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이 솟구쳐 멋진 포즈를 취한다. 그 다음은 반대편에서 3백60도 회전을 완벽하게 연출하고 다시 맞은편에서 난간타기를 선보인다.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벌린 입을 다물 줄 모른다.지난 12월 29일 오후 3시.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 경기장 옆에 마련된 X게임 경기장에는 제법 쌀쌀한 날씨였지만 추위를 느낄 새가없었다. 숨가쁘게 경기장 여기저기를 누비는 스케이트 보더, 멋진회전 후 다음 도약을 위해 숨을 고르는 인라인스케이터, 이를 지켜보는 구경꾼들의 박수갈채가 어우러져 뜨거운 열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이들이 즐기고 있는 것은 전세계의 신세대들이 열광하고 있는 바로「익스트림(Extreme) 스포츠」. 일명 X게임으로 불리는 최신 레포츠다. X게임의 기원은 1970년대 스케이트보드와 롤러스케이트 등 도시속의 청소년 놀이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이 1990년대 들어 기존에 있어왔던 어떠한 운동보다 스피디하고 역동적이며 또한 위험한스포츠로 발전,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X게임은 스케이트보딩, 인라인스케이팅, 바이시클스턴트, 스트리트루지, 맨발수상스키, 번지점프, 스카이서핑, 스포츠클라이밍 등을총칭한다. 이중 백미는 3B로 불리는 인라인스케이트(InlineSkating:Blade), 스케이트보딩(Skate Bording), 바이시클스턴트(Bycicle Stunt).흔히 롤러브레이드라고 불리는 인라인스케이트는 X게임의 대표적인종목이다. 롤러브레이드는 인라인스케이트를 초기에 생산한 업체의브랜드명이다. 인라인스케이팅은 높낮이가 다른 파이프 위를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내려오면서 묘기를 부리는 것. 계단의 난간을 타고내려오는 「그라인드」와 공중점프묘기인 「에어」가 대표적 기술이다. 특히 시드니올릭픽에서는 시범종목으로 채택돼 그 인기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화끈한 스피드가 매력스케이트보딩은 X게임 종목 중 가장 오래됐다. 수상에서 하는 웨이크보딩과 겨울철 스키대용으로 떠오른 스노보딩도 스케이트보딩에서유래했다. 국내에도 1970년대 도입돼 꾸준히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다.보통 BMX로 불리는 바이시클스턴트는 3B중 가장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1970년대 초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겨났다. 영화 ET에서남자주인공이 ET와 함께 산악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계기로 미국 전역에 급속히 전파됐다.X게임은 도전과 모험을 상징한다. 짧지만 화끈한 스피드는 신세대들이 X게임에 열광하게 하는 제1요소다. 허공에 몸을 싣기 위해 5∼6m의 도약대를 미끄러져 가는 순간속도는 시속 1백여Km에 육박할 정도로 파괴적이다. 도약대의 높이와 각도에 따라 체감속도는 더 빨라진다. 이색적인 동작과 난이도를 가지고 자기만의 기술을 표현할 수있다는 점도 신세대들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진다. 원통을 반으로 자른 하프 파이프, 경사진 벽 등의 시설물을 마음내키는 대로 혼합해코스를 만든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 다른 수백가지의 코스를 조합할 수 있다. 독특한 기술을 익히려고 하루에 몇시간씩 땀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이라 쉽게 몰입할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관중들도 선수를 제대로 포착조차 할 수도 없을 만큼의 폭발적인 속도감에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으므로스포츠의 맹점인 지루함을 극복할 수 있다.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이 X게임은 유별난 젊은이들의 광기로 치부되고 스포츠광들이나 즐기는 「그들만의 스포츠」였다. 하지만 지난 1993년부터 X게임 공식대회가 매년 열리면서일대 전환점을 맞이했다. 경기가 거듭될 수록 새 기술, 새 종목이추가되고 있으며 1997년부터는 겨울철 종목만 따로 모은 동계X게임까지 열리고 있다. 현재 매년 열리는 국제대회는 세계대회와 전미대회, 아시아대회 등이 있다.X게임의 인기에 한 몫한 것으로 ESPN의 경기중계를 빼놓을 수 없다.세계적인 스포츠 채널인 ESPN은 1995년부터 X게임을 수시로 방영하고 있다. ESPN 인터넷(http://espn.go.com)도 X게임의 유명선수와이벤트를 소개하는 코너를 따로 마련할 정도로 정도로 비중을 두고있다. ESPN의 화려한 영상은 신세대들의 모방심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문제아들의 시시껄렁한 장난으로 비춰지던 X게임이 TV방송의 후광을 등에 업고 전세계의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종주국인 미국의 경우 이미 그 인기는 기존의 야구나 농구를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한양대 체육학과 윤정현교수는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도전심리가내재돼 있는데 젊을수록 지적인 도전보다는 육체적인 도전을 즐긴다』며 『지적이든 육체적이든, 또 도전이 성취되든 안되든 도전은 자아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존중된다』고 말했다.국내에도 X게임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인라인스케이트는 이미10만여명이 즐길 정도로 신세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추정되는 마니아만도 1천여명이 넘는다. 선수급은 약50여명. 각각 1천여명, 1백여명의 마니아를 두고 있는 스케이트 보딩과 바이시클 스턴트도 그 저변을 점점 넓히고 있다.마니아수의 급증에 따라 이를 즐길 수 있는 경기장도 속속 개장되고있다. 1998년 3월 경기도 용인시에 BMX전용 「성도월드」, 작년 8월에는 경기도 고양시에 「익스트림 스포츠 파크」가 문을 열었다. 작년 11월에는 국제대회도 유치할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하는 「X게임전용 경기장」이 올릭픽 공원에 들어섰다. (주)한국스포츠TV사업팀이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지원을 받아 건설한 X게임 전용 경기장은 3백여평에 이르는 넓이에 우레탄 바닥을 깔고 하프파이프, 쿼터파이프, 펀박스, 박스점프 등 10개의 램프를 설치, 국제대회를 치러도손색없을 정도다. 그동안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 일산 호수공원등에서 위험부담을 안고 연습했던 마니아들이 더 이상 일반인들의눈총을 받지 않고 기술을 연마할 수 있게 됐다.◆ 매달 1개이상 대회 개최스포츠TV의 원종현씨는 『앞으로 인공암장 등 시설을 보강해 X게임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2∼3년 내 아시아 X게임을 국내에 유치하겠다』며 『올 2월부터 매달 1개이상의 대회를 주최할 계획』이라밝혔다. 제1회 한국X게임오픈대회는 올 2월 26일부터 이틀간 열릴예정이다. X게임 마니아들은 이제 동호인 모임 수준을 벗어나 장비를 지원하는 스폰서를 둘 정도로 발전했다. 아시아 X게임에 참가했던 소위 「고수」들은 소속사의 지원을 받으며 기술을 연마하고 있다. 아직은 장비 정도만을 지원받는 수준이지만 시드니 올림픽에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인라인스케이팅의 경우는 각 스포츠사들이 스폰서를 자청하고 있고 조만간 세미프로의 탄생을 기대할 정도다. 「팀에어99」 소속으로 하루 4∼5시간씩 연습한다는 이경준(21)씨는 『X게임의 최고 매력은 도전, 죽어라 연습한 기술이 성공할 때가 가장행복하다』며 『국내 최초의 인라인스케이팅 프로선수가 목표』라말했다.국내 선수들의 수준은 스포츠클라이밍을 제외하고는 아직 세계대회에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1998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동계 X게임에서 은메달을 딸 정도로 최정상급이다.이에 반해 3B종목 등은 이력이 짧은 편이다.올해부터 국내 스포츠용품 제조사들이 X게임용품 제작에 본격적으로뛰어들 전망이다. 이미 레저용인 휘트니스용품을 생산하고 있는 인성스포츠, 성호실업 등은 경기용인 어그레시브용품 제작을 계획하고있다. 업계관계자는 『현재 경기용은 전량 수입되고 있으나 국내 대회가 활성화되고 선수 증가추세가 가속화되면 이를 생산하기 위한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 밝혔다.신세대의 극한 스포츠로만 여겨지던 X게임이 이제 화려한 날개짓을시작했다.★ X게임이란극한의 스포츠를 의미하는 익스트림게임(Extreme Game)의 약자. 청소년을 중심으로 발전돼온 것으로 신체부상, 심지어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갖가지 묘기를 펼치는 레저스포츠를 의미한다. 인라인스케이트 스케이트보드 바이시클스턴트 스포츠클라이밍 스카이서핑스노보드 번지점프 스트리트루지(누워서 달리는 썰매의 일종) 웨이크보드(트릭스키의 일종) 등이 대표적 종목으로 꼽힌다. 1993년 세계적인 스포츠전문 케이블TV인 ESPN이 「X게임」이란 타이틀로 대회를 개최하면서 X게임이 체계화됐다. 199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열린 세계대회에는 무려 20만명이 몰리는 성황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