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227호 (2000년 04월 10일)

인터넷사업 성패 좌우… '따면' 대박·'못따면' 쪽박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7

지난 99년10월13일 미국 프라이스라인(www.priceline.com)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국 소프트웨어업계의 거인인 마이크로소프트(MS·www. microsoft.com)사를 제소했다. MS사가 자사의 비즈니스방법인 `‘호텔예약 역경매서비스’를 복제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며칠 후에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업체인 아마존(www.amazon.com)에서 자사의 인터넷쇼핑 관련특허인 ‘`원클릭 온라인쇼핑’을 모방했다는 이유로 경쟁사인 미국 최대의 서점체인 반스 앤드 노블(Barnes & Noble, www.barnesandnoble.com)사를 제소했다.

불과 며칠 간격으로 벌어진 일련의 소송들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비즈니스모델(BM) 관련 특허분쟁이라는 유례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송들은 “BM특허 전쟁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대식 특허청 컴퓨터심사담당관의 말이다. “현재 출원 중인 비즈니스모델 특허가 쏟아져 나오는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는 국내에서도 특허분쟁이 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 프라이스라인·아마존 ‘BM 소송’ 발단

그동안 국내에서는 물론 미국과 일본에서도 ‘비즈니스 모델은 특허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졌다. 비록 특허로 출원해 심사를 통과했더라도, 권리행사시에 법적인 제재를 받아 무효가 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98년7월, 미국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SSB, www.statestreet.com)사건’에 대한 판결이 상황을 바꿔 놓았다. 연방법원(CAFC)이 금융서비스회사인 시그너처 파이낸셜 그룹(SFG·www.siglease. com)이 보유한 금융서비스상품에 관한 BM 특허에 대해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세계 최대의 자산관리은행인 SSB가 SFG의 금융상품을 이용하기 위해 추진중이던 라이선스 계약협상이 결렬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지방법원에서는 SSB가 승소했지만 연방법원은 SFG가 개발한 뮤추얼펀드의 투자관리 시스템이 `‘구체적이고(concrete) 실제적인(tangible)’ 결과를 가져온다면 특허 성립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을 계기로 미국 기업들의 비즈니스모델 특허 출원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 미국 지난해 1천건 이상 등록

지난 99년에만 미국에서 1천건 이상의 BM 특허가 등록됐을 정도다. 이제는 비즈니스모델 특허 여부가 사업성패를 가를 만큼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본에서도 지난 2월 스미토모 은행이 출원한 ‘기업이 고객 입금을 확인할 수 있는 자동조회시스템’이 특허등록을 획득하면서 BM 특허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특히 일본 특허청이 “인터넷에서 유통되고 있는 음악·영화의 온라인 공급기법과 전자상거래 방법 등 독창성있는 기술 및 아이디어에 특허를 확대 인정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을 검토중”이라는 발표를 내놓으면서 열기는 점점 더해지고 있다.

BM특허는 다른 기술 특허와는 달리 경쟁업자가 특허내용을 회피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기술 특허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종전의 기술적인 연구에 대한 특허의 경우 타사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회피하는 방법이 가능했다. 따라서 BM특허의 경우 후발업체들은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든가 아예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 결국 특허가 하나의 진입장벽이 된다는 얘기다.

반면 인터넷 비즈니스의 속성상 비즈니스 아이디어는 쉽게 모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특허로서 획득하지 않으면 결국 자본이나 시장지배력이 우수한 후발업체에 시장이 잠식될 가능성이 아주 높게 된다.

다래특허법률사무소 조용식 변호사는 “특허를 획득한 쪽이 공개하지 않고있다가 후발업체가 성공을 거둔 뒤에 특허권을 제시하고 그간의 영업수익과 부당이익 환수를 요구해 이익을 모두 거둬가는‘잠수함수법’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BM특허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자유기업원 김정호 법경제실장은 “BM특허는 특허의 본래 목적인 발명을 촉진하기보다는 심각한 독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도메인 선점 경쟁처럼 낭비적인 경쟁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후발업체, 사업 포기 사태 벌어질 수도

그러나 BM특허가 국제적 추세인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없을 때 야기될 수 있는 무역분쟁과 금전적 손실은 무시할 수 없다. 이미 미국 일본 등 선진국가들은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를 통해 BM에 대한 특허를 국제 규범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국업체의 국내 BM 특허 출원도 급증하고 있다. 프라이스라인의 경우 지난해 국내 특허청에도 역경매방식의 BM특허를 출원했다. 만약 프라이스라인이 특허를 획득한다면 국내 10여개 역경매업체들이 특허침해 소송을 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십명의 특허전문 변호사를 2∼4개월간 한국에 보내 전자상거래 시장을 조사하는 업체들도 있다. 따라서 이들이 국내 인터넷 업체들을 대상으로 대량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벤처법률지원센터 배재광 소장은 “본격적인 BM 특허분쟁이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며 “아직까지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업체들은 소송이 들어온 뒤에야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BM 특허는 국지적인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내 심사 기준 ‘엄격’

국내업체들의 BM특허출원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허청과 관련 변리사 업계에 따르면 BM모델과 관련된 특허 출원은 올들어 3월29일 현재 5백여건으로 지난 한해 전체 5백13건에 육박하고 있다. 외국인 또는 외국업체의 특허 출원을 포함할 경우 올 연말까지는 2천∼3천여건의 BM관련 특허가 출원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특허청은 BM이 특허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컴퓨터, 통신, 인터넷 기술을 기초로 아이디어(영업방식)와 시계열적인 데이터 처리과정, 데이터 구조 및 속성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BM과 프로세스모델, 데이터모델이 적절히 결합했을 때만이 특허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터넷 사업아이디어(비즈니스내용)와 오프라인의 마케팅·영업분야까지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허청 이은철 심사관은 “ BM 특허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국내 업체들이 선진 기술을 비켜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는 특허청의 BM 심사기준에 많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특허청이 기존의 불분명한 규정을 구체화하고 미국 등의 특허 사례를 추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오는 8월부터 시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미 특허청 심사관과 교수 변리사 연구원 등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국내외 사례 및 판례 분석을 마치고 7월 공청회를 열어 최종 확정키로 했다.

또 하반기중 특허법 시행령을 개정해 우선심사 대상에 BM 등과 관련된 전자상거래 특허출원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이 경우 BM 특허출원인이 기술 조기공개와 우선심사를 청구하면 심사기간이 24개월 안팎에서 15개월로 줄어들게 된다.

★ BM(Business Model) 특허

BM이란 글자그대로 사업을 하는 방식 또는 사업아이디어를 말한다. 따라서 BM특허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전통적인 특허제도와 다를 바 없다. 다만 물리적인 장치나 공정으로 드러난 아이디어만 보호의 대상으로 삼는 기존의 특허와는 달리 사업 아이디어나 경제법칙 등도 보호대상이 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용과는 달리 단순한 아이디어만으로는 특허를 취득하기 어렵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추상적인 아이디어에 데이터 처리흐름을 보여주는 프로세스모델(작업공정)과 데이터의 집합 및 속성을 나타내는 데이터모델(데이터베이스) 등 기술적 내용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특허로 인정된다.

★ BM특허 확인 방법

국내 특허는 www.kipris.or.kr, 미국 특허는 www.uspto.gov/patft 또는 www. patents.ibm.com에서 검색하면 알 수 있다. 일본 특허는 www.japio.or.jp에서 확인하면 된다. 그러나 특허 출원은 1년6개월간은 비밀로 유지되기 때문에 출원된 특허라도 검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 BM특허 취득 전략

아이디어단계에서 “바로 특허출원 하라”

미국 등 인터넷선진국의 기업들이 많은 BM특허를 이미 선점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의 기업들이 넓은 권리범위를 가지는 BM특허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구체적인 아이디어단계’에서 바로 특허출원을 할 필요가 있다. 국내특허법상 동일한 발명이 동시에 둘 이상 출원된 경우 먼저 출원한 사람만이 특허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구체적인 아이디어단계에서는 개시하지 않은 여러 새로운 개념들이 추가될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아이디어단계에서 먼저 출원한 후 최초 출원일로부터 1년 이내에 개량된 내용을 추가하면서 우선권 주장 출원을 하면 효과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둘째, 넓은 개념의 비즈니스모델 뿐만 아니라 요소기술 또는 요소기능에 대한 특허출원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넓은 개념의 비즈니스모델은 이미 미국 등의 업체들이 특허등록 받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내에서 특허를 받을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오히려 인터넷 비즈니스의 후발주자인 국내의 입장에서는 웹사이트의 편의성 및 유용성을 제공하는 요소 기술 기능 등에 초점을 맞추어 특허출원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일 수 있다.

이러한 특허전략은 아마존사의 경우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반즈앤노블사를 상대로 침해를 주장한 아마존사의 특허는 아마존사가 서비스하는 인터넷을 통한 서적판매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상품 구매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요소기술인 원클릭 쇼핑방법에 관한 것이다.

셋째, 진보성이 인정될 수 있도록 이미 공개된 내용과 자신의 비즈니스모델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중반에 인터넷 비즈니스모델을 구현한 경우에는 특허출원전에 공개된 자료가 거의 없었기에 신규성이나 진보성이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사한 개념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진보성이 없다는 이유로 특허를 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따라서 BM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기존의 웹사이트와 구별되는 자신만의 프로세스를 강조해 특허출원을 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자신의 서비스에만 있는 독창적인 내용이 가미된다면 훨씬 좋은 특허출원이 될 수 있다.

넷째, 오프라인에서 행해졌던 비즈니스를 온라인에서 수행하는 경우에는 온라인 비즈니스의 특징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기업간 전자상거래(BtoB)와 같이 오프라인에서 행해지는 비즈니스를 인터넷과 같은 온라인으로 옮기는 비즈니스 모델의 특허출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 경우 오프라인에서는 행해지지 않지만, 온라인에서 수행되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기재할 필요가 있다. 단지 오프라인에서 수행된 비즈니스를 온라인으로 옮겼을 뿐인 경우에는 진보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섯째 기술개발과 더불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들이 창출되는 경우 비즈니스적인 요소와 기술적인 요소를 모두 포함해 특허출원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막연한 비즈니스 아이디어에 구체성을 더하여 유효한 특허로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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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