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227호 (2000년 04월 10일)

통상압력 가중 예상, 마찰 빌미 없애야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7

한동안 전세계가 통상문제로 시끄러울 것같다. 올해에 국제통상환경이 어느 해보다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돼 왔다. 극단적으로 올 한해를 ‘무역위기(trade crisis)의 해’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새 천년을 맞아 무난히 출범될 것으로 기대됐던 뉴라운드 협상이 결렬된데다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세계경제 경찰기구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각국간의 국제수지 불균형 정도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WTO 출범 이후 개도국들의 선진국에 대한 반감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통상정책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당해연도의 국제통상환경을 주도해 왔다. 불행히도 미국은 현재 경상수지적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치인 3천3백84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4천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0%에 이르는 수준이다.

올해 11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경상수지적자 축소문제는 최대 현안임에는 틀림없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국민들은 경상수지적자를 국부유출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양당간에 정책대결이 본격화되면서 공화당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오면 민주당으로서는 커다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미국이 처한 현여건상 경상수지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현재 미국이 가져갈 수 있는 정책수단으로는 달러화 약세를 유도해 조정하는 방안과 주요 교역상대국에 대해 시장개방 압력을 강화해 수출을 늘리는 방안 이외에는 뚜렷한 것이 없다.

◆ 미국 적자 탈출 대안 없어 강도셀듯

이 중에서 최근처럼 자본시장 과열이 문제가 되고 있는 시대에 있어서는 환율에 의해 조정하는 방안은 쉽게 가져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만약 경상수지 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달러화 약세를 유도할 경우 미국내 자본이 이탈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미국 증시와 미국 경제가 한꺼번에 붕괴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경상수지 적자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교역국에 대해 통상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통상정책은 이중잣대를 활용한 야누스적인 얼굴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으로는 WTO와 같은 다자채널을 활용해 국제적인 비난을 무마해 나간다. 다른 한편으로는 문제가 있는 교역국에 대해서는 쌍무적인 수단을 동원해 미국의 의도를 관철시켜 나가는 것이 관례다.

물론 슈퍼 301조와 같은 미국의 국내법 조치를 활용한 쌍무수단들이 최근에는 세계무역기구내 분쟁처리기구(WTO-DSB)에서 잇달아 패소하고 있다.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통상압력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은 못된다. 교역상대국에서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면 미국의 쌍무적인 통상압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어떤가. 외형상으로는 현정부의 대외정책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미국 편향적이다. 물론 외환위기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최근 들어서는 유럽, 동북아 국가와의 정상외교를 통해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미국에 쏠려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한 나라의 대외정책에 있어 국익에 직결되는 것은 해당국가와의 통상관계를 얼마나 원만하게 가져가느냐가 관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형적인 관계유지 뿐만 아니라 대내적으로도 통상마찰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각종 제도나 관행, 무역구조상에 준비를 제대로 갖춰 놓아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대미 수출구조에 있어 철강, 반도체와 같은 특정품목에 편중화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통상정책도 기본적인 협상력 부재로 세계 어느 국가보다 쉽게 약속하지만 실제 이행하는 단계에 있어서는 별개의 사안이 되고 있다. 미국의 불신이 바로 여기에 깊게 배어 있는 것이다.

다른 어떤 정책보다 통상압력에 대한 대비책은 사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미국의 통상정책에 우리의 입장이 반영되느냐가 당해연도 우리에 대한 통상압력의 수위를 결정해 왔다. 90년대초 일본의 경험을 살려 우리도 미국내에 친한(親韓) 세력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우리쪽으로서도 통상마찰의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된다. 반도체, 조선, 철강 등 수출편중화 우려가 높은 업종은 관련 업계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편중화를 방지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조기경보체제(early warning system)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쓸데없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시장폐쇄적인 조치는 개선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최근처럼 무역수지가 악화될 때 통상압력이 강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통상마찰 문제는 분위기에 편승해 감정적으로 대처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이런 차원에서 수입억제 효과가 별로 없는 소비절약, 국산품 애용운동과 같은 것은 자제돼야 한다.

이미 제소된 품목에 대해서는 이원적 전략(two-track strategy)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불공정무역행위는 세계무역기구와 같은 다자채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에 컬러TV 반덤핑 철회 사례처럼 우리와 입장을 같이하는 국가와 공조해 대응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개도국에 대해서는 최근에 남용하고 있는 잠정수입제한조치(safeguard)가 익숙지 않은 점을 활용해 양자채널을 통해 철회를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세계 1백1개국에 설치된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의 무역관이 수집한 해당국의 불공정무역행위를 근거자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 수입규제 전문적 영역으로 확대

최근 들어서는 주요 교역국의 수입규제가 반덤핑 관세과 같은 전통적인 조치 이외에 원산지 규정이나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전문적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대부분 국내 기업들이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전지식이 충분치 못하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거의 백지상태나 다름없다.

따라서 우리가 외환위기 과정에서 대기업의 수출업무 종사자를 위주로 구성된 「수출자문위원회 제도」가 중소기업 수출증대에 상당한 효과가 있었던 것처럼 통상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가칭 「통상자문위원회 제도」를 도입해 활용해 보는 방안도 바람직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향후 통상협상의 차원은 지금까지 「정부 대 정부」에서 「기업 대 기업」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기업 자체적으로 통상관련 전문부서를 설치하거나 전문인력을 양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다른 어떤 사안과 달리 기업들이 통상문제로 제소될 경우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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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7