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규 분양만 뜨겁다전매 차익 노려 '너도나도'『기존아파트는 거의 매기가 없어요. (주택 수요자들이)모두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로만 가지 않습니까. 가격도 회복중이라고는 하지만 어디 신규분양만 하겠습니까.』 경기도 파주시에서 크로바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서기완씨의 말이다. 토지나 아파트 거래만으로는 사무실 운영비를 뽑기도 빠듯해 신규분양이 달아오르고 있는 분위기를 쫓아 분양권전매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비록 파주지역의 땅값이 오르고 거래도 어느 정도 이뤄지지만 『신규분양현장을 돌면서 분양권을 전매해 얻는 수익이 더 짭짤하다』는 서씨는 『이제 너나없이 모두 분양권전매쪽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로 주변 중개업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신규분양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면서 나타난 부동산중개업소의 모습이다.지방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대전 둔산신시가지에서 신둔산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황해란사장은 『신규분양으로만 수요자들의 관심이 몰려 있다』며 『청약현장에서 분양권매매를 중개해주려고 아예 사무실을 대규모 APT분양이 예정된 송천·관저·월평지구 등으로 옮기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 남천동 현대부동산의 박시근사장은 『기존 아파트의 경우 거래도 뜸하고 가격도 처져 있지만, 신규분양에는 평균경쟁률 2대 1 정도로 활기있고 거래도 낫다』고 설명했다.이처럼 신규분양의 열기가 뜨거운 것에 대해 중개업자들은 「가수요자들이 분양대열에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내집마련 또는 새집에 대한 수요나 규모를 조정해 이사하려는 실수요자 등이 많이 있다지만 분양열기를 지핀 주된 불씨는 당첨후 분양권을 매매해 차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부산 현대부동산의 박사장은 『서울·수도권의 분양열기가 잇달아 보도되면서 아파트시장이 거의 숨을 죽이다시피 했던 부산지역도 신규분양시장에 열기가 붙는 분위기』라며 『대부분 가수요자들로 실수요자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이처럼 분양권전매를 노린 가수요자들이 신규분양에 가세하면서 실수요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건설업체들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여의도 트럼프월드의 청약신청시 당첨후 계약을 하지않을 경우 신청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고육책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의 이런 움직임과는 무관하게 신규분양에 달려드는 청약대기자들의 열기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TEN 정요한사장은 『지역에 따른 수요자들의 선호도 차이가 심해지면서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신규분양아파트의 청약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급·대형아파트가 뜬다고가라도 희소가치에 투자지난 서울 2차 동시분양에서 롯데건설이 선보인 롯데캐슬 84. 요즘 분양시장에서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고급·대형아파트 분양열기의 「원조」로 거론되는 아파트다. 55평형의 경우 평당분양가가 1천만원이 넘었지만 청약경쟁률 6대 1을 기록하며 완전분양에 성공했다. 게다가 분양후 분양권의 프리미엄이 1억원까지 붙었다는 말마저 돌았다.그후 고급 대형아파트들의 분양이 줄을 이었다. 삼성중공업의 쉐르빌, 대우건설의 트럼프월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가든스위트와 타워팰리스, 대림 아크로빌 등 중대형 고급아파트들이 잇달아 선을 보였거나 조만간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들은 대형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평당분양가가 1천만원대의 고가아파트들이다. 하지만 가격과는 무관하다싶을 정도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지난 서울 5차 동시분양에 나온 삼성물산의 가든스위트나 대우건설의 트럼프월드의 경우 모델하우스에 몰린 인파가 고급·대형아파트에 대한 관심을 확인시켜주기도 했다.이처럼 고급·대형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는 말로 설명한다. 부동산뱅크의 김우희편집장은 『그동안 청약예금 1천5백만원의 통장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아파트공급이 없었던데 따른 잠재수요, IMF이후 금융재테크로 큰돈을 번 사람들이 기존의 중대형아파트와 차별화된 대형신규아파트로 이사하려는 수요, 세제혜택 등에 따른 심리적 부담의 완화』등을 이유로 설명했다. 소형아파트 의무건축비율이 폐지되거나 완화된데다 분양가 자율화로 건축비제한이 없어지면서 대형아파트의 물량을 늘린 건설업체, 분양권전매가 가능해지면서 단기간에 전매차익을 얻으려는 가수요자 등도 고급대형아파트의 분양 열기에 한몫을 했다는 것은 부동산중개업자의 시각이다.여의도 대우 트럼프월드 모델하우스 근처에서 분양권을 전매하는 H부동산의 한모씨는 『일단 분양받고 전매해 차익을 얻으려는 사람들과 2천만∼6천만원에 이르는 프리미엄을 얹어주고서라도 고급·대형아파트를 사두려는 부유층이 열기의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수요자-공급자들 덕에 『분양직후에는 20건 정도의 분양권거래가 이뤄졌으며 요즘도 하루평균 4∼5건씩 거래가 이뤄진다』는게 한씨의 덧붙인 말이다.이처럼 몇천만원의 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고급대형아파트를 사두려는 실수요자에 대해 대우건설 여의도주거복합마케팅팀의 김재윤과장은 『대부분 금융기관 임원, 의사, 변호사, 연예인, 자영업자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분양권매매를 알선해주는 중개업자들은 『세컨드하우스개념으로 투자를 겸해 사두려는 사람들』이라고 수요자들을 밝히고 있다. 강남 등에 기존의 중대형아파트를 갖고 있지만 입주후 실제거주와 고급대형아파트의 희소가치에 대한 투자수익 등을 함께 노리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그래서인지 이들은 『현장을 찾아 분양권을 찾기보다는 전화로 물건을 잡아놓는다』는게 이른바 「떴다방」에서 나오는 말이다. 자신의 신분노출을 꺼려 전화로 원하는 평형 방향의 아파트를 미리 주문해두고 계약이 끝나면 분양권을 산다는 것이다. 대우 트럼프월드 모델하우스근처의 한 분양권알선업자는 『현재 이런 사람들을 위한 물건을 30건정도 잡아놓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수도권 편중 심화미분양 우려 등 지방 외면아파트 신규분양을 중심으로 한 이상열기가 잇달아 언론에 보도되자 서울·수도권만 그런 것이 아니냐는 지방 중개업자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IMF이후 극도로 위축된 주택시장이 아직도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서울·수도권의 과열현상이 보도되지만 「강 건너 남의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더욱 그렇다.경북 구미의 ERA구미부동산서비스 김영모사장은 『지방은 아직 주택시장이 풀리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기존아파트의 경우 IMF전에 비해 가격이 20%정도 떨어진 상태에서 매물도 많이 쌓여있지만 급매물만 간간이 소화되고 있으며, 신규분양시장도 미분양이 되거나 건설업체들이 사업을 미뤄 주택경기가 거의 없다는 것이 김사장의 설명이다. 춘천 반도부동산의 김종대사장도 『거의 전멸』이라는 말로 현지 주택시장을 설명했다. 기존주택의 경우 매물은 많지만 거래가 거의 없고, 신규분양의 경우 건설업체들이 사업을 미룰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다.이처럼 서울·수도권과 지방도시간의 주택경기가 차이가 큰 것에 대해 K사 주택사업부 이모씨는 『투자가치가 있어야 분양경기가 살면서 기존주택도 살아나는데 시세차익이 적어 투자마인드가 없는데다 수요는 한정돼 있어 결국 지방의 주택경기가 침체될 수밖에 없다』는 말로 설명했다. ERA코리아의 강정임실장도 『지방도시들의 주택보급률이 90% 이상이라 그만큼 주택에 대한 신규수요가 적은데다 IMF이후 서울 수도권보다 지방의 구매력이 더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강실장은 또 『지방의 경우 아파트를 사둬도 가격이 오르지 않는데 구태여 집을 사둘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도 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건설업체들도 지방을 외면하기는 마찬가지다. 수도권에서 아파트 분양을 준비하는 P건설 주택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미분양이 나올 게 뻔한데 누가 분양을 하겠느냐. 당연히 건설업체로서는 분양을 연기하거나 사업을 안하려 한다. 하지만 수도권의 경우 아직 가능성이 크다』는 말로 건설업체들의 「지방 외면, 수도권 집중」을 설명했다.수도권의 경우 교통망이 발전하면서 서울접근성이 좋아지고 서울의 경우 지하주차장확보 등으로 공사단가가 평당 10만원이상 비싸져 오히려 수도권지역의 사업이 우선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도권의 경우 상하수도 등의 문제로 2001년까지 신규건설에 대한 인허가가 묶여있어 수요에 비해 공급이 1년정도 차이가 생기고 그만큼 신규분양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주택경기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겉과 속이 다른 분양 결과계약률 저조, 자구책 부심「1백% 완전분양」. 올 들어 분양에 나선 업체들이 청약현장에 인파가 몰리면서 잇달아 광고나 언론 등을 통해 발표한 청약결과다. 끄트머리에는 「성원에 감사드린다」는 말이나 「인기를 확인했다」는 등의 꼬리표까지 붙어 다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사정은 전혀 딴 판이다. 계약률을 보면 완전분양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평균경쟁률 18.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 구리 토평지구의 경우 『초기계약률이 1백%에 달하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현지 부동산업소에서 나오는 말이다. 지난 4월에 경기도 파주 교하지구에서 1백% 분양률을 기록했던 현대산업개발도 『초기계약률은 65% 정도에 불과했다』는 것이 현장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른 곳도 사정은 비슷하다.이처럼 청약결과와 다른 저조한 계약률로 인해 각 건설업체들은 분양이 끝난 후에도 모델하우스나 본사 주택사업부 등에서 분양대행업체를 활용하거나 자체적으로 미계약세대분에 대한 계약을 진행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파주 교하지구에서 분양에 나섰던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지난 5월부터 분양대행업체인 에이스기획에 분양을 의뢰해 미계약분에 대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아파트분양현장에서 이처럼 실제 계약률보다 청약률이 높은 「허수」가 나타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로 민영아파트에 대한 재당첨금지조항이 사실상 폐지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전에는 민영아파트의 경우 규모에 따라 5∼10년간 다른 주택에 당첨된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재당첨금지조항이 있어 일단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당첨된 것으로 간주해 새로운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만큼 청약통장의 가치가 소중했다. 그러나 재당첨금지조항이 없어지면서 언제든지 맘에 드는 아파트가 걸릴 때까지 청약을 할 수 있게된 것이다.이미 당첨된 사실이 있는 사람에 대한 1순위 배제조항이 폐지된 점도 청약률을 「허수」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예전에는 전용면적 18평 이상의 아파트를 한번 분양받은 사람은 영원히 1순위 자격을 부여받지 못함으로써 일단 당첨이 되면 층이나 동 호수 등에 관계없이 계약을 하기 때문에 「청약률=계약률」의 등식이 성립됐었다. 그러나 주택공급규칙의 개정으로 한번 분양받은 사람이라도 청약통장에 재가입하면 2년후 1순위 자격을 가질 수 있게 돼 같은 분양가격을 치르고 좋지 않은 아파트를 분양받아 좋은 층에 당첨된 사람보다 입주후 가격면에서 불리함을 떠안는 것보다는 아예 계약을 포기하고 다음에 기회를 노리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이러한 현상은 실제조사결과로도 나타난다. 주택정보센터에서 지난 4월말 수도권에서 분양에 나선 건설업체들의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층이나 최상층이 중간층에 비해 얼마가 싸더라도 계약을 안하겠다는 수요자들이 18.1%나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이처럼 청약률과 계약률이 차이를 보이면서 건설업체들도 자구책마련에 나섰다.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 1층이나 최상층 등 비인기층에 대한 배려다. 1층의 독립된 현관이나 정원제공, 최상층의 다락방설치 등이 흔히 활용되는 기법이다. 최근에는 비인기층의 분양가를 낮춰서 비인기층 입주자가 로열층에 당첨됐을 경우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데에 따른 금액을 보전해주거나 아예 1층을 빈공간으로 두고 2층부터 집을 짓는 필로티공법으로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례마저 선을 보였다. 문래동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는 LG건설의 한 관계자는 『저층의 경우 프라이버시문제에 예민해 단지내 조성되는 공원에 인접한 3개동의 경우 1층을 아예 없앤 필로티공법으로 지어 개방감을 넓히고 계약률제고를 노렸다』며 『필로티공법으로 인해 서비스공간이 늘어나 (수요자들로부터)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마케팅으로 계약률을 높이는 방법도 효과를 보고 있다. 얼마전 안산 고잔지구에서 분양에 나섰던 대우건설의 경우 철저한 시장조사와 마케팅으로 1백70%의 청약률에 초기계약률 89%를 기록하며 부동산업계를 놀래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