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227호 (2000년 04월 10일)

M&A 태풍상륙 "어이! 같이 살자"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7

올 한해 인터넷업체를 필두로 한 벤처기업과 금융업계, 정보통신업체 등의 주변에서 떠나지 않을 화두가 있다면 역시 M&A(Merging & Aquisition·기업인수합병)가 될 것이다.

IMF이후 지난해 말까지 국내의 이른바 구경제기업들 사이에서 이뤄진 M&A는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 차원의 것들이었다. ‘빅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강요된 거래였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M&A의 규모와 범위는 이전의 것과 다르다.

자동차, 화학, 은행 등 구경제기업들이 주도해온 동종업계간 M&A는 이제 업종을 넘어서, 신경제기업과 구경제기업의 범위를 넘어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AOL의 타임워너 합병사례에서 보듯 10년 남짓한 신기업이 50, 60년된 구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보기드문 일은 아니다.

예전에는 우호적(tender bid)이냐 적대적(hostile bid)냐만 따졌지만 이제는 전략적 제휴와 합작투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M&A가 결국은 하나의 동인에 의해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현상이다. 글로벌 경쟁 격화와 정보기술 혁명구조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거나(구경제기업) 인터넷으로 단일화된 글로벌시장에서 정보기술시장의 주도력을 높이기 위한(신경제기업) 것이다.

결국 아날로그시대에 산업계를 풍미했던 전통적인 ‘규모의 경제’논리가 디지털경제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여러 산업분야 가운데서도 M&A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세계는 물론 국내에서도 역시 인터넷기업을 주축으로 한 정보통신산업이다.

인터넷통신서비스 선두업체인 새롬기술이 콘텐츠 확보를 위해 포털업체인 네이버를 흡수합병한 것이 대표적이다. 포털업체와 통신사업자, 망사업자와 콘텐츠업체 미디어업체간의 인수합병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적대적 M&A시도가 벌어졌던 골드뱅크도 1세대 인터넷업체이다.

인터넷기업을 주축으로 정보통신분야 벤처기업 사이의 M&A가 활발한 것은 무엇보다도 ‘선점효과’ 때문이다.

이미 국내 인터넷업체수는 4천개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선점효과가 절대적인 인터넷산업에서는 초기단계인 진입단계를 지나 생존단계와 성장단계로 들어서면 시장지배력이 낮은 업체들은 탈락하고 선두업체의 주도력은 더욱 강해진다. 또 사업규모가 커질수록 수익도 빠르게 증가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용하는 곳도 인터넷업계이다. 따라서 M&A의 고전적 효과인 시너지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대규모포털인 AOL이 콘텐츠 보완을 위해 타임워너를 인수합병한 것이 이것을 노린 것이다.

20, 30대 창업자들이 CEO의 주류를 이루는 국내 벤처업체들이 시장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경영권에 집착하지 않는 경향도 M&A의 저변을 넓히는 기반이다. 소액지분을 갖고도 절대적 경영권을 행사해온 기존의 재벌계열 대기업과 다른 점이다.

구경제기업의 신경제기업 인수도 신경제기업을 둘러싼 M&A의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정보통신분야가 21세기 생존조건이기는 해도 구경제기업이 핵심역량을 포기하고 정보통신, 인터넷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많은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 이럴 경우 차라리 신경제 분야에 앞서 진출해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비용효과 측면에서 유리하다. 홈쇼핑업체인 삼구쇼핑을 인수한 제일제당의 경우 자회사인 택배업체와의 시너지효과를 통해 전자상거래시장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지분출자 형식의 제휴결합 방식으로 구경제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도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목격할 수 있는 트렌드이다.

텐트생산업체인 진웅은 인터넷폰기업인 웹투폰에 지분출자 형식으로 참여함으로써 단시일내 10배 이상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이 기업가치의 잣대로 평가받는 트렌드를 대입한다면 이 구경제기업은 신경제기업에의 지분출자만으로 기업가치를 크게 높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구경제기업끼리의 M&A 역시 또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자동차 화학 금융업계 등 세계 주요기업들 사이에 진행되는 M&A가 산업의 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금융업 분야는 M&A를 통한 대형화와 종합금융화가 세계적 패션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의 금융기관들이 합병에 합병을 거듭, 자산규모 순위가 거의 매달 바뀌는 형국이다.

지난해 미국계 뱅커스트러스트를 인수, 자산규모 세계 1위가 된 도이체방크가 또다시 드레스드너방크와 합병키로 한 것이 이 흐름을 대변한다. 유럽 금융기관들도 소규모 금융기관이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세계 경쟁에 대비, 국내 1위와 2위가 합병하는 슈퍼머저를 진행하고 있다. 스위스 UBS와 스위스은행의 합병이 그랬고 프랑스 파리국립은행과 파리바은행, 소시에테제네럴의 합병도 같은 맥락이었다. 미국의 시티그룹은 트래블러스그룹과 합병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상품의 원스톱쇼핑 금융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도 결국은 “겸업화와 종합금융화, 전자금융화의 추세속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삼성경제연구소 유용주 수석연구원은 전망했다.

자동차업계도 메가머저의 강풍이 불고 있다. 대우자동차를 놓고 GM 포드를 비롯, 현대자동차까지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가 인수전에 나서고 있다. GM을 비롯해 포드, 다임러벤츠, 폴크스바겐 등 대형자동차업체들이 먼저 몸집불리기를 위한 M&A에 앞장서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 11개사 체제를 유지했던 일본 자동차회사는 이미 대부분 외국회사가 대주주가 됐고 도요타와 혼다만이 순수일본업체로 남아 있다. 전세계 화학업체에도 대형 M&A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갈수록 높아지는 마케팅 비용과 R&D 비용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올 1월에는 글락소웰컴과 스미스클라인 비첨이 1천50백30억달러 규모의 거래를 통해 합병하면서 세계 최대의 제약회사를 탄생시켰다. 이에 뒤질세라 비아그라로 유명한 화이자도 워너램버트사와 8백50억달러 규모의 M&A를 단행했다. 전세계 제약시장은 1위업체의 시장점유율이 7% 정도로 다른 산업보다 분화돼 있어 대형 M&A가 잇따를 전망이다. 구멍가게식 제약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국내 제약업계로서는 국내시장 지키기도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 경쟁력 높이고 자원 효율적 분배 ‘긍정적’

최근 국내외에서 진행되는 M&A는 전통적인 현금지급방식보다는 지분교환(Equity Swap)형태가 많다. “전형적인 인수합병의 성격보다는 지분교환을 통한 동업자적인 제휴형식이 국내 기업의 현실과 정서에 더 맞는 것 같다”고 윤영각 삼정컨설팅그룹대표는 설명한다.

지분교환 형식으로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말 포항제철이 신세기통신의 지분 27.6%를 SK텔레콤에 넘기면서 대신 SK텔레콤의 지분 6.5%를 받은 것이다. SK텔레콤은 IMT-2000사업권 획득이라는 전략목표의 달성을 위해 현금대신 지분 일부를 포철과 교환함으로써 M&A를 성사시켰다.

아직 이렇다할 메가머저가 없는 국내 산업계도 올해는 IMT-2000사업 및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정보통신업계 및 금융계를 중심으로 한 대형M&A가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중 아시아지역으로 유입된 M&A자금의 절반 이상이 한국에 들어왔다.

골드만삭스 증권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 ‘포트폴리오전략’을 통해 올해 한국 등 아시아지역에서 M&A가 활성화될 이유로 다섯가지를 꼽았다. 첫째, 외국기업 진출과 인터넷에 의한 경쟁격화 둘째, 기업의 비핵심역량을 처분하라는 정부와 사회적 압력 셋째, 기업인수가 가능한 풍부한 유동성 넷째, 미디어 통신 기술기업간 통합추세 다섯째, 다국적기업에 의한 아시아 지역에의 관심 증가 등을 꼽았다.

기업경영에서 경영권을 중시해온 국내에서는 M&A에 대해서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초대형 M&A의 산실인 미국에서도 FTC(공정거래위원회)등의 반독점에 대한 자세는 종종 일부 M&A시도에 제동을 걸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경제나 금융측면에서 사실 긍정적인 요인이 훨씬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글로벌경쟁이 격화되는 환경에서 경쟁력을 높이는데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 측면에서도 그렇다. 더구나 인력과 기술이 제한된 우리나라에서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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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