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맛' 즐기는 직장인들이 단골 … 깔끔한 인테리어도 성공 한몫

호남지방 잔칫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 코끝이 얼얼할 만큼 톡 쏘는 맛, 탁주와 잘 어울리는 안주. 바로 홍어다. 가장 서민적인 음식중 하나이면서 최근 값이 크게 올라 선뜻 접하기 어려워진 고급 음식이기도 하다.서울 중계동의 ‘홍어와 탁주’는 상호 그대로 홍어와 탁주만을 취급하는 곳이다. 지난해 7월 개업한 후 40대 이상 중장년층 사이에서 은근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은행 학교 병원 등에 근무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즐겨 찾습니다.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그 맛에 중독이 되면 자연스레 단골이 되지요. 저 역시 10여년전 홍어 맛을 본 이후로 열렬한 팬이 됐습니다.”윤영중 사장(40)은 지난 88년부터 11년간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했던 영업맨 출신이다. 평소 낚시와 요리를 즐기며 음식관련 창업을 준비하던 그는 지난해 초 친지로부터 ‘홍어’를 창업 아이템으로 추천받았다. 흔한 음식이 아니라 창업 아이템으로선 다소 생소했지만 소비층이 의외로 두텁고 경쟁업체가 드물다는 점이 그의 마음을 끌었다. 게다가 윤사장 스스로 무척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점도 흥미를 돋웠다. 결국 11년간 갈고 닦은 영업력을 ‘홍어와 탁주’에서 발휘하기로 마음을 먹었다.“삭힌 홍어는 그 맛을 아는 사람만 즐깁니다.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독특한 냄새에 기겁을 하죠. 또 홍어집 하면 지저분한 대포집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고객을 다양하게 끌어들일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고 점포를 현대식 인테리어로 꾸미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식당으로 쓰던 10평짜리 점포를 인수해 도배를 하고 조명을 밝게 바꿨다. 단체 고객이 앉을 수 있는 방을 만들고 식탁과 의자도 새 것으로 장만했다. ‘입심 좋은 할머니가 부업거리로 운영하는 대포집’이라는 인식을 깨고 깔끔한 일식집 분위기가 나도록 꾸몄다.개업한 후 고객이 하나 둘씩 찾아 들기 시작했다.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상가 2층에 점포를 구했지만 인근 금융기관, 관공서 등에서 중년 고객들이 알음알음 찾아오고 있다. 점포가 자리잡은 곳은 ‘은행사거리’라고 불리는 중심상업지구로 중장년층 직장인이 많아 금상첨화다.“홍어를 먹으러 온 고객들이 개업 잘 했다고 하면서 좋아합니다. 맘 편하게 한잔할 수 있는 주점이 생겼다며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하기도 하지요. 고객들이 과음하지 않고 점잖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술주정이나 싸움은 절대 없어요.”◆ 배달 주문도 많아 수입 짭짤창업과 동시에 윤사장은 홍보에 남다른 열을 올렸다. 개업 전후에는 한달 평균 1백만원씩 홍보비로 지출했다. 생활정보지와 지역광고책자 등 노원구 아파트 주민들이 자주 보는 모든 매체에 광고를 내고 전단지를 뿌렸다. 덕분에 총 매출에서 배달이 차지하는 비율이 30%까지 치솟았다. 요즘에도 한달 평균 50만원 정도는 홍보비로 떼놓는다.또 삭힌 홍어를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냄새가 없는 홍어회무침도 선보였다. 이 메뉴는 결혼잔치, 회갑연 등에서 단체로 주문하는 등 인기가 높다.윤사장이 ‘홍어와 탁주’를 개업하는 데 들인 자금은 총 2천만원. 임대료와 가맹비, 초도 물품비 등을 합한 금액이다. 매출은 하루 평균 30만~40만원 선으로 한달이면 4백만원 정도가 순이익으로 남는다. 투자비용에 비해 수익이 높은 셈.하루 종일 매달려야 하는 식당과 달리 윤사장의 점포는 오후 3시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6시쯤부터 본격적으로 고객이 들기 시작해 새벽 2시 정도까지 이어진다.“낮시간을 여유있게 활용할 수 있어 늦은 밤의 영업도 견딜만 합니다. 또 체인 본사에서 홍어를 공급해 주기 때문에 주방에서는 손질만 하면 됩니다. 주방장을 따로 쓰지 않아도 되니 인건비가 절감되고 장사하기도 편하지요.”직접 시장을 봐야 하는 건 야채류뿐이다. 나머지는 체인본사에서 일괄 공급받을 수 있으니 문제가 없다.홍어전문점은 전형적인 신토불이형 업종이다. 잘 삭혀 알싸하고 톡 쏘는 맛에 향수를 느끼는 중장년층이 주된 소비층. 삭힌 홍어회를 비롯해 찜, 무침, 탕 등 대여섯 가지 메뉴를 취급한다. 가격은 회와 찜이 1만5천원, 비싸도 2만원을 넘지 않는다. 한 마리에 1백만원을 호가하는 국산 홍어 대신 수입산을 쓰기 때문에 가능한 가격이다.홍어는 김치나 된장처럼 발효시킨 음식이어서 한번 맛보면 계속 먹고 싶어지는 특징이 있다. 맛들이는 순간 쉽게 끊지 못하는 중독성 때문에 홍어전문점에는 단골손님이 많다.홍어전문점은 사무실 밀집지, 재래시장에 자리잡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하지만 ‘맛으로 승부하겠다’고 나섰다면 주택가 이면도로도 상관없다. 음식점 사업의 성패는 어차피 ‘맛’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예전과 달리 영업 원칙만은 지켜야 성공을 앞당길 수 있다. 비위생적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복장, 점포 인테리어 등을 최대한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 또 보다 많은 단골을 확보하기 위해 홍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먼 거리라도 마다않는 배달 시스템, 대량 주문을 유도하는 홍보 전략도 잊어서는 안된다. (02)3471-1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