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대주주라 해도 대표이사나 이사를 맡지 않은 회사의 경영에는 일체 간섭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또 그룹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경영자협의회를 해체하고, 이사회와 이사회에서 승인된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체제를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 회장’ 직함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정몽헌 현대 회장은 3월31일 서울 계동 사옥에서 이같은 내용의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을 골자로 한 ‘현대 21세기 발전전략’을 발표했다.정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최근 있었던 일련의 인사 파동과 관련 “정몽구 회장과는 서로 잘 돕고 있으나 실무진들이 혼선을 야기했다”고 해명했다.정주영 명예회장은 현대건설 현대중공업 현대아산 등 3개사, 정몽헌 회장은 현대건설 현대전자 현대종합상사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정보기술 현대아산 등 6개사, 정몽구 현대자동차회장은 현대자동차 현대정공 기아자동차 현대석유화학 현대캐피탈 등 5개사에 이사로 등재돼 있다.정몽헌 회장은 “현대 회장은 대내외적으로 계열 기업을 대표하고 회사간의 업무 조정이나 발전방향에 대한 업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그룹 회장인 ‘현대 회장’제를 그대로 존속시킬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그룹 오너의 역할과 독립경영 방침간의 모순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정몽헌 회장은 이와 함께 구조조정 위원회 해체문제와 관련, “자동차소그룹 계열분리, 철도차량 석유화학 항공분야의 구조조정이 끝나는 대로 해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8개 계열사에서 실시한 과반수 사외이사 구성을 전 계열사로 확대하고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외이사를 선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몽헌회장 기자회견 일문일답정회장은 현대상선 대주주고, 현대상선은 증권 대주주다. 자율 경영이 가능할까=상선 지분이 있으니 당연히 그 권리는 인정받는다. 그러나 이번에 상선 이사회 의장을 사임했고 경영진이 자율적으로 끌어갈 수 있다고 본다.정몽구 회장과의 관계는=이번 파동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켰으나 항상 모든 것을 긴밀히 협조해왔다.공식 직함이 경영자협의회장이었는데 이를 해체하면 그룹 회장직을 어떻게 유지하나=아직 마땅한 명칭을 찾지 못했다. 명칭이 아니라 계열사간 업무 조정과 협의라는 기능이 중요하다.정주영 명예회장의 역할과 지분처리는=본인의 지분만큼 권한을 행사할 것이다. 이번 인사에 관여한 것으로 비춰졌는데 앞으로도 창업자로서 옳은 결정을 내릴 것으로 믿고 조언을 구하겠다.금융계열사 경영권은=이번에 오해가 있었지만 경영권은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행사하는 것일 뿐이다.대우차 인수를 그룹 차원에서 지원하는지=자동차부문이 분리되면 지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구조조정본부가 해체되는 정확한 시기는=유화, 항공, 철도차량 등 구조조정이 다 매듭지어지지 않았고 자동차 계열분리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1차 구조조정이 끝나는 대로 해체하겠다.★ 핫코너 / 직장인 새풍속도“캐주얼도 OK” 패션 봄바람최근 대기업의 직원들도 정장을 벗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LG 삼성 한솔 등이 평일 출근 복장을 캐주얼로 바꾸도록 제도화하고 있는 것.LG전자는 3월28일부터 ‘디지털 경영’실천 방안의 하나로 임원을 포함한 전직원이 캐주얼을 입고 출근하도록 했다. 평일에는 넥타이를 매지 않고 면바지와 재킷, 남방셔츠 캐주얼화 등 비즈니스 캐주얼을 기준 복장으로 삼는다.주말에는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어도 된다. 연구개발부서는 이런 기준에도 구애받지 않고 완전히 자유로운 복장을 하도록 했다. 외부업무 등으로 정장이 필요할 때는 본인 판단에 따라 입으면 된다.한솔그룹 5개사도 2월7일부터 전직원이 편한 옷을 입도록 했으며, 코오롱은 3월22일부터 매주 수요일을 ‘캐주얼 데이’로 정했다.LG정밀과 LG-EDS도 근무복 자율화를 검토하고 있다. 제일제당은 근무복 자율화의 원조격으로 지난해 9월부터 이를 시행했다.제일제당측은 “캐주얼로 대변되는 자유로운 근무 환경이 우수한 인재들을 모으는데 한몫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재계에서는 “자유로운 복장이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더 많은 기업들로 확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그러나 대기업 임원들 중에서는 “비즈니스에 지장이 있다”거나 “소속감과 자신감을 떨어뜨린다”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한편 캐주얼업계는 이런 흐름이 확산되면 매출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