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되어온 것이긴 하지만 새해 들어 부쩍 우리주변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 두가지 있다. 「21세기 원년 문제」와 「Y2K 문제」가 그것.국내외의 여러 언론에서 21세기의 출발은 2001년 1월1일부터라는논리상의 근거를 제시하며 문제제기를 했지만 전세계적인 대세를보면 「2000」이라는 숫자쪽에 보다 큰 무게를 두고 있다. 21세기의 기준과 상관없이 새로운 천년은 우리의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걸쳐 단순한 「이벤트」의 차원을 넘어서 실로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논쟁을 이성과 감성의 대결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21세기 원년에 관한 논란의 발단은 「0」이라는 숫자가 인류 역사에 등장한 시기와 관련된다. 「2001」년을 주장하는 이들의 근거는6세기경 수도사 디오니시우스가 교황 요한 1세의 연대기를 쓰면서B.C.와 A.D.의 분기점인 「예수탄생의 해」를 「그리스도 기원 0년」으로 하지 않고 「그리스도 기원 1년」으로 표기했다는 것. 6세기 유럽에서는 「0」이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인데 「0」이라는개념이 유럽에 정착된 것은 9세기이후 아랍수학이 도입되면서부터이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0년이 없기 때문에 논리상 1세기는 서기 1년부터 100년까지, 20세기는 1901년부터 2000년까지가 되므로21세기는 2001년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와는상관없이 「새 밀레니엄」으로서의 2000년 1월1일을 전후로 미국유럽등 세계 각국에서 성대한 행사와 기획물들을 계획하고 있음을볼 때, 대세에 밀려서라도 우리는 새로운 세기로서의 2000년을 맞이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문제는 1년을 앞뒤로 하는 시기상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의 역사를「밀레니엄」이라는 천년단위의 거시적인 안목으로 돌아보고 앞으로의 천년을 전망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시기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큰 것이다.미국의 피터 드러커는 『새로운 천년은 곧 지식사회 정보화사회이며, 서열과 질서 대신 스피드와 유연성이 강조되는 시대』라고 규정하고 있다. 21세기 정보화사회는 풍부한 상상력과 창조력, 섬세하고 유연한 사고방식, 여성적인 감성등의 특성이 능력을 발휘하는사회로서 공유(共有)와 상생(相生)의 세기가 되어야 한다고 많은이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한편으로 「밀레니엄 버그」 「Y2K」로 불려지는 컴퓨터의 인식문제로 온 세계가 초미의 긴장상태에 있다. 2000년 1월1일이 되면 컴퓨터는 2000년을 뜻하는 「00」년을 2000년이 아닌 1900년으로 인식하면서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그런 면에서 최근 미국의 롱나우재단에서 추진중인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 재단의 시간개념은 보통1000년, 짧아도 100년 단위이며, 1999년을 이곳에서는 「01999」년으로 표기하고 있다. 1만년 앞을 내다보고 인류문명을 구상한다는취지라고 한다. 지금 이 재단에서는 12000년까지 똑딱거리며 견딜수 있는 밀레니엄 시계를 제작중인데 고장날 경우 청동기시대의 원시적인 도구만으로도 고칠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것이다. 이 시계의 설계자는 저명한 컴퓨터 과학자인 대니 힐리스로서 『반도체 기술은 100년안에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그의 말은 새 천년을 눈앞에 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정보화 시대의 총아인 컴퓨터가 가져올 미래의 세계를 아무리 장미빛으로 그린다한들, 과학문명이 앞으로 어떠한 치명적인 우를 범하게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좀 더 겸손한 마음으로 인간 사고의 맹점을 검증하며 반성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