 유럽의 유명유통업체의 재고회전일수는 70일 전후. 그러나 이토요카도는 약 22일에 불과하다. 세븐일레븐은 경우 7일이다. 일본이 미국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는 얘기다.미국 유럽에 비해 10배 정도나 높은 효율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단품관리라고 하는 상품관리술이다.POS(판매시점정보관리)데이터 등을 활용, 팔린 상품을 하나하나정확하게 파악, 인기상품만을 내놓는다. 인기없는 상품을 곧장 치워버린다.일본에서는 이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미국 유럽업체가 세븐일레븐과 이토요카도처럼 각각 3천개품목,10만개 이상 품목을 매일매일 관리하기란 불가능하다.스즈키 이토요카도 사장은 『유통노하우를 익히겠다며 찾아오는 미국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방문 때면 월마트를 방문, 경영자들에게 단품관리기술을 가르쳐주고 있다. 지난해7월에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이토요카도그룹 산하의 미국내 편의점인 사우스랜드가 대형음료회사 등과 공동으로 여러가지 상품을섞은 다음 일괄적으로 각 점포에 내보내는 공동배송을 실시했다.미국의 안마당에서 미국형 대신 일본식 물류시스템을 대담하게 도입, 실시한 것이다.일본 유통업체들이 본고장 미국을 따돌릴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갖추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바로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이라 할수 있다. 정보시스템 도입 등을 통한 실험을 거듭한 끝에 유통노하우를 쌓았다. 비싼 부동산과 유통 코스트를 극복하기위해서는 유통시스템의 효율을 높이는 것뿐이었다.결국 일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나아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관리 노하우를 습득한 것이다. 미국에서 탄생한 슈퍼 편의점의 경영방식을 일본식으로 소화, 세계모델화하는데성공한 것이다.택배분야에서도 일본 시스템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어떻게 시간 지정 택배사업이 가능할 수 있는가.』 미국유럽 아시아 물류회사로부터 야마토운수의 물류거점을 시찰온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던지는 의문이다.야마토운수의 택배서비스는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를 6개시간대로 구분,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시간대를 지정할 수 있다. 요금은종전과 마찬가지. 코스트가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그러나 야마토의 택배사업은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현대인의 생활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 할수 있다. 부재중인 가정이 늘어나면서 하나의 짐이 배달되기 위해걸리는 배달 횟수는 약 1.5회. 그러나 다시 배달시간을 지정받을경우 재택확률은 높아진다. 방문횟수의 감소를 통해 작업을 대폭효율화할 수 있다. 역(逆)의 발상인 셈이다.이 뿐만 아니다. 치밀한 정보 배송망을 활용, 코스트 상승분을 흡수했다. 결국 시간 지정 택배시스템을 정착시킨 것이다. 『대중소비사회가 진전될 경우 한국을 비롯, 대만 중국연안부등 아시아 각지에 일본의 택배시스템이 보급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가나가와대의 나카다교수의 전망이다.세계최강 일본 제조업으로부터 세계가 배우고자하는 표준화된 기술도 물론 수두룩하다.『오기하라의 금형이 없다면 세계 자동차메이커는 차체(보디)를제작할 수 없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상식으로 통하는 얘기다. 오기하라는 군마현 오타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형 자동차용 프레스업체. 세계의 주요 자동차메이커에 금형 등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일본의 금형기술을 세계의 걸작품으로 만들어낸 장본인은전문 기능인들. 그래서 『일본의 금형 기능인들을 초청하고 싶다』는 아시아 기업들의 요청이 끊이지 않고있다.자동차보디 등에 사용되는 일본제 표면처리강판도 세계표준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품질면에서 다른 나라 제품과는 완전히 차별화돼 있다. 표면처리강판의 품질은 자동차의 수명을 결정한다. 경쟁력 있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본제 표면처리강판을 사용하지 않을수 없는 것이다.기존 글래스에 인공합성원료를 첨가, 개발된 뉴글래스도 일본에서선보인 신소재이다. 광파이버는 뉴글래스의 대표적인 제품이다. 인텔리전트 빌딩에서 컴퓨터의 오작동을 유발하는 전자차폐글래스를비롯, 열반사글래스 포토클로닉글래스 등도 세계시장을 선도하고있다. 일본의 신글래스시장은 2000년까지 1조4천억엔 규모에 이를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좋은 물건을 만들면 팔린다”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일본이 세계표준화를 실현할 수 있는 제품으로 꼽힌다. 도요타자동차는 출발및 저속주행시에는 모터(시리즈방식)로 움직이고 통상주행시에는 엔진으로 움직이는 프리우스하이브리드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배터리로부터 공급받은 전력으로 모터의 출력을 증대, 엔진의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면서도 공해까지 줄일 수 있다. 차세대차로서의 요건을 잘 갖추고 있는 것이다.고속도로교통시스템(ITS)에서도 표준화를 노리고 있다. 첨단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도로교통통신정보시스템을 비롯, 자동요금징수시스템 등이 그 대표적인 부문이다. 만성적인 도로정체 및 사고발생이라는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으로서의위치를 굳힌다는 것이다.이외에도 세계표준을 노리는 기술은 많다.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세라믹필터, 전기자동차의 배터리인 리튬이온전지, 태양전지, 차세대형 디스플레이도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최근들어 주목되고 있는 부문은 정보통신분야. 생산조달 운용지원통합정보시스템(CALS)을 비롯, 휴대정보기기(모빌오피스시스템등) 전자상거래 및 전자결제 가정용 디지털 단말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일본은 그동안 세계최고수준의 물건을 만들면서 기술 및 노하우를표준화해 왔다. 『좋은 물건을 만들면 팔린다』는 장인정신이 결국세계표준화를 이룩하는 원동력이 됐던 것이다. 시장에서의 경쟁력에 의해 결정되는 디 팩토 스탠더드(사실상의 표준화)였다는 얘기다.그러나 최근들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철강연맹이나 시계협회 등이 국제규격제안활동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국제표준화기구(ISO)등에서 관계자들간 조정을 거쳐 작성되는 디주리스탠더드(공적표준)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이 세계표준화부문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