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부인 유혹하는 다양한 방법 소개 ... 바람나기 쉬운 여자 열거
남의 여인과 벌이는 연애가 뜨거운 것이야말로 실로 결혼제도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 청춘 남녀간에 뺏고 뺏기는 스토리는 오히려 순수하게 보이지만 정작 뜨거운 연애는 늘 불륜의 현장에서 벌어진다. 이혼이 보편화되어 있는 사회에서야 별다른 감흥이 없겠지만 엄격한 일부일처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나 일본같은 사회에서는 혼외정사는 곧 불륜으로 되기 때문에 더욱 자극적이다. 이 점은 도덕의 기원을 프로이트적으로 해석할 강력한 근거를 제공한다.도덕과 금기에 대한 도전이 성의 문제와 결합하고 있다는 데서 문학의 풍부한 소재가 끊임 없이 제공된다. 법과 도덕을 배반하지 않고 훌륭한 문학을 쓰고 있는 거의 유일한 부류가 있다면 아마도 러시아 인문주의 문학일 것이다. 서반구의 문학은 거의 전부가 혼외정사를 다루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정신세계에서 거의 독특한 반동양적 사고를 갖고 있는 일본에서 순수미학적 작품의 상당부분도 연애에 바쳐져 있다.인도에서 우리의 주인공인 바짜야나가 남의 부인을 유혹하는 방법에 대해 글을 남기고 있음은 다행스런 일이다. 고금소총류의 이야기야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다. 또 중국에서도 역시 남의 부인을 훔치는 수도 없는 잡설들이 널려 있다. 지나치게 정력을 낭비하고 결국은 죽게 되는 주인공들을 다룬 금병매 역시 이웃집 여인과의 질탕한 연애를 다루고 있는 성애소설이다.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같은 작품은 아래층에 남편이 머물고 있는 동안 이층에서 남편의 친구와 즐기는 부인의 스토리를 기록하고 있다. 일상의 윤리관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이런 스토리들이 결국은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끝없는 원천이다.바짜야나의 「남의 여자 유혹하기」를 읽다보면 그 역시 지독한 남성 편견에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는 『여자는 겉으로는 차갑게 나오지만 결국엔 유혹에 빠지게 된다』고 말한 반면 남자에 대해서는 『남자는 남의 처를 사랑하는 것은 죄악이며 사회의 법과 도덕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끝내는 다른 여자를 거부한다』고 쓰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남의 부인을 유혹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을 줄기차게 서술하고 있다. 쉽게 유혹할 수 있는 여자의 범주를 제시한 것도 역시 지나치게 일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예를 들어 문밖에 자주 나가 서 있는 여자나 베란다나 층계에서 밖을 자주 내다보는 여자가 이런 범주에 속한다. 이웃집에 자주 가는 여자나 적극적인 성격의 여자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 어떻든 필자는 이런 논설을 들을 때마다 『불쌍한 존재여 그대 이름은 남자』라고 중얼거리게 된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